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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 부러움과 불편함올해 10회, ‘게임’이란 선택지-소통의 창구로 부러움, 불편한 사진 한 장
황인선 기자  |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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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4  09: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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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6살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외할머니는 기자가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른손과 오른쪽 다리를 전혀 못쓴다. 그래서 ‘장애인’이란 단어는 기자에게 가깝고도 먼 단어다.

그래서 9월 2~3일 이틀간 넷마블이 주최하는 ‘제10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는 기자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10년 넘게 진행된 행사지만, 기자는 올해 처음 참가했다. 기자로 참석했지만, 동시에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가진 손녀의 입장에서 부러움과 약간의 불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넷마블의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싶다. 미리 경고(?)하자면 지금까지의 칼럼이 주관적인 측면에서 그냥 커피였다면, 이번 칼럼은 T.O.P다.

# 부러움 하나, ‘게임’이라는 선택지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 현장의 모습은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3~4명이 파티를 맺고(?) 서로 손에 어깨를 얹고 기차놀이를 하듯 행사장을 누비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된 팸플릿이 안내데스크에 놓여있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휠체어에 꼭 알맞은 높이의 책상위에 놓여 있었고, 화면 없이 키보드로만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보호자로 온 학생들의 가족이나 선생님들은 뒤에 서서 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경기 분석도 하고 응원도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의 할머니는 유일한 낙이 TV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대사를 외울 정도로 똑같은 드라마를 또 보고 또 본다.

물론 할머니도 지겨워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이가 여든이 넘은 탓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책도 길어야 한두 시간 정도밖에 읽지 못한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반려동물을 키울 수도 없다. 혹시라도 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배변에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쥐어줄 수도 없는 게, 할머니는 새로운 리모컨 조작조차 버거워한다.

이미 우리 가족들에게 ‘게임’이라는 선택지는 조금 늦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만약 할머니가 게임을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식구들이 모두 나가 텅빈 집에서 외롭게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것보다, 재밌게 게임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 할머니가 게임에 몰입해 매일 밤을 지새우더라도 환영할 것 같다.

# 부러움 둘, 게임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진 이후,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모두 끊었다. 자존심이 세 자신이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다. 아마 칼럼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면 질색팔색을 할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하거나 신기해하는 눈빛이 싫다며,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도 집에 못 놀러오게 한 탓에 속상할 때도 많았다.

지팡이와 휠체어, 보조 받침대 등은 기자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이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이었다. 길거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우리 할머니도 몸이 건강했으면 저랬을까?’라고 상상하곤 했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은 밝았다. 사람들과의 교류에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미담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전북푸른학교 김민 학생은 “게임 속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내가 현실에서 힘들었던 이들을 게임을 통해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회에서 상을 탄 것도 좋았지만, 사람들과 소통했던 과정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할머니가 게임을 했다면, 다른 사람들(어쩌면 비슷한 연령대)과 파티를 맺어 힘겹게 몹을 잡고, 쉬는 시간에 드라마 속 ‘연민정’이 얼마나 나쁜 여자인지 함께 수다도 떨고, 어버이날 손주에게 선물받은 게임 아이템을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훨씬 더 스펙터클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다.

# 약간의 불편함, 자존심 센 할머니를 둔 손녀의 입장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싫다는 할머니의 말 때문인지, 기자는 길을 지나가다가 장애인을 만났을 때 일부러라도 무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이 있다. 별 생각 없이 바라봤지만,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같은 생각에서다.

그런데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와 함께 열린 ‘제12회 전국특수교육 정보화대회’ 행사장에서 약간 충격을 받았다. 신의진 의원이 축사를 끝내고 행사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게임은 아니지만, 장애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스를 소개하며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행사가 시작하기 전, 살짝 둘러봤을 때도 누군가 누워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시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불 하나가 덮여있는 책상 위에서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죄책감도 느껴졌다.

기자로서 신의진 의원이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시연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반드시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사진이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가 누워있고, 모르는 사람들이 연신 플래시 세례를 터트린다고 상상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사진촬영은 모두 사전에 협의가 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시연자 본인 역시 아무렇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기자에게 할머니가 없었다면, 별다른 감정이입 없이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이 역시 행사의 일부이고 기자의 역할은 이를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 센 할머니를 둔 손녀는 무한한 상상력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는 전체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사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며 그동안의 역사와 규모뿐만 아니라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잘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통쾌함,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소통의 중요성,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목적을 이루어냈을 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재밌고도 쉬운 방법이 ‘게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비록 학생이 아닌 기자의 할머니에게는 권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년에 다시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의 현장을 취재를 위해 찾아오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자존심 센 할머니를 둔 손녀로 느끼는 ‘약간의 불편함’도 눈 녹듯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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