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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이진 화백,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을 만나다[박명기의 굿모닝]세계 패션계 극찬한 한복 전도사 이혜순
박명기 기자  |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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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02  11: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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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의 굿모닝] 이진 화백,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을 만나다

'한국이 지켜내야할 보물' 세계 패션계 극찬한 한복 전도사 이혜순

이진, 우연히 본 담연 작품에 큰 감명...한복의 미 주제 첫 개인전 
“홀대 받는 한복 안타까워”...'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엔 노코멘트
 

한 남자가 생애 첫 개인전시회를 연다. 화폭 속에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에서나 봄직한 곱디고운 한복 차림의 고혹적인 여성 모델이 등장한다. 남자는 어느날 잡지의 표지로 실린 한복 입은 여인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그 옷을 만든 이를 수소문 끝에 찾았다. 알고 보니 20년간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한복을 한땀 한땀 만들어온 장인이었다. 또 영화 ‘쌍화점’과 ‘스캔들’의 의상제작자였고, 지난해 서울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세계 각국 영부인에게 한복의 멋을 선보여 찬사를 받은 ‘명품 한복’의 대가였다. 경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이진 화백과 한복 디자이너 담연(潭蓮) 이혜순씨 얘기다. 이 교수는 오는 19일부터 이달말까지 전시회를 연다.‘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다. 두 사람이 '한복'을 주제로 서울 청담동 ‘담연’에서 만났다.  

■ 20년 외길, 영화 ‘쌍화점’ ‘스캔들’ 의상 맡아
이진:
3월 초쯤 대학 시절부터 고민해왔던 한국적 주제를 갖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때 우연히 한 잡지(Vogue)를 보게 됐다. 한복을 입은 여성모델이 표지를 장식했다.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을 통해 20년 동안 한복만 만들었고, 영화 ‘쌍화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의상제작자 담연 선생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담연: 그림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짬날 때마다 전시회를 보러 간다. 이 교수님이 제 한복을 소재로 한 그림 작업을 제안했을 때 기뻤다. 

이진: 제 그림은 사실적이다. 원본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매치하는 작업이다. 우려스러웠던 것은 담연 선생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였다.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
담연: 전시회 출품작을 보니 눈에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가볍지 않으면서도 옷에 대해 '다른 느낌'을 덧입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 옷은 제가 잘 안다. 옷에 뭔가 기묘한 ‘힘’이 실려진 것 같아서 좋다.   
이진: 전시회 타이틀을 지을 때 담연이란 호가 ‘연못에 핀 연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타이틀로 정한 미당 서정주님의 시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과 딱 어울렸다. 마음에 드시는지?
담연: 담연이라는 호는 남편한테 받았다. 어느날 ‘담연’하고 부르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중국 시인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이라는 시 글귀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를 좋아하는데 ‘남편이 나를 평가하는 게 이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수님이 타이틀에 대해 얘기해줬을 때 깜짝 놀랐다. 너무 마음에 든다. 

 원본 한복 사진


이진 화백의 전시회 출품 사진.

■ 자연을 품은 한복 ‘오트쿠튀르’ 담연
담연의 작품은 ‘한복의 오트쿠튀르’로 통한다. 오트쿠튀르란 프랑스의 ‘고급의상점’을 가리키는 말로 고급 맞춤복을 일컫는다. 그는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입는지를 고려하고, 체형을 배려하고, 보이지 않는 속옷에서 보여지는 치마, 저고리, 노리개 등을 각 분야 장인들에게 맡겨 디자인하고 한땀 한땀 침선(바느질)한다.
이진: 담연의 옷은 원단, 소재가 자연친화적이다.
담연: 제 옷엔 누에꼬치, 면실, 나무껍질 등 자연에서 얻은 식물섬유 소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재는 역할에 맞게 배분된다. 한복이 아니라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진: 담연 옷에서 단색의 담백함이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자연'인 것 같다. 저도 ‘天地人의 어울림’을 테마로 10년 넘게 디자인작업을 해왔다. 회화로 전환한 이유 또한 자연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담연 한복 원본 사진과 이진 화백의 작품(아래)

