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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38]여성판 페르시아 왕자 ‘질오브더정글’기본구조 쏙 빼닮은 게임, 남초 액션에 반기 ‘여남평등’ 지향 주목
큐씨보이 기자  |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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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5  0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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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액션과 퍼즐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한때 크게 유행한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다.

1989년 ‘애플II’로 처음 출시되어 지금도 그 인기는 대단해서 10여 편에 이르는 시리즈가 출시되었다. 역시 유명한 게임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인 영화로의 이식 또한 이루어져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2010)’ 영화도 제작되었다. 게임의 모습을 잘 살려낸 영화로 게임 못지않은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몽환적 느낌의 게임 ‘Jill of the Jungle’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남초 액션에 반기를 들고 ‘여남평등’의 사상을 외치며 홀연히 등장한 새로운 게임이 있었으니, 그 게임의 이름은 ‘Jill of the Jungle’ 이다. 한글로 ‘질 오브 더 정글’ 이라고 불렸는데, 왠지 ‘질’ 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이 주는 어감이 꽤나 성스러운 것이어서 입에 담기 민망해 했던 기억이 난다(그때는 필자도 사춘기였다고!).

어쨌든 꽤나 성스러운 이름의 ‘질’이라는 아가씨가 등장하여 횡 스크롤 액션을 기본으로 다양한 퍼즐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었다. 또한 ‘페르시아의 왕자 여자 버전’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등 그 기본 구성은 ‘페르시아의 왕자’와 많이 닮아 있다. 다만, 필자가 이 게임을 더 좋아했던 이유는 단지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가 아니라 게임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이 꽤나 몽환적이었다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에픽 게임즈(Epic Games) 하면 이런 느낌?]
게다가 이 게임의 제작사는 그 유명한 ‘에픽게임즈’다. 회사 이름보다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엔진 이름(언리얼)으로 더 유명한 회사이기도 하다. 대작 게임들 중에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서 만든 게임이 많다.

물론 그 유명세만큼의 비싼 엔진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에픽게임즈’의 홈페이지에 가면 (http://epicgames.com/community/epic-20th-anniversary-commemorative-soundtrack/) ‘에픽게임즈 20주년 기념’으로 게임 사운드 트랙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사운드 트랙 중 2번 곡이 ‘질 오브 더 정글’에 쓰였던 곡인데, 한 번 들어 보시기 바란다.  
   
[주인공 아가씨 : ‘질’]
필자가 좋아하는 음악에 가까운 느낌이다. 뭔가 졸린 것 같으면서도 잠을 자면 안 될 것 같고, 깨어 있지만, 깨어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의 이런 음악을 ‘사이키델릭’ 이라고 하기도 한다. 필자는 야간에 작업할 때 멀게는 ‘도어즈 (The Doors)’의 ‘Light My Fire’부터 최근에는 ‘MGMT’의 ‘Kids’를 즐겨 듣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은 ‘약빤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약 빨고 그린 웹툰’이라던가 ‘약 빨고 쓴 글’이라는 표현을 종종 보게 된다. 쉽게 얘기해서 ‘약 빨고 만든 노래’라고 보면 될 듯하다. 물론 더 심오하고 복잡한 계보와 디테일한 분류가 있지만, 쉽게 생각하자. 그냥 이런 느낌이라는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아직 ‘MGMT’의 ‘Kids’를 한 번도 안 들어 봤다면 한 번 들어 보시기 바란다.

■ 동상이몽, 비슷한 게임 ‘The vinyl goddess’
필자가 이 게임에 빠져들 무렵 주위에 친구들에게도 추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싶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차마 ‘질’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참 뭣해서 ‘야! 수영복 입고 나오는 여자가 페르시아 왕자 같은 그런 게임 해봤냐?’라고 물어 봤더니 친구 놈도 ‘어! 요즘 나도 그 게임 하고 있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한창 게임 얘기를 하면서 뭔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어느 날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어서 친구 놈에게 “너네 집 가서 한 번 해보자”하고 찾아가서 본 친구의 PC에 떠 있는 게임 화면은..
   
