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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98]액션 RPG 전설의 발견 ‘블랙드래곤’30년 눈앞 고전게임, 영미판 이름 블랙타이거...갑옷 벗겨지면 탄식
큐씨보이 객원기자  |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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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28  16: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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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년만 더 지나면 출시 30주년(1987년 출시)이 되어가는 고전 게임 중에 ‘블랙 드래곤(Black Dragon)’이라는 게임이 있다. 사실 친구 중에서도 이 게임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친구는 별로 없다. ‘블랙 타이거’라고 알고 있는 친구도 있고, ‘블랙 드래곤’이라고 알고 있는 친구도 있다. 나머지 대다수의 친구들은 제대로 된 게임 이름을 몰라서 이 게임을 얘기할 때 마다 ‘아 그 뭐 있잖아. 앞으로 막 가면서 슝슝슝 막 던지고 점프도 하고..’한다. 아니 그런 게임이 한 두 개인가? 그런데도 말하다 보면 게임을 알아맞히는 것도 신기하긴 하다.

   
[블랙 드래곤]
이 게임의 정식 이름은 ‘블랙 드래곤(Black Dragon)’이지만, 영미판의 경우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블랙 타이거(Black Tiger)’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오락실에도 해적판(기판)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던 때였기 때문에 게임의 이름이 오락실마다 다른 경우도 많았다. 여기서 ‘블랙 드래곤’은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의 이름이다.

소문에 의하면 북미판의 경우 악의 최종보스를 게임 이름으로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주인공의 이름인 ‘블랙 타이거’로 정해졌다고도 한다.

   
[최종보스– 블랙 드래곤]

■ 주인공의 이름 ‘블랙 타이거’, 최종 보스는 ‘블랙 드래곤’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전형적인 영웅물로 이름 모를 어느 나라가 악의 세력인 용(Dragon)에 의해 어둠에 갇히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게 바로 너다. 하는 식의 얼떨결에 떠넘기기 식의 책임 회피적인 게임이다. 그나마 뭐 하나 챙겨주는 것이 있다면 고생 끝에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이라고 말처럼 화면에 이름 이니셜 세 글자 새겨 넣을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그런데 주인공 이름은 ‘블랙 타이거’인데 죽으면 이름을 남겨야 하나 가죽을 남겨야 하나?).

이 게임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블랙 타이거’이고 최종 보스는 ‘블랙 드래곤’인데 다분히 동양적인 용과 호랑이의 막상막하 승부대결의 뜻이 담긴 ‘용호상박(龍虎相搏), 용쟁호투(龍爭虎鬪)’의 개념이다. 이 둘의 대결 구도는 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이나 영화에서도 용과 호랑이의 대결 구도는 가장 많이 사용된 흔한 소재다. 흔한 소재라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거부감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잘 살리면 낯설지 않고 친숙한 소재이고 어설프게 만들면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용이 나타났고 우리는 망했다.]
그 놈의 용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허구한날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에서도 용은 환영 받지 못하는 악의 축 같은 캐릭터로 등장하여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현 세계를 떠나는 비운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게임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대단히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한 이야기이지만, 게임은 역시 액션 게임으로 조작도 액션 게임답게 간단하다. 이동할 때 쓰는 스틱과 버튼 2개(공격, 점프)로 구성되어 있어 용을 잡는데 버튼 2개면 충분한 게임이다. 비슷한 느낌의 게임으로 ‘악마성 드라큐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음침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많이 닮아 있다. 아이템 구성을 보면 갑옷 등이 공격을 받으면 벗겨지기도 하는 등 ‘마계촌’의 영향도 받은 듯 하다(죽을 때 뼈다귀로 변하는 것도..).

