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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51]GDC빛낸 모바일게임 ‘80 Days’ 인기비결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이정엽 ‘GDC2015 키워드’
이정엽 객원기자  |  elise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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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5  05: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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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이정엽 ‘GDC 2015 키워드 VR, AI, 인디, 어린이’

3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는 게임개발자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이하 GDC)와 인디게임 페스티벌(Independent Games Festival, 이하 IGF) 2015 행사가 열렸다.

GDC와 IGF는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자리에서 발표를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참가라도 하고 싶은 그런 자리다. 이번 컨퍼런스는 2만6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참여하여 역대 최대 참가의 기록을 깨뜨릴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업계 전반에 드리운 MMO를 위시한 온라인 게임의 퇴보와 모바일의 급부상, VR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의 등장 등으로 세대 전환기를 맞고 있기에 많은 개발자들이 컨퍼런스를 통해 다음 세대를 주도할 게임 기술과 플랫폼, 디자인 방법 등을 공부하려는 열망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 존 카멕의 ‘모바일 VR의 여명’ 발표 인상적!
개인적으로 이번 컨퍼런스를 참가하면서 GDC 2015의 키워드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인디, 어린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보통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키노트의 경우 ‘둠’과 ‘퀘이크’를 만들었던 전설적인 개발자 존 로메로의 아내 브렌다 로메로의 발표였지만, 그보다는 바로 뒤에 있었던 존 카멕의 ‘모바일 VR의 여명’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오큘러스 리프트 DK2로 게임까지 개발해본 필자이지만, 실제로 VR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거는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다.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를 뒷받침하기에는 어지러움과 불편함이 컸던 것이다. 지인을 통해 체험해 본 삼성전자의 기어 VR도 큰 차이는 없었다.

존 카멕 역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이런 종류의 불안함을 인식한 듯, 아직은 여전히 VR을 위한 AAA 게임을 만들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현재 하던 작업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의 출시에만 너무 조급하여 기기의 마감 퀄리티를 높이지 못했던 이번 기어 VR의 이노베이션 버전을 예로 들면서, 오큘러스 입장에서는 아직 VR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시점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VR 기기가 상품화되는 것은 VR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VR 기기의 도입이 이른 시기라는 존 카멕의 결론에 많은 개발자들이 동의했던 것은 그들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기를 주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인디 게임 위상 쑥쑥, 메인 컨퍼런스 차지 흐뭇
더불어 이번 GDC에서는 인디 게임의 발표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과거 같으면 월요일과 화요일에 열리는 ‘인디 게임 서밋’을 통해 소개될 작품들이 대거 메인 컨퍼런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IGF뿐만 아니라 개발자가 뽑은 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도 ‘80 Days’나 ‘모뉴먼트 밸리’, ‘켄터키 루트 제로’ 같은 인디 게임들이 인디 게임 파이널리스트를 넘어 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올라가기도 했다.

‘모뉴먼트 밸리’는 올해의 게임 혁신상, 최고 비주얼 상, 최고 모바일 게임상 등 3개의 게임상을 수상하여 3관왕을 이룩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인디와 AAA의 게임 퀄리티를 동등하다고 판단하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였다.

   
개발자가 뽑은 올해의 게임상을 3개나 수상한 ‘모뉴먼트 밸리’. 출처: http://www.oceangame.net
인디 게임 발표 중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강의는 모바일 게임 ‘80 Days’의 게임 시나리오 작가 멕 자얀스(Meg Jayanth)가 발표한 ‘플레이어를 인도하기를 거부하면서(Leading Players Astray)’였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모태로 하여 이 세계를 확장한 이 모바일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원작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아닌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이 게임이 흥미로운 것은 원작에서 필리어스 포그가 세계 일주를 진행했던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을 대상으로 자신만의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담당한 그녀는 150개 이상의 도시와 100개 이상의 이벤트 스크립트, 50만 단어 이상의 원고를 써야 했다고 한다.
   
