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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개발과정 독립’ 없으면 인디게임 아니다‘핸드메이드 게임’ 대표 김종화씨, ‘룸즈’ 개발 과정 회고 딴죽 칼럼 기고
김종화 객원기자  |  ambitiou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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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14  19: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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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 김종화씨, ‘룸즈’ 개발 과정 회고 딴죽 칼럼 기고

필자는 2005년 인디게임이라는 말도 생소했던 시절,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된 ‘인디 게임 페스티벌(Independent Games Festival)’의 수상작들을 접하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게임의 세계가 있다는 것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이듬해 여름 서울 종로 명륜동의 하숙집에서 더위와 싸워가며 만든 게임 ‘팔레트(Palette)’와, 그 다음 해 학교에서 밤새워가며 만든 게임인 ‘룸즈(Rooms)가 IGF 학생부 최종심(finalist)에 오르면서 운 좋게도 남들보다 일찍 인디게임씬에 뛰어들게 되었다.

지금의 스팀(Steam)이나 모바일 같은 마켓은 고사하고, 막 디지털 다운로드가 GDC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알 법한 대표적인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재야 고수로 있었고, 한국에서는 더더욱 비슷한 짓을 하는 사람을 찾기가 손꼽을 만큼 찾기 어려운, 되돌아보면 재미있었지만 참 외롭게 게임을 만들던 시절이었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바야흐로 인디게임의 시대처럼 보인다. 록스타 인디개발자들도 많고, 한국에서도 각종 게임잼과 인디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개발툴은 훨씬 쉽고 강력해졌으며,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경로도 훨씬 많아졌다. 심심찮게 인디게임을 만들고 있는 누구누구의 게임이라는 글들이나, 인디게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학생들의 질문도 자주 보인다.

그런데 필자는 인디게임이라는 말에 딴지를 좀 걸고 싶다.

   
출처: http://thecolorless.net/posts/61036
‘인디’이라는 말은 뭔가 쿨해 보인다. 기존의 자본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의 영혼에 이끌려 열정으로 만들어낸, 개발자의 혼이 담긴, 저항적인 창작활동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무엇을 ‘인디게임’이라고 또는 ‘인디게임’스럽다고 말할 때, 이는 대체 어떤 게임을 말하는 걸까? 저예산 소규모 개발? 기발한 (또는 엉뚱한, 생뚱맞은) 메카닉? 독특한 (또는 저렴한) 아트 스타일? 이러한 특징들이 소위 성공적인 인디게임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게임에 뭔가 쿨해 보이는 ‘인디게임’ 딱지를 붙이기 위해선 위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걸까?

   
출처: http://www.castlecrashers.com/
하지만, 모든 ‘인디’ 게임이 기발한 메카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독특한 아트 스타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예산 소규모 개발인 것도 아니다. XBLA의 오랜 히트작인 ‘캐슬 크래셔(Castle Crasher)’는 스타일리쉬하고 아기자기한 아트와 코믹한 연출이 인상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코어 메카닉은 사이드스크롤 아케이드 액션 게임의 기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캐슬 크래셔’는 성공적인 인디게임의 사례에 빠지지 않는다.

   
▲ 저니. 출처: http://thatgamecompany.com/
지난해 올해의 게임에도 선정되며 수많은 호평과 존경을 한몸에 받은 댓게임컴퍼니(thatgamecompany)의 ‘저니(Journey)’는 어떨까? 만남과 헤어짐, 목표를 향한 노력과 시련 등 한 사람의 인생의 굴곡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풀어내어, 게임으로서만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은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3대 콘솔 플랫폼 홀더 중의 하나인 소니(Sony)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개발되었다. 이것이 이 게임에 인디게임 인증마크를 붙여주는데 실격 사유가 될까? 여기저기서 성공한 인디게임으로 자주 언급되는 ‘저니’지만, 댓게임컴퍼니는 최근에야 소니와의 계약 종료 이후 독립 개발사로 전향한다고(going independent) 선언했다.