   
[단검이 3발씩 나가는 것이 특징]
게임 진행 중 많은 부분이 ‘던전앤 드래곤(D&D)’, ‘AD&D’류의 판타지 RPG에서 봤을법한 장면이 등장하고 무기나 갑옷 등의 방어구를 살 수 있는 상점도 존재하여 굳이 따지자면 단순 액션 게임이라기보다는 액션형 RPG 게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에게 주는 무기도 기존의 게임들이 헐벗고 굶주린 상태에서 온갖 역경과 고난을 해쳐나가는 눈물 나는 영웅 스토리임에 비해 꽤나 선심 쓰듯이 쓸 만한 철퇴와 단검을 무기로 준다. 갑옷도 잘 차려 입고 있다. 무언가 처음부터 가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뿌듯한 기분이긴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것은 그만큼 이 게임이 헐벗고 굶주린 상태에서는 하기 어려운 게임이라는 방증이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이 게임이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원더보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둘 다 횡 스크롤 방식의 액션 게임이고 RPG적인 요소(무기 업그레이드, 상점)들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최종 보스가 용(Dragon)이라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다만, ‘원더보이’는 처음에 팬티 한 장만 입고 출발하는데 갑옷도 방패도 없이 맨몸으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두 게임이 난이도 설정을 어느 위치에 맞춰놨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게임 모두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야 하는데, 이 때는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하여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하나 두 개 주워 보면 서글픈 마음도 드는 것이 것 좀 내몸 바쳐 용사가 되어 뭣 좀 구하겠다는데,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해서 무기 하나 정도는 사줘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운 속내는 드러내지 말자. 어차피 게임 중에 마을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 비치고 어디론가 다 숨어버린 모양이다.

   
[‘아르고스의 전사’]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원더보이’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만, 그 당시 오락실에는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 하나 더 있었는데, 게임 이름은 ‘아르고스의 전사(Legendary Warrior)’라고 알려진 게임이다. 친구들 중에서도 이 게임하고 ‘블랙 드래곤’ 게임을 헷갈려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색감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상당히 흡사하다. 앞으로 쭉 밀려나가는 무기의 모습도 그렇고 아마 20~30년 전에 이 게임을 했던 분들이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 ‘티끌 모아 태산’ 같은 마음으로 동전을 수집하라
액션 게임이라고는 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액션 RPG’게임을 지향하는 이 게임은 RPG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앞뒤 생각 없이 때려부시기만 하고 타이밍만 잘 맞추면 풀리는 게임이 아니라 군데군데 머리를 좀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사실 과장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머리 좀 안 쓰고 해도 게임 끝내는 것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열쇠 어딨나!]
이를 테면 열쇠와 같은 아이템의 존재인데, 게임 중간 중간에 보물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이 열쇠가 필요하다. 물론 상점에서도 열쇠를 팔긴 하는데, 상점에서는 꽤 비싼 섬뜩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그냥 앉아서 돈 버는 길이다 생각하고 열쇠가 있으면 꼬박꼬박 주워모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여기저기 숨겨 있는 비밀장소들]
이 게임에서는 돈 없이 용사가 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뭐 하나를 사려해도 다 돈이고 돈이 없으면 사업하지 말라는 말처럼 돈 벌 재주 없으면 용 사냥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내가 굶으면 열정 남을 굶기면 사기꾼’ 이라는 말처럼 이 게임에서는 굶어도 자기가 굶으니까 용을 잡기 위한 한 인간의 위대한 열정으로 봐줄 수 있다.

돈이 없더라도 게임 중간에 아이템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횡재를 할 수 있는데, 게임 중간에 곳곳에 숨겨진 비밀 장소도 있으니 여기다 싶으면 칼을 던져보기도 했다. 의외의 장소에서 아이템을 발굴하는 재미도 있어서 혹시 여기도? 하는 심정으로 철퇴를 던지고 칼을 던져보기도 했었다.

   
[‘얼음 땡’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땡’ 해주면 돈을 준다.]
그리고 게임 곳곳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 하고 얼음이 되어버린 할아버지들이 있다. 돌 조각처럼 굳어 버린 할아버지를 보니 이 마을은 인간미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각박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저기 할아버지들이 돌로 굳어진 것을 보면 노약자를 우선 보호하고 대피시키기도 전에 지들만 신나게 도망간 모양이다. 그렇게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화를 당한 불쌍한 할아버지를 가볍게 터치하면 어릴 적 자주 하던 ‘얼음 땡’ 놀이에서 ‘땡’ 해주고 풀려난 것처럼 풀려난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마을 사람들에 비해 위대한 열정을 갖고 용 사냥에 열심인 젊은이가 너무나 고마웠던지 잘 굽혀지지도 않는 허리를 굽혀가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약간의 돈을 쥐어준다.

