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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34] “기억나지? 전설의 와가나리” ‘파이널 파이트’캡콤의 액션 지존, 거물급 보스 날리는 스킵 스킬 ‘오락실’ 선풍
큐씨보이 기자  |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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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08  07: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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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 후반에는 이렇다 할 액션 게임이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하드웨어적인 한계 요소도 작용했겠지만, 그 당시는 슈팅 게임이 강세였다. 게임의 원로 격인 게임들만 봐도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슈팅 게임이 많다. 뭐 되돌아가서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타이틀 화면만 봐도 알 수 있는 게임]
그럭저럭 액션 게임 중에 파이터 액션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게임은 이전에 소개한 ‘더블 드래곤(쌍용권)’이다. 많은 액션 게임이 있었지만, 너도 맞고 나도 맞고 서로 맞고 때리고 하는 타격형의 액션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냥 나는 한 대만 스쳐도 안녕~ 하는 게임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적에게 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임들이 많았던 시절이다.

   
 [‘아 꼭 구하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 '파이널 파이트' 액션게임의 지존 우뚝

‘악당에게 납치된 여인을 구하고 악당을 물리치자!’는 흔하디흔한 소재였지만, 그래도 구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무슨 게임이었더라,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비슷한 소재의 게임이었는데 정말이지 내가 왜 ‘목숨 걸고 구해야 하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다행히도 '파이널 파이트'는 구해야 하는 목적에 크게 반발하지 않을 정도는 됐고 사실 오프닝 장면에서 얌전히 끝까지 지켜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단 빨리 시작해서 ‘와리가리’(적을 향해 2번 날리고, 뒤를 돌아 주먹을 날리는 기술)를 날려야 하기 때문에, 오프닝 따위는 스킵 연타의 대상이었다.

   
 [아저씨 3인방]
주인공은 아저씨라 부르기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은 할아버지 3인방이다. 실제로 게임 캐릭터 설명(Character Profile)을 보면 제일 왼쪽에 ‘GUY’가 1965년 8월 12일생으로 나와 있고, 가운데 ‘CODY’는 1967년 4월 18일 생으로 나와 있다. 제일 오른쪽에 ‘HAGGAR’ 형님은 1943년 생으로..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되려면 2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역사적인 숫자의 나이를 갖고 있다.

그래도 게임이 출시된 때는 1980년대이므로(1989년) 얼추 나이가 비슷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시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GUY’는 24살, ‘CODY’는 22살, ‘HAGGAR’ 아저씨는 역시나 출시할 때에도 좀 많은 46세이다. 만약에 ‘HAGGAR’ 아저씨가 일찍 결혼해서 ‘CODY’ 나이에 애를 낳았으면 ‘GUY’만한 자식이 있을 텐데.. 아마도 아버지와 아들 나이 뻘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같이 등장하는 액션 게임은 많이 없을 것이다.
   
 [Area88 인기 3순위 – 털보 아저씨]
나이는 그렇다 쳐도 실제로 ‘HAGGAR’ 아저씨는 게임 선택 순위에서 항상 밀려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Area 88’의 털보 아저씨처럼 우리네 아저씨들은 인기가 없었다(나도 이제 그 나이가 되어 가는데.. 슬프다).

보통은 가운데 ‘CODY’가 기본 캐릭터로 인기가 제일 많았다. ‘CODY’를 뺏긴 비운의 서열 2위 친구는 ‘GUY’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사람의 취향에 따라 ‘GUY’를 먼저 고르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어떤 경우에서나 ‘HAGGAR’ 아저씨가 선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파워는 제일 센 것 같지만, 어쩐지 둔하고 느릿한 느낌에 게임을 하면서도 내내 중압감에 짓눌리는 느낌으로 쉽게 선택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물론, ‘CODY’를 고른 서열 1위 친구의 주문에 따라 어떤 날은 ‘GUY’로 어떤 날은 ‘HAGGAR’로 게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두 캐릭터 모두 기술을 익혀 둘 필요가 있었다.

