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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규제악몽? 만화-게임 같이 싸우자”김병수 우리만화연대 이사 ‘편견타파컨’서 규제 성토
박명기 기자  |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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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8  1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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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우리만화연대 이사. 
[게임톡] 게임이 ‘삼중 규제’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웹툰 작가들이 방송통신심의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규제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과 저항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게임편견타파 컨퍼런스’가 열린 상명대 밀레니엄관 5층 국제회의실의 마지막 패널은 만화가 김병수씨. 우리만화연대 이사이며 목원대 만화과 교수였다.

그는 “오는 6월 2일이 한국만화 탄생 103주년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만화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문화콘텐츠 원작 산업으로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만화계가 한창 고무되었다”며 “그런데 그것이 착각이었다. 지난 1월 7일자 모 신문의 1면 톱에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웹툰을 꼽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이틀만에 웹툰 모니터링을 강화해 청소년 접근을 제한한다고 밝혔고, 그 다음날 해당 웹툰 ‘열혈초등학교’의 작가와 협의하는 모양새로 연재가 중단됐다. 그리고 전체가 내려졌다. 갑자기 10여년 만에 규제의 악몽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다”며 분노했다.

■ 신문 1면 보도후 23편 웹툰 유해매체 지정 참사

모 신문은 주요 포털 연재 340개 웹툰 중 학원 폭력물이 11편이라면서 그 중 ‘열혈초등학교’와 ‘폭풍의 전학생’ 두편의 사례를 들어 폭력물이라고 지적했다. 11편은 전체 3.2%이고 2편은 겨우 0.58%다.

그로부터 한 달 후 23편의 웹툰을 유해매체로 지정하겠다고 해당업체에 알려왔다. 1996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한국만화단행본 시장이 초토화되었던 악몽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는 것.

그는 “한국 만화 100년의 역사 중 90년 억압과 규제와 검열의 역사다. 1970~80년대는 만화의 날에 만화책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날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0년대 갑자기 예술 대접을 하고 진흥법을 통과시키더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성토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신문의 인터넷판에는 ‘병맛만화’의 매력을 다루면서 ‘열혈초등학교’ ‘이말년시리즈’ 등 3편을 기사로 올려놓았다는 것. 그는 “드디어 그 신문이 다중 인격을 갖췄다. 한쪽 자아가 한 짓을 다른 자아가 모르는구나 하며 만화가끼리 웃기도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던 일을 회상했다.

   
▲ 윤태호의 인기 웹툰 미생
■ 23편 중 15편 이미 19금 포털 서비스 '황당'

황당한 것 하나 더. 23편 중 15편은 이미 19금을 걸어서 포털에 서비스하고 있는데 유해매체로 지정한다고 해도 19금 이외 나올 것도 없다고 한다. 웹툰작가들이 “이미 19금 걸어 서비스하고 있는 작품 갖고 왜 유해매체 지정이냐”고 항의했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그것은 너희 사정이고, 우린 법적으로 걸겠다”는 답변이었다. 법적으로 하더라도 19금 거는 방법 밖에 없으니 쓴웃음밖에 안나온다는 것이다.

정말 심각한 것 같으면 당연히 작가한테 와서 상의를 해야 함에도 그런 것도 없이 “짰나”할 정도로 신속하게 처리한 것도 불만의 요인이다. “우리도 사회적 책임 안다. 그런 절차 무시. 신문에서 까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에 나서고, 그 이유도 황당하니 우리가 분노할 수밖에 더 있느냐.”

그는 이어 “제 아이가 여덟살, 세 살이다. ‘뽀로로’를 보면 절벽 날아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나이에서 보면 폭력수위가 높다. 그런데 과연 그런 애니메이션 보고 아이들이 절벽에서 다 떨어지나요? 어렸을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을 보면 고양이가 쥐를 몽둥이로 때린다. 그리고 쥐는 야구방망이 들고 고양이를 쫓아 동네방네 다닌다. 이게 폭력인가 묻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비춰서도 만화 탄압이 정당한가를 되물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너무너무 많이 봤다. 보는데 그치지 않고 만화가가 되었고 만화과 교수가 됐다. 만화와 게임을 열심히 하면 폭력서클을 만들고 어쩌고 저쩌고하는데 잘 봐라 저는 만화가가 되고 만화교수가 됐다.”

■ 온라인게임 초창기 원작 만화 이제는 정반대 '동반자'

만화와 게임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PC플레이어, 게임어즈 등 게임 잡지 200권과 게임 타이틀 200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초창기 대중화를 이끌었던 ‘바람의 나라’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은 만화가 원작이다. 초창기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 수준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바뀌어 반대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테일즈런너’ 등은 역으로 게임에서 만화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저뿐 아니라 많은 만화가 게임 마니아다.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리그오브레전드 엄재경 해설위원도 만화스토리작가다. 지금도 만화 스토리를 쓴다. 만화가들의 가장 큰 취미도 게임플레이다. 이처럼 이제 만화와 게임은 동반자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와 게임을 보는 시선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10여년 전 만화책을 불태웠던 일을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요즘 게임으로 넘어간 것 같다. 그때는 만화가 1순위 타깃이었는데 이제 게임이 1순위, 만화가 2순위로 밀린 것 같다. 그래서 동변상련의 심정”이라며 “만화가 살아야 게임이 살지만 게임도 살아야 만화도 산다. 다같이 공생해야 발전, 국민들에게 여가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공동 연대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싸워나가자. 저희들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 지강민의 인기 웹툰 와라 편의점
■ 1인 시위-노컷 로고-SNS 검열반대로 즐겁게 저항

일부 유력매체와 짝짜꿍을 이루는 방심위의 시대착오(?)인 규제에 대해 “학교 폭력의 책임자인 학교나 교육부, 방심위 등이 자기들이 져야 할 책임들을 만만한 게임과 만화에 뒤집어 씌우는 격”이라면서 “방심의에 만화를 아는 사람을 전혀 뽑지 않았다. 만화를 전체 맥락, 문화적 맥락에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장면 심의을 심의하는 가장 낮은 심의를 하고 있다. 이같은 방심위와 처절히 싸우겠다”고 했다.

현재 웹툰 작가들은 지난 3월 12일부터 방심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각자의 작품에는 노컷이라는 로고를 달아 검열 반대 시위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1997년 청소년보호법 만들 때 만화가들 머리 깎고 여의도 등지에 데모를 계속했다. 우리나라의 만화의 날이 왜 11월 3일인 줄 아느냐. 당시 ‘표현의 자유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를 한 날이기 때문이다. 데모한 날이 특정 기념일이 된 것은 3,1절과 만화의 날밖에 없다”며 “현재 만화가들은 ‘다시 한번 일어나자. 대신 즐기면서 싸우자’고 1인 시위를 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음악과 다큐멘터리, UCC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독자와 함께 저항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웹툰 작가들이 모두 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 포털에서는 무료서비스를 하고, 원고료는 적고, 일주일에 1~2회 연재를 해야 하니 작업이 힘들고 시간은 없다. 그러나 결의만은 분명하다.

그는 “뭉치지 않으니까 얕잡아 보는구나 생각한다. 기성 만화작가들은 협회가 있다. 그리고 정부가 ‘만화의 날’에는 지원금도 준다. 그러나 웹툰은 뭉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뭉치겠다는 뜻이 모아졌다. 이제 웹툰만화가협회가 결성될 것”이라며 “‘만화의 날’에는 방심위 등 여러 인사 공로패를 주겠다. 초대해도 안 오면 기념식을 아예 방심위 앞에서 하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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