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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e스팟] 세상의 또다른 인연(因緣) SNS
박명기 기자  |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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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05  15: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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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톡]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의 ‘인연(因緣)’의 한 구절이다.

깊어가는 가을이면 이런 애틋한 아날로그적 인연이 더 절절히 생각난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옷깃을 스쳐가고,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도  모두 이승에서의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연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IT 환경의 변화로 얼굴과 얼굴을 맞보는 만남을 통한 인연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클릭만으로도 국경을 넘고, 남녀노소가 인연이 맺어지는 시대다. 특히 불특정 타인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SNS) 시대'다. 미국의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한국의 싸이월드, 미투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어떤 작가는 트위터 팔로잉이 100만 명을 넘기도 한다.

미국에서 최근 나온 조사(퓨 리서치)에 따르면 12~17세 미국 청소년의 95%가 온라인을 이용하고, 80%는 SNS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10대들은 소셜미디어를 우정을 쌓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응답자의 88%는 SNS에서 ‘비열하고 잔혹한 행동’을 봤다고 답했다. 이 중 15%는 지난 1년 사이 직접 이 같은 행동의 표적이 되었다고 했다. 욕설과 비방뿐 아니라 이른바 ‘왕따’까지 당한 것을 말한다.

   
▲ 페이스북
SNS에서 잔인함과 친절함을 동시에 느낀다는 것은 SNS 인연이 가진 양면성이자 병폐다. 올해 들어 스마트폰 가입자수 2000만을 돌파한 한국에서 SNS는 선거 투표율 증가, 20~30대 국민 정치참여 증대, 국민과 정치인의 직접 소통, 정책과 국회 이슈에 대한 파급력 있는 의견 전달 등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수많은 분석과 평가도 잇따랐다. 기업들도 마케팅이나 홍보,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에 SNS를 적극 활용할 태세다.

SNS에서의 인연은 ‘관계는 넓지만 얕게 만든다’. 인간 관계의 확장을 가져왔지만 질적 성장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50대를 바라보는 세대로서 필자는 SNS의 긍정적인 인연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 편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무분별한 팔로어 늘리기에는 인간미도 없고 삶의 발전도 없다. 필자는 트위터에서 1000명 이상의 팔로잉과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타임라인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답하는 사람이 셋이 넘지 않는다. 때로는 이런 인연은 공허하다. 

SNS는 온라인 기부, 사천성 지진 속보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어 왔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 괴롭힘을 통해 비열하고 잔인한 속성도 드러냈다.

지난 16일 오전부터 트위터 등 SNS에는 개그맨이자 인기 MC인 강호동의 사망설이 빠르게 번졌다. 가수 이효리, 삼성 이건희 회장에 3일 연속 뜬금없는 사망설이었다. 발단은 한 네티즌이 트위터에 ‘오늘 오전 강호동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이라고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네티즌은 ‘숨진 채’를 장난스럽게 ‘숨쉰 채’로 바꾸고 속보 용어인 ‘1보’를 인용해 글을 작성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냐’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그런데도 ‘SNS를 온갖 괴담의 진원지로 만드려는 세력이 있다’ 등 잇따른 유명인 사망설 배후에 SNS를 압박하려는 특정 세력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세상의 인연을 담는 그릇들이 많아지고, 친구들과 가족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 이들과도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꼭 좋아할 일은 아니다. 신상정보 노출,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부작용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을 피폐하게 만든다.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뛰어넘는 잔혹함도 다 인간미 상실에서 나온다. 

이 가을 누군가 번개 모임이라도 하자고 할 때 “사랑과 만남은 역시 아날로그”라는 말을 절감한다. 피천득의 ‘인연’을 생각하며,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아날로그적 인연’들에게 모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111118 베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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