‘더블 드래곤’과의 비슷한 점이라면 납치된 여자를 구하러 가는 과정을 다룬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이고,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각종 소모품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파이널 파이트’ 쪽이 조금 더 액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치고 박고 싸우는 과정이 신명나게 잘 살아 있다.

■ 우리도 한 번 액션게임의 지존 자리를 탈환해보자!
‘파이널 파이트’ 게임이 인기를 얻을 무렵 ‘영원한 1위는 없다’는 진리를 몸소 보여 주고자 여러 업체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조악한 품질의 게임들은 반대로 1위 게임의 자리만 더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특히 ‘SNK’의 흑역사라고 기록될 만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작품이 있었으니 딱 봐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여러 부분에서 ‘파이널 파이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버닝 파이트(Burning Fight)’였다(이름부터 냄새가 풀풀..).

캐릭터 구성도 스피드의 ‘GUY’를 따라 만든 ‘류’ 라는 캐릭터와 파워형의 ‘HAGGAR’ 아저씨를 따라 만든 ‘빌리’ 캐릭터 그리고 좋게 말하면 하이브리드 삐딱하게 얘기하면 대충 어중간한 캐릭터 ‘CODY’를 따라 만든 ‘듀크’ 등 아저씨 3인방 구성을 그대로 따라하고 기본 게임 시스템 역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의외로 난이도는 꽤나 높아서 오락실 주인아저씨들은 좋아했다.

   
 [버닝 파이트 : 액션 게임 1위 탈환에 실패했다..]
확실히 이때는 ‘캡콤(CAPCOM)’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파이널 파이트'가 캡콤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도 무색할 정도다. 물론 지금도 잘 나가고 있지만, 이때 오락실에서 즐기는 액션 격투 게임 중 가장 인기 있고 유명했던 게임들은 거의 타이틀 화면에 ‘CAPCOM’ 로고가 보이는 게임들이었다.

‘파이널 파이트’를 포함해서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 게임 이라던가 ‘천지를 먹다’ 시리즈, ‘캡틴 코만도’ 등 캡콤은 당시 오락실 게임 중 액션 게임의 최고봉을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왼손 헛방질의 기술, 전설의 ‘와리가리’의 탄생
   
 [곧 ‘와리가리’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 채 좋다고 웃고 있는 놈]
‘와리가리’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았지만, 한 번 들으면 ‘아~ 그렇지’ 하고 절로 수긍이 가던 그 당시 신조어 ‘와리가리’는 주로 거물급 보스에 많이 쓰인 얍삽이 기술이다.

일종의 버그 현상 같기도 한데, 주인공 캐릭터의 공격 시전 후 적 캐릭터는 일정 시간(프레임) 딜레이가 발생하는데, 이 딜레이가 풀리기 전에 다시 공격을 시전하여 계속해서 왔다 갔다 좌우로 펀치를 날리는 공격을 ‘와리가리’라고 했다.
   
 [‘와리가리’의 포인트는 바로 왼손 헛방질]
적 캐릭터가 오른쪽에 있다고 할 때 보통 오른쪽 펀치 두 방을 날리고, 급히 왼쪽으로 레버를 돌려 왼쪽 공중에 헛방을 한 방 날리면 적 캐릭터는 아직 딜레이가 풀리기 전 상태가 되고 다시 펀치 두 방을 먹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무한 반복을 하면 ‘와리가리’ 하나로 보스를 잡을 수도 있었다. 물론 주위에 훼방꾼들은 다 처치한 뒤에 가능한 얘기다.

이 게임은 연속기라는 개념이 있는데, 공격 버튼을 여러 번 연타하면 단계별 공격이 시전된다. 즉, 한쪽 방향으로만 연속 공격이 들어가게 되면, 마지막에 집어 던지든가 발로 차 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와리가리’는 끝이다. 다음 ‘와리가리’ 공격 기회가 올 때까지 다시 피 터지는 처절한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와리가리’ 실패는 현실 세계의 ‘와리가리’를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패는 용납받을 수 없는 행위로 인식되었다(이거 실패 했다고 싸움도 참 많이 했었다. 자기도 실패했으면서..).

