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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빨간마후라' 하나, 열 애니메이션 안 부럽다[리뷰] 엔펀 개발 비행슈팅게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연상시키는 감성적 그래픽
황인선 기자  |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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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7  09: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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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기자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남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 나왔던 터프한 로맨티스트 정우성도, ‘트로이’의 남성미 넘치는 브래드피트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잘생긴 CG 원빈도 아니다. ‘하울은 움직이는 성’에 나온 하울이다.

잘생긴 외모와 댄디한 목소리, 약간은 철없지만 모성애를 자극하는 성격은 지금 봐도 설레는 조합이다. 당시 하울 때문에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보기도 했으니, 그는 기자에게 2D 첫사랑(?)이나 다름없다.

   
 
꼭 10년이 지난 지금, 어린 짐승남들에게 눈이 멀었던 기자에게 이런 풋풋한 첫사랑의 향기를 불러일으킨 게임이 있다. 바로 엔펀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빨간마후라 for Kakao(이하 빨간마후라)’이다. 3D 비행슈팅게임 ‘빨간마후라’는 슈팅의 짜릿함과 함께 무한 질주의 쾌감, 그리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은 ‘빨간마후라’의 큰 매력포인트 중 하나로 여타의 슈팅게임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마음으로 아련아련하게 ‘빨간마후라’의 매력을 살펴보자.

■ 게임을 넘어 애니메이션 수준, "잘 만든 게임 하나 열 애니메이션 안 부럽다"

사실 ‘빨간마후라’가 출시되기 전, 인터뷰를 통해 PD와 기획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새삼 느낀 것은 리더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양준영 팀장은 ‘빨간마후라’의 메인 PD이다. 회사나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기자가 만났던 PD는 대부분 개발자나 기획자 출신이었다. 하지만 양 PD는 독특하게도 그래픽 전공이다.

그래서인지 ‘빨간마후라’의 그래픽은 인상적이다. ‘잘 만든 게임 하나, 열 애니메이션 안부럽다’는 말이 떠올랐다. ‘빨간마후라’는 게임을 넘어서 애니메이션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 PD는 “카툰랜더링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느낌을 살렸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색감과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 속도감을 주기 위해 바닥에 애니메이션 흐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결과, ‘빨간마후라’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향기가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빨간마후라’가 적극 활용될 수 있는 장면을 꼽자면 전쟁에 참여하기 싫어 설리반 선생에게서 하울과 소피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이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

둘 다 따뜻한 색감을 사용했고, 애니메이션에서 그들이 비행기를 타고 도망친다는 공통점 때문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빨간마후라’ 속에서 슈팅게임 특유의 성질을 통해 애니메이션 추격신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함을 자연스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슈팅게임과 가장 큰 차별성이기도 하다. 기존의 슈팅게임은 기체를 습득하고 강화해 적을 쳐부수는 쾌감에 초점을 둔 경향이 있다. 시점 역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이 익숙하고, 심지어는 게임 이름도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빨간마후라’에서는 뒤에서 쫓아가는 시점으로 전투의 긴박함을 느낄 수 있으며, 기체의 무한질주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이 재미 포인트이다.
   
 
   
 

작지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름과 게임 분위기의 부조화이다. ‘빨간마후라’는 공군의 상징이다. 따라서 비행슈팅게임에 ‘빨간마후라’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시크한 도시 여성처럼 생긴 외모지만 이름은 순박하면서 귀여운 ‘순규’라면 외우기 쉬울 수는 있어도 매칭하기가 어렵다.

‘빨간마후라’는 일반적인 비행슈팅게임의 감성보다는 조금 더 아기자기하다. 음악도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마을 축제에서 나올법한 화사한 느낌이다. 심지어 펫을 뽑을 때에도 성의 없이 돌아가는 룰렛을 돌리는게 아니라, 나무문을 세 번 두드려야 한다. ‘빨간마후라’보다는 오히려 감성적인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행슈팅 장르는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는 만큼, 많은 게임이 나왔고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빨간마후라’ 역시 정통 비행슈팅 장르의 공식을 지킨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게임 중 하나다.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신선한 도전을 한 ‘빨간마후라’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비행슈팅게임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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