[야 임마! 이 게임이 아니잖아! 하지만, 좋긴 하다. - The vinyl goddess]
친구가 하고 있다는 게임은 ‘The vinyl goddess’ 라는 게임으로 게임을 해보면 진행 방식이 ‘질 오브 더 정글’과 많이 흡사하다. 그렇게 필자와 친구는 한 동안 다른 게임을 두고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꽤 통했다).

■ 액션과 퍼즐의 교묘한 조합, 왕자의 청혼 받아들여 
이 게임은 1편이 나오자마자 바로 2편, 3편이 출시되었는데, “밥 먹고 게임만 만들었는지 왜 이렇게 빨리 출시되느냐”며 궁시렁거리면서도 결국 3편 다 엔딩을 보았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은 별로 출시된 것이 없다. 그런데 ‘툼 레이더’가 다시 그 계보를 이어 받았다. 심하게 과장해서 얘기하면 ‘툼 레이더’는 ‘질 오브 더 정글’ 게임을 3D로 바꾼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 게임 역시 액션+퍼즐이 잘 조합되어 있는 게임이다.
   
[시리즈 3편 - Jill Saves The Prince]
‘질 오브 더 정글’ 게임은 무려 3편이 거의 동시에 출시되었는데,
Jill of the Jungle : Epic MegaGames, Inc. 1992
Jill of the Jungle2 - Jill Goes Underground : Epic MegaGames, Inc. 1992
Jill of the Jungle3 - Jill Saves the Prince : Epic MegaGames, Inc. 1992
제작사 소개를 보면 ‘Epic MegaGames’로 나와 있는데, 지금의 ‘Epic Games’는 그 당시에 ‘Epic MegaGames’였다. ‘Mega’ 단위를 넘어서 어느덧 ‘Tera’ 단위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에서 보면 이름에서 ‘Mega’를 뺀 것은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에픽게임즈 20주년 기념]
시리즈 3편의 부제는 ‘Jill Saves the Prince’인데 말 그대로 왕자를 구하러 가는 게임이다. 아마도 ‘페르시아의 왕자’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은 작명이다. 엔딩 장면에서는 결국 왕자를 구하고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주인공 ‘질’ 역시 로열패밀리가 된다는 신데렐라식 꿈은 이루어진다 스토리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주인공이 왕자의 청혼을 물리치고 ‘너 따위가 나를 넘보다니! 개의 자식과 호랑이의 자식은 결혼할 수 없다!’ 라고 일갈하던 관우의 기백을 보여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필자의 취향과 관계없이 ‘질’은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였나 보다.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4편이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같은 해에 3편을 동시에 발매할 거였으면 애초에 1편으로 만들 것이지 왜 이렇게 잘라 놓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각 편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은 상당히 긴 편으로 스토리 설정상 시리즈를 나눈 것도 이해는 간다.
   
[시리즈 2편 - Jill Goes Underground]
게임의 그래픽은 그 당시 기준으로도 크게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개발새발할 정도의 그래픽도 아니었지만, 뭔가 상업적으로 전문가의 느낌이라기보다는 꽤 실력 있는 아마추어 개발자의 느낌이 들 정도로 비교적 단순하며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도 이 게임은 상업용으로 출시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PC통신게임 자료실에 ‘쉐어웨어(Shareware)’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 버전은 본격적인 ‘프리웨어(Freeware)’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그 당시에는 ‘프리웨어’나 ‘쉐어웨어’나 다 같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고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쉐어웨어’는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해 보고 구매 의사가 있을 경우 지불하는 형식이다. 일종의 ‘트라이얼’ 버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다만, 그 당시의 ‘쉐어웨어’ 게임들은 지금의 ‘트라이벌’ 버전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행이 불가능하다던가 기능의 제한이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배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몇몇 제품들은 지금의 ‘트라이얼’ 버전과 같은 방식이었지만, 이내 크래커들의 공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당시에 ‘Razor’라는 크랙 그룹이 유명했는데,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WAREZ’의 기원과 그 중 게임 크랙 그룹들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기사를 써 볼 생각이다.
   