■ 가슴 조마조마 ‘점심시간 탈출’ 특급 작전
한창 이 게임에 빠져들 무렵에 필자는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중간 과정에 접어든 ‘중학생 형’이 되었다. 그렇다고 동네 꼬마들 돈을 뜯어 가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 필자가 다니던 중학교는 아침에 등교해서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자유’ 의지를 박탈 당하고 다시 교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순간은 마지막 보충 수업까지 끝난 저녁 이후 집에 갈 시간 밖에 없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외출은 허용되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외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정규 수업 시간이 모두 종료된 저녁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야자’로 불리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도 있었는데, 그나마 고등학교 야자 시간보다는 빨리 끝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지금도 지방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학교로 순위에 꼽히는데 필자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밤 11시까지 기본 야자를 진행하고 서울대를 포함한 ‘수도권 상위 4년제 대학 반’을 따로 편성하여 새벽 12시~1시까지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도 모자라서 야간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새벽 2~3시까지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거 불법 아닌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자율’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이름이 앞에 붙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정직하고 순수함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부터 대 놓고 거짓을 행하는 자태가 맘에 들지 않았다. 뻔히 억지로 잡아 가두는 것을 아는데, ‘자율 학습’이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세상에는 있는 그대로의 정직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으로 이름에 담긴 뜻과 정 반대의 일이 진행되기도 하니 상황에 따라 조건에 따라 적절히 알아서 해석하고 행동하라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은연중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왜 ‘강제 타율 학습’ 이라고 당당하게 말 못하니!).

정규 수업 이후에 부족한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알아서 ‘자유롭게’ 선택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 학습’이다 라는 얘기를 누가 하던데, 어디서 약을 팔아..

필자도 새벽 2~3시까지 깨어 있는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것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하기보다 낮 시간대에 못한 게임과 게임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시간대가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그 당시에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이 ‘정은임의 FM 영화 음악’이라는 코너였기 때문이다. 새벽 1시에 시작했었나? 새벽까지 게임을 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는데, 스피커에서 ‘와일드 테마(Wild Theme) – Dire Straits’가 흘러나오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하던 일을 정리하고 느긋하게 음악을 감상하곤 했다. 이제는 떠나버린 그 자리가 너무나 안타깝다. 지금도 새벽이 되면 그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생각에 가끔 라디오 채널을 돌려보지만,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되어 더 안타까운 것 같다(철수 형!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빠지지 않고 들었습니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에는 ‘MC스퀘어’ 쓰는 척하고 CDP나 라디오 듣는 게 유행이었다. 그 당시 최고 인기 제품은 ‘SONY D-777 CDP’였다(역시 CDP는 777, 이어폰은 888이지..). 아직 워크맨이라 불리는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쓰는 친구와 CDP라는 신문명을 접한 친구, 그리고 외계에서 온 것처럼 ‘MDP’를 쓰는 극소수의 친구들이 한 반에 모여 앉아 밤새도록 음악을 듣고 그러다 ‘MC스퀘어’가 아닌 것을 발각당하면 그 자리에서 박살나던 흐뭇한 시절이었다.
   