 담연: 한복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품 안에 껴안는다. 거기서 해결이 다 된다. 봄 여름 가울 겨울, 계절감도 함께 간다. 좋은 소재를 쓰고 기본에 충실하면 귀한 옷이 나온다.
이진: 2010년 ‘C20 패션쇼’ 때 다이애나비 옷 디자이너 지밀 이펙치와 명품 브랜드 미소니 그룹의 빅토리오 미소니 회장으로부터 각각 “한국이 지켜내야 할 보물같은 존재”와 “당신은 살아있는 예술”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어땠나?
담연: 저한테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복이란 옷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였다.  
이진: 생활사박물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 적이 있다. 시대별 의복 고증이 까다롭더라.
담연: 고증이 기본이다. 한복이 5000년이 되었지만 벽화, 글, 그림 이외 유물로 남아있는 건 고려시대 10점 정도고, 나머지는 매장문화로 유물이 많은 조선 이후다. 발굴된 미인도, 풍속도 속의 여인네 옷을 그대로 만들어보곤 한다.
이진: 가령 '미인도'의 선은 대충 그은 선이 아니더라. 선 하나에도 장인의 혼이 배어 있다.
담연: 맞다. 놀랍게도 '미인도'는 건드릴 게 없다. 기가 막히게 비율이 맞는다. 아름다움과 안정감은 결국 비율이다. 저고리나 볼륨감도 딱 맞아떨어진다. 이 교수님의 그림이 원본에 배경을 넣음으로써 힘을 주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담연 네 식으로 돌려봐' 하는 부분은 디테일한 색 정도다. 저고리의 깃 하나도 큰 차이로 느껴지게 된다.

 ■ "한복이 불편하다구? 입어보면 너무 편한 옷"
이진:
대학 때 한국적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탱화나 불화 같은 그림과 저채도로 가라앉고 무겁지 않은 한국 색 등이다. 지도 교수님이 저더러 '한복을 입고 다녀봐라'고 했다. 생활화하고 습관화하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가슴에 와 닿았는데 실제로는 어렵더라.
담연: 단지 시선이 어색해서일 것이다. 기모노는 한번 입는데 시간 정말 많이 걸린다. 이에 비하면 한복은 정말 편한 옷이다. 올곧게 지은 옷을 입어보면 선인들의 멋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고개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도 펴지고 자존감이 생긴다.


이진: 어떤 의미의 자존감인가.
담연: 한복 디자인은 정말로 독특하다. 한복은 한복이다. 입는 것 자체로 감동을 받는다. 옷을 통해 또다른 나를 만나게 해준다. 한복은 거의 예복이다. 주인공의 역할, 보조 출연의 역할이 나눠져 색을 조절한다. 
이진: 다른 나라 옷을 기준으로 라인과 편리 등을 평하는 것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담연: 맞다. 젊은이들이 한복의 멋과 매력을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조금 덜 젊은 축도 마찬가지다. 근대 이후 일제와 6.25, 미군정을 거치면서 50년 가까이 '한복문화 단절기'가 있었다. 그래서 먹고 살기 바쁜 세대들은 '우리 것 별것 아니야. 형식적이야'라고 말한다. 한지나 한식, 한복 등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제대로 승계되고 전달되지 못했다. 

담연은 지난 4월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한국 최고의 호텔에서 출입금지를 당해 뜨거운 핫이슈의 주인공이 되었다. 호텔측도 사과하고, 사장도 직접 찾아와 머리를 숙였다. 당시 “사과를 받아들이고 개인적으로 용서했으나, 신라호텔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담연은 이 대목에서 “언론보도에 나간 이야기 그대로다.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그 일은 담연 개인적인 수치라기보다 한복이라는 전통문화에 대한 홀대와 무지에 대해 수치를 느꼈을 법하다. 

