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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게임16] 허허벌판에 섰지만 인디가 행복한 이유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6. 장석규 ‘야생과 동물원’
장석규 객원기자  |  k2e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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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1  00: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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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6. 장석규 ‘야생과 동물원’

아프리카 대초원을 누비는 야생의 동물들은 언제나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만 무척이나 자유롭다. 언제나 배고픔에 대한 걱정과 자리 싸움, 천적들에 의한 위협이 존재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제약이 없다.

그에 반해 동물원 안의 동물들은 자유롭진 않지만 생존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다. 제때가 되면 음식이 제공되고 아픈 곳이 있으면 수의사들이 정성스레 치료를 해준다. 하지만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행동만 해야 하는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진다.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이다.

   
<그림 1: 야생과 동물원>

지난해 2월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대략 1년 반 남짓의 시간을 인디게임개발자로 살았다. 그렇게 보내보니 현실의 인디가 야생, 과거 회사에 다닐 때를 동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회사에 있을 때는 생존의 걱정은 없는 반면 뭔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억눌림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의 인디개발자 생활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대신 생존을 위한 배고픈 몸부림은 옵션이지만.

우선 동물원의 생활, 즉 회사 생활은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우선 꼬박꼬박 정해진 날에 월급이 나온다. 그 소득에 맞게 지출을 계획하며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들도 지를 수 있다. 따로 세금을 낼 걱정도 할 필요 없고 은행에서 대출도 무리없이 진행된다.

개발 중인 게임이 출시되고 매출이 좋으면 인센티브라는 것도 받을 수 있단다. 또 회사가 상장하면 스톡옵션과 같은 보너스가 나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생존에 관련된 금전적인 것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적절한 통제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엄수해야 하고, 회사 내규에 맞게 정해진 업무만 진행해야 한다.

개발 중인 게임 프로젝트가 출시가 임박하면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불사해야 한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위에서 내려온 기획에 맞게 게임을 개발하다보니 이게 누구의 게임인지도 모르겠고 하루가 다르게 기획이 변경되어 내려와서 게임을 뒤엎기 부지기수. 그렇게 고생해서 게임이 출시했다 쳐도 재주는 개발자가 부리고 돈은 상급자들이 가져가는 것 같고… 모든 열정과 시간과 체력을 식품처럼 소모시켜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느낌이다.

반면 인디개발자가 되고 나서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못했던 일들을 많이 했다. 우선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으니 늦잠도 많이 자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밤새 게임개발에 몰두하기도 하고 개발이 잘 안되는 날은 “오늘 놀러가기 좋은 날씨야”하고 밖에 나가 놀았다. 회사에 있을 때는 왠지 꺼렸을 것 같은 각 매체의 인터뷰도 하고 학교에서 강연도 했다. 평소에 낯을 많이 가려 개발자들 모임에도 별로 나가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인디개발자가 되고 나서는 그런 개발자들과의 교류가 재밌어서 빠짐없이 나가려고 노력한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만화그리기도 게임웹진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연재를 시작했고 이렇게 게임톡에서도 인디개발자들과 함께 기고글도 쓰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때면 항상 게임 개발의 이유로 “바빠서 못해요”라는 뻔한 변명으로 거절했을 일들을 인디개발자가 되니 별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게 다 모든 시간을 내 자신이 쓸 수 있는 제어권을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뭔가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벌이는 녹록지 않고 현실은 생존과의 싸움이다.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 출시 목전에 오는 한두 달 전에는 꼭 보릿고개, 매출 절벽의 낭떠러지 앞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러다 게임에 출시되면 그 위험은 좀 사그라들지만 몇 달 뒤 다시 생존의 위협이 반복되는 그러한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느낀 1년 반 동안의 야생의 인디생활은 11년의 회사 생활보다 값지고 알차다. 회사에 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있다 보니 막연한 안정감에 기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인디의 세계는 모든 일을 혼자 다 처리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경험은 100% 내 몫이다. 게임으로 치면 보스몹을 혼자 잡고 경험치를 혼자 다 차지해서 레벨업을 하는 형국이랄까?

   
<그림 2: 회사와 인디개발 작업환경 변화>

야생과 동물원에 대해 어느 곳이 절대적으로 더 좋은 곳이라 말할 수 없다. 누구는 야생의 생활에 어울릴 수 있을 것이고 누구는 적절한 통제의 회사 생활이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회의 성공의 개념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돈을 많이 벌고 노후를 안정적으로’라는 획일화된 공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누구나 그 길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게임 산업 측면에서 보면 아직 정년이 된 개발자가 없을 만큼(많아봐야 40~50대 개발자들이 있을 뿐) 산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소위 안정된 직장이라는 타이틀이 게임회사들에게 어울릴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모두가 좋은 회사의 괜찮은 경력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야생을 필드로 뛰어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정해진 시장의 시선을 따라갈 필요도 없을 뿐더러 억지로 참으며 회사생활을 할 필요도 없으니깐.

개인적으로 꼽는 야생의 인디생활의 좋은 점으로는 회사라는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내 스스로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상황에 따라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회사의 사정에 기대지 않고 평생 직업으로 노후를 게임개발로 마무리하는 것은 게임개발자로서 가장 큰 영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회사생활에 지쳐 야생의 인디생활을 꿈꾸는 개발자가 이 글을 본다면 조금만 더 용기를 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생각보다 현실은 무섭고 매몰차게 냉정한 야생이지만 그만큼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속된말로 잘 안되면 다시 회사 들어가면 되니깐 너무 겁먹지 말라고.

한경닷컴 게임톡 장석규 객원기자 k2ever@naver.com

   
 
■ 장석규는?

도톰치게임즈 대표로 2000년도부터 온라인게임 개발에 참여해서 대부분 게임기획자 생활을 했다. 2009년부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iOS 앱스토어에 ‘리버스 오브 포춘’을 출시했다.

최근 ‘소서리스 오브 포춘’까지 총 5개의 게임을 만들며 포춘시리즈라는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는 1인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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