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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실행과 종료뿐? 자동 시스템은 절대악인가?모바일 게임에서 타협의 산물...플레이어 교감 부족이 진짜 문제
임현호 객원기자  |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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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1  16: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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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스 퀘스트’(Progress Quest, http://www.progressquest.com)라는 게임을 아는가? 한국에서도 오래 전 인디 게임 웹진 등을 통하여 소개된 적 있는 이 RPG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다-바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RPG이라는 점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게임 '프로그레스 퀘스트’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부분은 처음 캐릭터 생성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실행과 종료뿐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내 캐릭터는 혼자 퀘스트를 받고, 던전을 탐험하고, 획득한 아이템을 팔아 알아서 장비를 맞추고 다시 퀘스트를 진행한다. 게임은 천편일률적인 파밍(Farming)과 퀘스트 수행을 강제하는 수많은 MMORPG를 비꼬는 듯하다.

“전투가 단순히 막노동에 비유될 뿐 재미는 갖추지 못하고, 오직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성장하고 강한 장비를 얻는 부분만이 게임의 재미라면, 아예 나머지는 자동으로 진행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하는...여담이지만 의외로 이 게임 나름 재미가 있는 편이다.

중국 발 웹 게임에서부터 시작된 자동 시스템이 몇 년 전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후, 이 시스템은 사실상 한국의 대다수 모바일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신 모바일 RPG뿐만 아니라, 리듬액션 게임 등도 자동 플레이를 지원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상황을 맞은 게이머들은 하나씩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자동 시스템을 터부시하는 게이머들의 입장은 “게임이라면 공정한 룰 안에서 상대(혹은 게임 개발자)와 겨루는 두뇌 싸움”이지, “플레이어와 교감(Interaction) 없이 지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옳은 말이다.

   
리듬액션 게임이지만 자동 시스템을 지원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원래 자동 시스템은 게임 편의를 위한 보조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전략 게임 등에서 지나치게 늘어지는 전투를 대신하여 자동으로 결과만 산출해 주는 식으로 매번 비슷한 전투를 넘어가고 다른 재미(전략 단위의 운용)에 좀 더 집중하라거나 하는 형태다.

이러한 보조 시스템이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주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모바일 기기의 입력 장치-터치 입력 기기의 한계 있다.

터치 입력 기기는 기존 컴퓨터나 콘솔에서 이용되는 키보드, 마우스, 게임 패드 등에 비해 그 조작 방식의 한계가 명확하다. 입력 체계가 단순(클릭, 홀드, 드래그)하고 정밀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게임-FPS나 대전 액션 게임 등을 모바일 기기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넷마블 '마블파이터'. 모바일 기기의 한계는 장르의 제약을 가져온다
이런 환경에서 게임디자인은 결국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모바일 게임의 자동 시스템은 이러한 제약 조건에 대한 타협의 산물이다.

PC MMORPG에서의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처치하는 전투) 전투를 모바일에서 구현하고 싶지만, 그걸 입력 장치가 충분하게 지원 해 주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 “캐릭터 성장”이라는 부분은 파밍(Farming, 수집을 농사에 빗댄 말)을 강요한다. 조작도 매끄럽지 못한데 파밍을 위해 불편한 전투를 무한에 가깝게 반복해야 한다고?

자동 시스템을 지원하는 게임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성장과 관리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지루한 파밍은 그냥 알아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자동 시스템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의 산물이다. 수월한 게임 조작을 통한 진입 장벽의 저하,익숙한 게임 시스템의 제공, 지루한 파밍 시스템의 단점 보완, 캐릭터의 육성에 게임 플레이를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 등등의 많은 이야기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의도에 맞는 자동 시스템은 그렇게 악하지도, 불합리하지도 않다.

진짜 문제는 오히려 자동 시스템 이전에 재미없는 근본 게임 디자인이다. 자동 시스템 때문에 플레이어와의 교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동 시스템의 처음과 끝에 플레이어와 교감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게임 디자인이 이 문제의 진짜 최종 보스가 아닐까?

한경닷컴 게임톡 임현호 객원기자 limhyunho@piedpipersent.com

   
 
■임현호는?

PC 통신 시절 게임 디자인 소모임 팀장, 소규모 게임 개발팀의 팀장, 상업 게임 개발 회사의 게임 디자이너 등을 거치면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몇 번을 되뇌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현재는 인디 게임 개발팀인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디자이너.

현재 PC 게임인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게임 디자인 및, 개발 관련 각종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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