그럼 ‘인디게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 다큐도 만들어진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이야기. 출처: http://buy.indiegamethemovie.com/
필자는 '인디게임'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적(being independent)’이라는 것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무엇이 독립적이었는지 아닌지 하는 것은 그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떤 게임(또는 무엇이든)을 만들면서 하는 수많은 결정들(코어 메카닉, 아트 스타일, 시나리오, 비즈니스 모델, 타겟 유저, 가격 책정…)에 대해서 내가 다른 무엇(그것이 투자자든, 퍼블리셔든, 잠재적 유저든)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를 말한다. 자연스레, 그 과정이 독립적이었는지 아닌지는 그 게임을 만든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의 몫이다.

   
▲ 필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개발에 참여한 ‘더 맨션: 룸즈의 퍼즐'
이쯤에서 필자의 (가슴 아픈) 일화를 꺼내놓고 싶다. 필자는 인디개발자의 길을 걸어오며 성균관대학교 재학 시절 만든 게임 ‘룸즈(Rooms)’의 상용 작품을 두 편 만들었다. 첫 작품인 ‘룸즈(Rooms: The Main Building)’을 개발하는 과정은 독립적이었만, 똑같은 게임을 개발하였더라도 그 속편의 개발 과정은 독립적이지 못했다.

지난 약 2년 반의 시간동안, 필자는 한국의 한 콘솔게임 개발협체와 협업하여, ‘룸즈’의 후속편을 만들었다. 시작은 좋았다. 뛰어난 실력의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 작곡가 분들과 협업하며, 원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했고, 약 1년 후에는 어디든 내놓을만한 버전지 만들었다(실제로 이 시점에 만든 버전은 LG의 스마트폰 마켓에 출시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협력사가 한 회사에게 모바일 버전의 퍼블리싱을 맡기게 되면서, 퍼블리셔가 게임을 무조건 F2P(free to play)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룸즈’ 같은 솔루션이 제한된 형태의 퍼즐 게임에서 F2P로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 자칫 이 게임이 가진 장점마저 해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미 그 시점에서 협력사에게 개발비를 지급하는 건 필자가 아니었고, 결국 퍼블리셔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 괴로운 1년 반의 개발 기간이 더 걸렸고, 게임은 결국 ‘룸즈’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결과는? 첫 몇 주간 200만 다운로드와 한국 구글 플레이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었지만, 결국 풀지 못한 문제인 인앱 결제 디자인 모델로 인해 이 게임은 ‘착한 무료게임’이라는 웃픈 칭찬을 듣게 되었다.

   
▲ ‘더 맨션: 룸즈의 퍼즐'의 아이템 상점. 그러나 공략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구!
만약 ‘룸즈’의 후속작을 독립적으로 만들었다면 절대 저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퍼블리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출시가 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는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만약 원래 의도대로 페이드(paid)모델로 갔다면 어땠을지를 지금 와서 되새겨봐야 아무 의미 없다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것 같았던 F2P화 과정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덜했을 거라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기존 협력사와 함께 엇나간 ‘룸즈2’를 원래 의도대로 되돌려놓고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잘못된 시장 예측과 투자자-퍼블리셔의 입김, 사장님의 취향, 사내 정치 등 수많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산으로 간 게임이 얼마나 많았을까(애도…)? 오래 전, 2006년 IGF의 세뮤스 맥널리 대상(Semus Mcnally Grand Prize)를 수상한 ‘다위니아(Darwinia)’를 만든 인토로버전(Introversion) 팀의 수상소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We didn’t want publishers because we didn’t want them to fxxx up our game.”

(우리는 퍼블리셔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우리 게임을 망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이 인디개발자를 꿈꾸고 있다면, '인디게임'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게임개발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종화 객원기자 ambitiousk@gmail.com

   
 
■ 김종화(LudoSmith)는?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에서 수학하며 핸드메이드 게임(HandMade Game)을 설립하여 두 개의 퍼즐 게임 ‘플래트(Palette)’와 ‘룸즈’를 만든 후, 제노바첸에 꽂혀 USC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게임즈(Interactive Media & Games)에 대학원 과정에 유학을 갔다.

USC에서 유학 중, ‘룸즈’의 후속작 ‘더 맨션(The Mansion)’을 원격으로 디렉팅하여 출시하고, 졸업 작품으로 ‘스페이스 마에스트로(SPACE MAESTRO)’라는 우주창조 시뮬레이션을 게임 아트를 만들었다. 현재는 졸업 후 귀국하여 다시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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