80 Days/ 출처: http://www.inklestudios.com/80days/

그녀는 처음에는 원작의 내용을 잘게 쪼개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를 파편화된 도시들 간의 스토리 중 일부를 차용하고 나머지들 그러니까 필리어스 포그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플레이어들은 가보고 싶은 새로운 경로들의 가능성을 모두 텍스트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새로운 경로로 여행하는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각 도시의 특산물을 제한된 인벤토리 안에 잘 정리해야 된다. 이 특산물을 판매한 차액을 바탕으로 여행 경비를 절감해야 되는 임무도 부여받는다.

자얀스는 재플레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못 가본 경로에 대한 열망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주도록 노력했다. 또한 게임 진행상의 경로는 한꺼번에 모두 오픈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를 가게되면 거기에서 얻는 대화나 이벤트를 통해 조금씩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은 가능성이 오픈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그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플레이어의 기대감을 조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80 Days’의 이러한 작업은 모바일 게임에서도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개발자들은 특히 모바일 게임에서의 스토리란 크게 중요하지 않고 메커닉스나 트렌드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최근 해외 모바일 인디 게임들은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프레임드(Framed)’, ‘디바이스 6(Device 6)’ 같은 실험적인 게임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판매도 호조를 보인바 있다.

■ 서서히 이슈 중심으로 들어오는 아동용 게임
또한 이번 GDC에서 특징적이었던 것은 그간 거의 이슈화되지 않았던 아동용 게임이 조금씩 화제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아동용 게임은 몇몇 캐주얼 게임 회사에서 개발해오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동이 구매력이 적다는 이유 때문에 이 장르가 주류로 부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GDC에서는 “Child’s Play”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라운드테이블 형태로 업계 관련자들이 토론하는 자리가 3차례나 있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게임사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많은 국가, 그리고 회사에서 교육 커리큘럼을 포함한 아동용 게임을 개발하여 학부모가 안심하고 게임을 권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회사들 명단을 보면 AAA 게임사도 있지만, BBC나 NBC 같은 방송사나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가 많다는 점이었다. 어찌 보면 전통적 미디어 회사에 속하는 그들은 게임 회사에 빼앗긴 미디어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욕망으로 무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 모리아티 ‘룸’ 세션 듣는 내내 행복한 느낌
마지막으로 이번 GDC에서 가장 행복했던 발표를 회상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필자는 GDC에 가면 고전게임 포스트모템 코너를 거의 빠지지 않고 경청하는 편이다.

올해 있었던 고전게임 포스트모템 중 브라이언 모리아티(Brian Moriarty)가 진행한 ‘룸(Loom)’의 세션은 듣는 내내 행복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필자가 아직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1990년, 그 해에 루카스 아츠는 ‘룸’과 더불어 ‘원숭의 섬의 비밀’ 같은 그래픽 어드벤처의 전설이 된 게임을 여럿 발매한다.

동사에서 발매했던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 빠져있던 나는 SCUMM이 삭제된 ‘룸’의 새로운 포인트 앤 클릭 방식에 매료되었다. 음표를 메커닉으로 활용한 그 기발한 디자인에 감탄하며 그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다.

“In fact, I’m a professor Moriaty.”라는 유쾌한 농담으로 시작한 그의 발표(이제 브라이언 모리아티는 WPI의 교수다)는 판타지 동화를 연상시키는 룸의 오프닝 화면부터 시작하여 각종 개발 비화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도중에 CGA(4색)-PC 스피커, EGA(16색)-애드립 카드, VGA(256색)-롤랜드 MT 32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조합하여 플레이 장면을 비교하는 부분은 당대의 컴퓨팅 환경을 직접적으로 회고하게 해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매번 갈 때마다 배워오는 것이 많은 GDC이지만, 특히 이번 GDC는 플랫폼과 사용자 전환기에 즈음하여 열리게 되어 그 배움의 폭을 키워주었다. 더불어 어떤 게임을 만들고 또 가르쳐야 할지 고민의 폭도 같이 깊어지게 되는 계기를 열어준 것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이정엽 객원기자 elises@snu.ac.kr

   
 
■이정엽은?

1980년대 초 아케이드 게임과 아버지가 사주신 애플 ][e와 북미판 닌텐도를 시작으로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7년째 게임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개설해 왔다.

이 수업들을 통해 제자들의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후원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 엑스몬게임즈의 감사 겸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연구교수 및 카이스트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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