간혹 돈 대신 쓸 만한 물품을 쥐어주기도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타임 리미트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좌측 상단에 표시된 시간처럼 주어진 시간 안에 임무를 마쳐야 하는 촉박함이 있다. 젊은이의 조급한 심정을 헤아려주기라도 한 듯이 시간 연장을 할 수 있는 모래시계를 주기도 한다. 어쨌든 뭐라도 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도록 하자.

   
[역시 돈이 최고지!]
보스를 처치 할 때마다 주어지는 보너스도 두둑하다. 참고로 이 게임에서 화폐 단위는 ‘제니 (ZENNY)’를 쓰고 있다. 그런데, ‘ZENNY’는 실제로 고대 일본에서 쓰이던 돈(금화)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상의 화폐단위라고는 하나 일본의 문화 곳곳에 ‘제니’라는 단위를 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드래곤볼’ 만화의 세상에서도 화폐단위는 ‘제니’를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5년 방영되던 일본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제니(원작: 레이디 조지)’의 주인공 캐릭터 이름도 ‘제니’이다(원작은 막장 아침 드라마를 능가하는 수준의 19금 이상 작품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갈수록 막장인 스토리를 눈치채고 한국에서는 중간에 방영이 급히 중단 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의 야구 만화 중 돈에 찌든 일본 프로야구의 모습을 빗대어 그린 ‘그라제니’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만화의 이름 역시 ‘그라운드 + 제니(돈)’의 합성어이다.

어쨌든 이 게임에서 화폐 단위는 일본 게임답게 일본에서는 낯설지 않은 ‘제니’라는 화폐단위를 쓰고 있다(그런데 한국 게임인 ‘라그나로크’는 왜 화폐단위를 ‘제니’라고 쓰고 있는 것인지..). 게임 안에서의 가상 세계에서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는 체감하기 힘들지만, 좋은 무기는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래도 한 푼 두 푼 모으다 보면 최종 보스 가기 전까지는 최고 좋은 무기를 살 수 있다.

   
[처음에 위용은 다 어디가고 헐벗은 자태를..]
게임을 하면서 제일 탄식을 자아내는 부분이 입고 있던 갑옷이 벗겨졌을 때이다. 적의 다음 공격에는 분명히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무기로 업그레이드하려던 기대감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다시 옷을 사 입어야 되는 경제의 빈곤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심정은 마치 조금만 더 있으면 외인부대를 벗어나 그리운 연인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주인공의 기체가 격추되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새로운 기체를 사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좌절을 맛보게 되는 ‘Area 88’의 주인공 ‘카자마 신’의 비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 이놈의 용 진짜..]
이 게임은 게임 이름답게 게임의 모든 과정은 마지막에 용 하나를 잡기 위해 존재한다(사실은 용은 하나가 아니지만..). 세상을 파멸에 이르게 할 만큼 무지막지한 용이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언젠가는 물리칠 수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필자는 원 코인 클리어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주변에 보면 원 코인 클리어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원더보이’는 할 수 있어도 이 게임은 꼭 중간쯤에서 게임오버 화면을 보곤 했다(이상하게 타이밍이 반 박자 안 맞는다).

■ 필자의 잡소리
암울한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배경음악 또한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는 게임으로 그 당시 오락실에서 볼 수 있었던 다른 게임들에 비해 확실히 무게감이 있었던 게임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판타지 세계관의 액션 게임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그 고생을 했는데, 동영상 하나 정도는 넣어주지?]
뭔가 촐싹대는 가벼운 느낌의 게임들보다는 이렇게 진중 무겁고 조용한 게임들이 많았다. 그래도 갖은 고생 끝에 엔딩 장면에서는 뭔가 훈훈한 화면 하나 띄워주는데, 정지화면이라도 좀 연속으로 여러 장 뿌려가며 어쩌고저쩌고 말도 많은 게임들도 많은 것에 비하면 이 게임은 조금 성의가 없다. ‘원더보이’는 끝에 우주선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라도 있는데..

이 게임은 한 때 HD 버전으로 리메이크 한다던 소문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찾아보지 않아서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오래 전 고전 명작들이 최근 리메이크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고전 명작 게임들이 리메이크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멋지게 리메이크 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 (가능하면 필자도 IP문제만 해결되면 하나 정도 개발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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