■ 영화와 한복, 한복과 그림이 사랑에 빠졌을 때
담연은 몇 편의 영화의 의상제작자를 했고 대종상 의상상도 수상했다. 한국적 조형미에 관심이 많은 이 화백은 이번에 한복을 화폭에 옮겼다. 두 사람은 이런 크로스오버 작업을 통해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이진: 한 작품에 얼마나 걸리나?
담연: 저희 가게의 바느질팀은 10명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을 함께 보냈다. 제가 아주 까다롭다. 한 작품에 2개월 정도 걸린다. 원단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원단을 보면 치마 저고리감인지, 속곳감인지 바로 결정된다. 이후 모델의 키에 맞춰 치마라인 등 치수를 정하고, 몇폭으로 할까가 결정되면 바느질, 염색, 건조 세척, 주름, 말기달기로 이어진다.


 이진: 영화 쪽 일을 하시면서 느낀 점은 뭐였나.
담연: 한복을 짓는 데는 제가 선장이지만, 영화에서는 감독이 선장이다. 저는 의상팀의 일원일 뿐이다. 그렇지만 매번 시대극 사극을 할 때 제가 주문하는 게 있다. 감독들에게 반드시 '한복을 입어봐야 한다'고 권한다. 그러면 선입관이 바뀐다. 한복은 정말 보여줄 게 많은 옷이다. 감정 몰입이나 고조시 역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이진: 저도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단순한 데생이라도 하얀 물체를 화면에 담았을 때 누구나 봐도 안정이 되고 보기 좋은 그림이 있다. 17년 정도 그림을 그리다 보니 깨달음이 생기더라. 전에는 부분적 요소에 집착했는데 이제는 크게 보게 된다.
담연: 이 화백의 화폭에 담긴 한복 모델의 모습이 원본보다 차분함과 안정감을 준다.
이진: 작업을 하면서 한복에 푹 빠졌다. '담연선생 오마주'(존경하는 작가에 대한 헌정)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일방적이 아니라 감성을 가미한 큰 흐름일 수밖에 없지만... 제가 중점을 둔 것은 한복도 한복이지만, 한국의 여인에 대해 관심이 컸다. 여인에게 결부된 한복, 누나같고 어머니 같은 포용력있는 모습을 매치시키고 묻어나게 하고 싶었다. 뒤의 배경은 전통 민화에서 새와 꽃을 그린 화조도(花鳥圖)가 주다.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서민적 소망을 담아본 것이다.
담연: 여러 장르가 섞이는 묘미는 새로움인 것 같다. 저의 경우 재미있는 건 영화 시나리오를 받으면 옷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보이고, 음악에 몰입하다보면 옷으로 음악이 보여진다. ㅎㅎ
이진: 앞으로도 '명품한복'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후계자를 열심히 키워달라.                           글 사진=박명기 기자


외국인들 “한국이 지켜내야 할 보물같은 존재”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은?

 이혜순은 늘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우리옷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유명하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한반도-명성황후' '쌍화점' 등의 의상제작과 G20 정상회의에서 한복을 소개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창밖의 남색 한복을 입은 여인-알고보니 어머니-에 매료돼 한복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4회에 걸친 패션쇼를 통해 “한국이 지켜내야 할 보물같은 존재”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Vogue, GQ, Style. H, Brokore 등 국 내외 다수 패션지에 소개됐다. 

이진 화백은?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단체전 및 초대전, 국제전 등에 50여회 출품했다. 저녁 노을, 산의 형태, 탱화 불화의 오방색 등 한국적 조형성을 추구해왔다. 개인전은 지난해 5월 거제도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적이 있지만, 공식적인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미술협회 디자인분과 위원, 인천산업디자인협회 시각디자인분과 위원장으로 있다. 

일간경기 20110811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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