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9.28 14:59
오피니언외부칼럼
[박명기 e스팟] 소설 ‘강남몽’과 게임업계 ‘백일몽’
게임톡  |  pnet21@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1.11.27  14:31:5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박명기 e스팟] 소설 ‘강남몽’과 게임업계 ‘백일몽’

기자와 업계 관계자가 난상토론하는 저녁 자리에 우연히 끼게 되었다. 개인사에 대한 시시껄렁한 덕담이 오고가고 나서 폭탄주 ‘일배우일배’(一盃又一盃) 세례 후 게임업계 이야기도 자연스레 오갔다.

해외 쪽 얘기가 먼저였다. 소프트뱅크가 1.5억달러를 투자해 SNS게임 ‘팜빌’을 개발한 진가와 일본 내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는 뉴스부터 닌텐도가 아이폰의 영향으로 지난 분기 적자에다 매출이 25% 감소했다는 소식, 미국서 소셜게임으로 대박 낸 중국계 20대 청년이 만든 플레이돔이 디즈니에 1조에 팔렸다는 얘기가 핫이슈였다.

   
 
다음은 한국. 넥슨의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인수 등 M&A 바람, ‘테라’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MMORPG의 새로운 삼국지, 한국 게임업계가 빅3 N사 위주로 과점을 형성하며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휴대폰도 기본료가 있는데 게임은 왜 없나, 요즘 중소개발자는 빅3에 간택 당하느냐 죽느냐의 기로다 등 주설(酒說)이 난분분(亂紛紛)했다.

간택 당하느냐 죽느냐 생존 몸부림

유난히 ‘간택’이라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간택(揀擇)은 주로 ‘왕실의 혼례를 위해 세자빈이나 왕비를 뽑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왜 요즘 게임업계에 이 말이 회자될까.

신생 개발사의 위기 상황, 생존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중소규모 게임사들은 이제 물건을 만들어도 간택 받지 못하면 팔 데가 없다. 애걸복걸 읍소(泣訴)해야 겨우 거들떠보고 관심을 받는다. 과점체제인 대형 게임사들의 눈 밖에 나면 물건이 제아무리 좋아도 소리 소문없이 스러진다. 이제 간택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때 3000여개에 육박했던 한국 내 게임사들은 이제 1000여개로 줄었다. 중간 단계 업체들은 모두 M&A의 대상이다. 그 아래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그러니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무장해 새 바람을 일으키는 난장이들의 ‘파괴적인 혁신’은 꿈도 못꾼다. 줄줄이 하청사로 전락 중이다.

또한 작은 업체들을 정부와 대형사가 도와주는 구조마저 사라지고 있다. 건강한 게임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M&A와 하청 구조의 상시화로 중소형 게임사들은 M&A든 물건 판매든 오로지 간택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인큐베이팅’이라는 말은 빛좋은 개살구다. 자본도, 홍보 능력도, 그렇다고 비빌 언덕인 네트워크도 없는 신생사나 중소업체에게 여기저기서 손을 뻗어오지만 실제 수혜자는 극소수다.

취중에서도 불현듯 ‘백일몽’(白日夢)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낮에 꾸는 헛된 꿈 말이다.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이 생각난 것도 그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삼풍백화점 붕괴가 장식한다. 그 해 게임업계엔 최초의 MMORPG ‘바람의 나라’가 나왔다.

2년 후 IMF사태가 터졌다. IMF는 얄궂게도 PC방과 온라인게임을 대중화하는 주역이었다. 한국의 개발독재의 상징인 삼풍백화점 붕괴와 IMF 이후 한국 게임은 기지개를 켰다.

한국 게임의 뿌리는 대한민국 상위 1%로 통하는 강남에서 시작했다. 선릉역 근처엔 엔씨소프트와 넥슨, 네오위즈 등 3N의 근거지였다. 이곳에서 그들은 거목으로 컸다. 대형 게임사들은 굴뚝 산업 대기업 못잖게 잘 나간다. 덩치 키우기를 통해 글로벌 기업도 꿈꾼다.

