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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11일 출장 마라톤② 지스타지난해 서포터스로 참여한 때와 전혀 달라....관객 적고 '중독법' 논란 아쉬움
황인선 기자  |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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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0  2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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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자의 11월은 각종 게임쇼가 열려 일복이 터진 달이다. 11월 8~9일 LA의 ‘블리즈컨’에 이어, 11월 13~17일 부산에서 ‘게임대상’과 ‘지스타’가 열렸다. 무려 11일간의 출장 마라톤. ‘시즌1 블리즈컨’에 이어 ‘시즌2 지스타’ 체험기를 소개한다. 마찬가지로 스크롤 압박이 있을 예정이다.

■ 나의 취업을 안내해준 ‘지스타’

블리즈컨 일정을 마치고 13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날씨가 몹시 쌀쌀했다. 여기에 적응하기도 전,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고 산본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7시 반이었다. 이후 정확히 24시간 후, 기자는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11월 14일, 한국의 게임 축제 ‘지스타(G-Star) 2013’이 11일간의 출장 시즌2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기자에게 지스타는 특별하다. ‘지스타 2012’에 한게임 서포터즈로 참가했다. 그 경험이 지금의 게임기자가 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지스타에 참가하기 전까지 ‘게임 기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몰랐고, 만나본 적도 없었다.  당시 게임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 ‘어떻게 하면 이 둘을 잘 살려서 나에게 꼭 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까?’라며 고민했다. 그 답은 ‘게임 기자’이었다. 

지스타의 이력 한 줄이 게임기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사람은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지스타 경험이 있으니, 올해 걱정을 덜 수 있겠구나’라는 국장님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지스타는 각별했다. 게임 기자로서 첫 번째 참가이고, 지난해 서포터즈로 참가하며 쌓았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행사기 때문이다.

■ 올해는 다르다, 지스타

본격적인 지스타의 개막은 12시이었다. 기자들에게는 아니었다. 10시 반부터 개막식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8시 반까지 프레스실에 가 있으라는 지시를 받은 기자는 황량한 프레스실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미 앞자리는 점령되어 있었다. 기자실의 공기 속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에게 레이드 보스나 마찬가지인 지스타에 모두들 남다른 각오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신경전을 벌이는 이도 있었다. 부스걸 언니들을 찍을 때 빛을 발할 것처럼 보이는 무거운 카메라로 찰칵찰칵 사진을 찍으며 장비를 점검하는 기자도 있었다.

서로 스케줄을 물어보며 어떤 동선으로 행사장을 취재할지, 어떤 컨퍼런스나 행사에 참석할지 맞춰보았다. 혹시 빼먹은 것이 있나 체크를 하며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최종 점검을 하는 군인들과 같은 분위기였다.

   
 
확실히 지난해 지스타와는 달랐다. 서포터즈로 일했지만, 오전 중에는 크게 할 일이 없어서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날 달린 ‘좋은데이’의 숙취를 해결하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다른 점은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10시 반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남경필 의원 등 국회의원과 서민 넥슨 대표, 백영재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B2C관과 B2B관을 구경했다. 여기서 게임을 직접 시연하며 지스타의 개막을 축하했고, 거기에서 전쟁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취재 현장은 치열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가 하면, 조그만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었다. 기자 생활을 8개월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전잖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치나 연예쪽에 종사하는 기자들은 “이 정도야 기본이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게임 기자로 첫 걸음마를 시작한 초짜에게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사진기를 수줍게 들이밀었다. 하지만 방송용 카메라로 머리를 몇 번 강타당하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손 하나만 간신히 들어갈 틈으로 카메라를 밀어넣어 보지도 않고 사진을 찍기도 해보았다. 출근길 지옥철(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숙련된 ‘버티기’ 스킬로 밀리지 않고 딱 버티기도 했다. 덕분에 새로운 스킬 포인트를 하나 찍을 수 있었다.

■ 지난해 수많은 관객은 다 어디로 갔나?

지난해 지스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마어마한 관람객였다. 정어리떼같이 많은 관객들에게 목이 터져라 게임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좋아하는 게임을 제일 먼저 하기위해 정신없이 뛰어오는 관객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에는 사람에 치여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해 오전 일찍 관객이 입장하기 전에나 구경을 해야 했다.

이번 지스타에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여백의 미’이다. 부스와 부스 사이가 지나치게 쾌적할 정도로 넓었다.  ‘한국 최대 게임쇼’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매표소 줄은 짧았다(지난 여름 보았던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의 무시무시한 행렬이 떠올랐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매년 친구들이 제발 들어갈 수만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목줄을 빌려줬었다. 그런데 올해는 연락이 안 오길래 이상해서 먼저 전화해보니, 줄이 짧아 1분 만에 표를 샀다며 안 빌려줘도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스타를 3년 연속 참가한 친구 역시 “올해처럼 지스타에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봤다. 지스타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말인 토요일에는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벡스코 오디토리움까지 발권줄이 이어져 올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의 업적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의 관객 상황은 아마 '지스타의 굴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관객이 유달리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메이저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게임 중독법’이 핫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지난해 만해도 B2C에 NHN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 네오위즈 등 대형 업체들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모두 빠졌다. 넥슨, 블리자드, 워게이밍, 다음만이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에서 진행 중인 ‘4대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이 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중독법' 이슈가 지스타 행사장까지 덮쳤다. 행사장 밖에서는 ‘게임 중독법 반대 서명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 게임 플레이 한 번보다 국회의원 한 마디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올해 지스타는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지난해만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B2B관에서는 B2C만큼이나 다양한 업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유저와 함께하는 축제가 아닌 비즈니스의 장으로 흥겨움을 느낄 순 없었다.

게이머 혹은 게임 기자로서 게임 축제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해보는 것보다 게임 중독법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하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도 조금 속상했다.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부스에서는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하려면 9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하기도 했지만, 불평 한 마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에 수긍하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수시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해 팔에 근육이 생길 만큼 미친 듯이 깃발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LA, LA-서울, 서울-부산의 11일간의 마라톤 출장 일주를 마치며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기대 반 설렘 반이었던 블리즈컨도 별탈없이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지스타 역시 큰 사고없이 끝났다. 8개월차 꼬꼬마 기자에게 ‘블리즈컨’과 ‘지스타’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던 행사였다.

블리즈컨과 지스타를 통해 초년병 햇병아리라도 게임업계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특히 게임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인상깊었다. 물론 11일간의 강행군에 다크서클은 턱밑까지 내려왔지만 말이다.

누군가 기자에게 ‘내년에도 이 11일간 출장의 기회가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블리즈컨과 지스타가 모두 끝난 지금, 기자는 ‘게임 축제 앓이’ 중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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