 [(감옥 같은) 필자의 중학교 배치도]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필자가 다니던 중학교는 사방이 높은 철창 같은 담장으로 둘러 싸여 있었고, 유독 학교 부지만 주변 주택 부지에 비해 높이 솟아 있어서 운동장에서 본 담장 높이와 바깥에서 본 담장 높이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몇 명이 뛰어 내리다가 골절상을 당했다느니 하는 얘기는 전설처럼 떠도는 완벽한 사방 보호 시설에 갇혀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는 명실공히 학업의 전당 같은 곳이었다. 정문 앞에 1개 밖에 없는 문방구는 학교 재단과 친인척 관계라는 소문도 있었고, 독점 사업을 하고 있는 문방구는 학교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대대손손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교무실은 운동장을 향해 있었고 건물 북쪽과 남쪽에 출입문이 있었다. 북쪽 출입문은 문고리를 쇠사슬로 묶여 있어서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게 닫혀 있었지만, 필자와 같이 마른 체형은 쇠사슬 사이로 몸을 비집고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면 일차 관문으로 북문(북쪽 출입구)의 잠겨진 문을 최대한 밀어서 틈을 만들고 그 사이로 비집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남쪽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교무실]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며, 화장실 외에는 다른 친구가 있는 교실도 갈 수 없는 학칙상 마음대로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남문과 가까운 정문에는 항상 학주(학생주임) 보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발각되는 날에는 하루가 평온치 못했다. 북문을 통과한 후에는 최대한 북쪽 담장에 붙어서 살금살금 붙어서 테니스장 벽에 바짝 붙는다. 그리고 점심 시간 바로 전에 체육 수업을 하고 기구 정리나 뒷정리를 하는 아이들 사이로 스며든다.

이때 주의할 점은 교복이 아니라 체육복으로 스킨을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육복 캐릭터 무리에 교복 캐릭터는 너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마치 같은 반 학생인 것처럼 2~3명 정도 옆에 붙어서 멀리서(교무실 감시 탑) 보면 뒷정리하면서 잡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점점 후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테니스장 담장 근처에는 항상 몇 개 정도 테니스 공이 있었는데 일부러 후문 근처로 던진다. 마치 캐치볼 하면서 친구가 못 받아서 공이 굴러간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에 어색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후문 앞에 공을 줍는 척하면서 후문 끝에 있는 쪽문 고리를 살살 연 후에 냅다 뛴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뛴다. 괜히 뒤 돌아 보고 돌처럼 굳었다는 전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신나게 ‘파이널 파이트’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오락실에 가면 분명 내가 나갈 때 본 적도 없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3~4명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어떻게 빠져 나왔지?). 그리고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 시간을 잘 재고 5교시 체육 수업을 받으러 나와 있는 학생들 사이로 은밀하게 침투한다. 아까 나왔던 루트를 거꾸로 되돌아가서 교실로 이동하면 그 날의 미션은 성공이다.

즉, 이 탈출 미션이 가능한 날은 4교시와 5교시 사이에 점심 시간이었으므로 4교시 체육, 5교시 체육이 있는 날에만 가능했다. 어떤 날에는 5교시에 체육이 없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전체 학년에 체육 시간 수업 시간표를 꿰고 있어야 했다. 5교시에 체육이 없으면 나갈 땐 맘대로 나갔어도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4교시에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면 밍기적거리면서 천천히 들어가는 놈들과 5교시 체육 시간이면 미리 나와서 준비하는 놈들이 있기 때문에 1~2분의 시간 타이밍을 잘 맞추면 무리 없이 탈출과 잠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재미를 붙여 몇 달 간은 정말 신나는 점심 시간을 보냈다.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보다 이 탈출하는 과정이 더 스릴 있고 흥분되는 재미에 중독될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아무리 완벽을 기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들통 나는 날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제보자의 악랄한 소행인지 모르겠으나, 어느날 공도 예쁘게 곡선을 그리며 후문 옆 쪽문까지 잘 굴러 가고 이제 공만 줍는 척 하다가 냅다 뛰어 목적지로 달릴 준비를 하던 때 운동장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준엄한 목소리..

“어이 거기, 지금 당장 교무실로 와. 와. 와. (메아리)”

순간, 온 몸이 얼어붙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과 머리속을 교차하는 수 백 가지 상황극에 따른 대처 방안을 계산하면서 차라리 ‘기절해 버릴까’까지 생각했지만, 냅다 튈까, 순순히 연행될까 갈등이 최고조로 달할 무렵 멀리서 만면에 웃음을 띠며 주무기인 당구 큐대를 들고 손짓으로 날 부르는 담임 선생님.. 그 뒤의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한 동안 점심 시간 탈석 금지령과 함께 ‘어이 거기’는 별명처럼 친구들 사이에 놀림을 받기도 했다. ‘파이널 파이트’ 게임 하면 떠오르는 악몽 같은 기억이다.
   