뿌리가 사라지면 폭삭, 백화점 붕괴 떠올라

이제 게임 헤드라인 뉴스만 보면 대형 빅딜, 수출 효과 자동차 500만대, 해외매출 비중 70% 육박 등 ‘금따는 콩밭’이다. 오죽하면 1~30등까지 영업이익이 40%인 산업은 게임밖에 없다는 변죽이 섞인다.

문제는 중소게임사들이다. 정부는 이제 게임은 ‘클 만큼 크고, 벌 만큼 벌고 있으니 진흥이 필요 없다’는 식이다. 오픈 마켓에 게임 카테고리조차 없다. 온라인게임 진흥을 위해 세금까지 감면해주는 중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과몰입, 중독 등 규제와 사회적 책임만 강요하면서 중소업체에 대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한다.

대형게임사들에게 있어 중소업체는 주머니 안 공깃돌이다. 동반 성장의 대상이 아니라 간택과 하청업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미 중국에 게임 캐릭터 하청을 주고 있는 이들은 대놓고 “앞으로 한국게임업계는 필연적으로 3~4개의 큰 업체와 작은 개발 스튜디오로 양분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물론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은 더 커지고 글로벌로 더 뻗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도전도 간택당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 그런 게임업계의 생태계는 비정상이라는 것.

모든 창의적인 것들은 스스로 자란다. 실리콘밸리처럼 돈 없고, 학력이 없어도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모두 창의적이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개발자와 덩치 작은 중소사들이 자기 기술과 창의로 트렌디한 게임을 개발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 한다.

화려함 속에 뽑혀지고 무너지는 게임업계의 허리와 뿌리, 작가 김훈이 ‘강남몽’ 추천사에서 ‘시대 전체의 풍경이요 거대한 가건물’이라고 했던 말이 자꾸 연상된다. 토대가 무너지면 그 가건물은 어느 순간 폭삭 무너진다. 게임 산업에 대한 이 같은 비관론과 백일몽은 한낱 기우에 불과한 것인가.
박명기 기자 플레이포럼 20100802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아이콘게임톡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자동등록방지 이미지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소니 플스5, 가격 499달러 확정…11월 12일 발매
2
펄어비스, 전 직원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 깜짝 선물
3
‘폴가이즈’, 캐릭터 해부도 공개…네티즌들 “안물안궁”
4
‘던파’, 슈퍼계정 등장?…네오플 “철저한 진상 조사중”
5
24K 도금 플스5 나온다…가격 1200만원 ‘깜짝’
6
위메이드, 액토즈에 2조5600억 손배소…게임업계 사상최대
7
‘발로란트’, 모바일 버전 구체화…터치스크린 UI 도입
8
소니 플스5, 내일부터 예약 판매…국내 가격 62만8천원
9
신정환, 포커게임 모델 됐다…‘다미포커’ 출시 임박
10
엔씨소프트-넷마블-펄어비스, ‘K-뉴딜지수’ 핵심종목 선정
깨톡

[기자수첩] ‘배그 모바일’ 쫓아낸 인도, 게임판 ‘발리우드’ 노린다

[기자수첩] ‘배그 모바일’ 쫓아낸 인도, 게임판 ‘발리우드’ 노린다
최근 인도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모바일게임들을 대거 차단한 사건이 전세계 게...
노답캐릭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저질 광고로 적발된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 이름만 살짝 바꾸고 여전히 서비스와 광고를 지속하고 ...
게임별곡

[게임별곡] 피 터지던 라이벌 스퀘어와 에닉스 합병은 '성공작'

[게임별곡] 피 터지던 라이벌 스퀘어와 에닉스 합병은 '성공작'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003년 ...
외부칼럼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를 맞아 그간 한국게임이 받아온 게임 ...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한경닷컴게임톡 게임톡(주)| 등록번호:서울 아 01448 | 등록일자 2010.12.10. | 제호:게임톡 | 발행·편집인 : 박명기
주소: [06621]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 도씨에빛 1차 1103호 |
발행일자 2011.10.27.| 대표전화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민재
Copyright © 2011 게임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ametoc.co.kr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