 

■ 게임 사운드 카드의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이 게임이 출시된 1992년은 그 때까지 사용하던 ADLIB 사운드 카드에서 본격적으로 상위 기종의 업그레이드가 일어나기 시작할 무렵이다. 필자가 사용했던 ‘옥소리’ 사운드 카드 역시 1992년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돈 많으면 사블 돈 없으면 애드립’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보통 ‘사운드 블라스터’를 줄여서 ‘사블’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지금이야 거의 구경하기 힘들거나 단 돈 몇 만원이면 주고 살 수 있는 게 사운드 카드지만, 그 당시에는 수 십 만원까지 했던 고가의 제품이었다.

   
추억의 ADLIB 사운드카드.출처=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Adlib.jpg
그 당시에는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5~6종의 사운드 카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기존의 ‘ADLIB’ 사운드 카드 외에도 ‘사운드 블라스터’, ‘사운드 마스터’, ‘옥소리’ 등의 사운드 카드 들이 있었다.
   
[사운드 마스터 카드 광고]
그 당시 여러 사운드 카드 중에 ‘사운드 마스터’라는 사운드 카드 역시 친구들이 많이 쓰던 사운드 카드였다. 가격 또한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비쌌던 ‘사운드 블라스터’에 비해 착한 가격으로 ‘ADLIB’카드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국산 사운드 카드 들의 장점 중에 하나로 꼽는 것은 ‘노래방’ 기능의 지원이었다. ‘옥소리’나 ‘사운드 마스터’와 같은 경우 자체 노래방 프로그램 들이 있어서 마이크만 연결하면 신나게 노래방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옆집의 항의로 그렇게 신나게 즐겨 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이 노래방 지원 기능은 꽤나 유용하게 먹혔는지 친척 어르신 분들도 필자의 집에 방문하는 날이면 ‘저거 노래방 되냐?’ 라고 물어 보시곤 했었다(사진 속에 저 은색 마이크 필자도 저 마이크를 썼던 것 같다).

또한 그 당시 사운드 카드의 기본 조건 중에는 ‘게임포트’ 지원이었다. 조이스틱과 같은 별도의 입력장치를 연결해야 하는 경우 별 거 아닌 것 같은 저 ‘게임포트’가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는 꽤나 큰 차별성이었다. 당시에 ‘게임포트’만 별도로 연결 할 수 있는 ‘게임카드’의 가격이 4만~5만원 정도 했었던 것 같다. 비행시뮬 매니아라면 플라이트 스틱을 연결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포트가 ‘게임포트’였다. 간혹 저가의 사운드 카드 중에는 저 ‘게임포트’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지 않기도 했었다. 지금이야 거의 대부분 내장 사운드 칩셋을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별도의 사운드 카드와 그래픽 카드, 그리고 모뎀(나중에는 랜카드-NIC), MPEG-보드, 등이 메인보드에 빽빽하게 꽂혀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게임은 단순한 비주얼과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심도 있는 BGM을 선사한다. 사운드 카드 태동기에 등장한 게임이라 그런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운드이다. 

■ 필자의 잡소리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뭔가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생각하면서 풀어 나가는 게임 진행 방식에 매료되었던 재미가 있었다. 과하게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기대와는 달리)선정적이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중간 중간 퍼즐이 혼합되어 있어 풀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할 것 같은데, 비슷한 게임은 많이 나와 있지만 이 느낌을 잘 살려 낸 게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필자는 새로운 미니 게임을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 중인데 사운드에 꽤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Sound FX 외에도 배경음악을 어떤 것을 선곡하는가에 따라 게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데, 이것은 게임이라는 것이 ‘보이는 게 반, 들리는 게 반’ 이라는 필자의 주관적인 개발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차피 사운드 넣어 봤자 다들 음소거 하고 게임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기도 하다. (사운드 크게 켜 놓고 게임 하는 건 주위에 민폐라고요!)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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