 [주인공 코디(CODY)]
함께 연상되는 추억은 악몽일지라도 게임의 재미까지 악몽 같지는 않았다. 펀치를 날릴 때마다 들리는 경쾌한 사운드와 발차기할 때의 호쾌한 기합 소리까지 일련의 동작이 잘 어우러져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있다.

딱 봐도 뭔가 주인공처럼 생겼고, 쓰는 기술도 모나지 않고 그럭저럭 괜찮아서 선택 1순위에 지명되곤 했던 ‘CODY’ 캐릭터. 청바지에 속옷 같은 상의 한 벌 입었을 뿐인데, 근육 때문인가 뭔가 멋스럽다. 탈옥 행위가 적발된 그날에도 죽도록 맞았지만, 저녁에 필자의 집 동네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 또 한 판 했다.
   
 [파이널 파이트2]
전작과 달리 2편에서는 등장 인물의 변경도 이루어졌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1편에서 제일 선택 비율이 적었던 근육질 아저씨가 채택되었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마키(MAKI)’ 덕분에 플레이는 전 편보다 더 즐거워졌다. 속세에는 “마키를 위한, 마키에 의한 마키의”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게임 이름은 ‘파이널 파이트’라고 지어 놓고, 그 놈의 ‘파이널’은 언제쯤 될는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버전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가 기억하는 ‘파이널 파이트’는 역시 1편이 최고의 게임으로 기억된다(이건 뭐, ‘파이널 판타지’도 마찬가지..).

■ ‘초월 이식’ 콘솔 게임기 이식 감지덕지
   
 [FC 버전 : Mighty Final Fight]
그 당시에는 ‘SFC’가 아직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 ‘FC’가 콘솔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무렵이다. 필드(오락실)에서 인기 있는 게임들은 여지없이 콘솔 게임기 버전으로 이식되었고, 그 중에서는 ‘초월이식’이라고 하여 원판보다 더 나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들도 있었지만, 이것도 ‘SFC’의 출현 이후 16비트 게임기 이상에서나 통용 되던 말이었지, 8비트 게임기 시절에는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최대한 필드에서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간직하면서 조금씩 아껴 가며 그 추억의 향을 불태워야만 했던 이 당시에 게임기용으로 이식된 게임들은 마치 호화로운 중국 코스요리를 언젠가 먹어 본 기억을 되살리며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인 것 마냥 짜라짜짜짜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뭐 그 느낌 아니까..

‘파이널 파이트’ 외에도 많은 게임들이 콘솔용 게임으로 이식되었는데, 주로 액션, 슈팅 게임들 위주였고 게임기 전용으로만 출시되는 게임들은 주로 RPG 장르나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이었다. 업소에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 있었던 적이 예전에 ‘코에이(KOEI)의 ‘삼국지3’가 놀랍게도 오락실에 있었다. 500원에 30분이었나 했는데, 결국 초고속으로 사라졌다.

콘솔 게임기용으로 이식된 게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일단 딱 보기에도 무척 저렴해 보인다는 것이고(모든 게임이 그랬다기보다는 대부분의 게임이..)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CPU성능이 대체로 좋지 못한 관계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숫자가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 소개하는 ‘파이널 파이트’ 같은 게임도 오락실에서는 한 화면에 5~6명도 넘게 나오기도 하는데, 한 번에 나오는 적 캐릭터가 3명밖에 안 됐었다.

■ 필자의 잡소리
한 동안 탈주 특급에 재미를 들려 점심 시간마다 ‘일탈에서의 자유’를 맛보았던 필자에게 엄청난 몽둥이 찜질을 선사해 준 추억의 게임 ‘파이널 파이트’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이식되었다. 스마트 폰 게임으로도 출시된 것 같으니,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와리가리’의 불꽃 같았던 그 때를 추억 해보자.

   
 [파이널 파이트 앱]
그런데 나이가 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와리가리’가 중간에 계속 실패하는 것을 경험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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