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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기자의 e스팟]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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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27  10: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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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 기자의 e스팟] 인생은 아름다워

<대부>라는 마리아 푸조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 권 이상이 팔린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았다.

다시 읽으며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았던 문장이 하나 있다. 대부의 자리에서 은퇴한 돈 클레오네가 야채밭에서 채소를 키우다가 쓰러진다. 이때 마침 새로운 대부 `돈`이 된 마이클이 쫓아온다. 그는 아지랑이처럼 의식이 가물거리는 가운데 아들의 귀에 대고 지상의 마지막 음성을 내뱉는다.

"인생은 아름다웠다." 이 문장은 매혹적이다. 현실 권력과는 다른 음지에서 모든 것을 자기 식으로 지배하고 군림한 실질적인 `밤의 대통령`의 마지막 장면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평소에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기회를 잡아라." 적어도 그의 황혼은 자신의 말을 실천한 것으로 기억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웠다는 말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동백림 사건으로 평생 고문의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유명을 달리한 천진난만한 `천상시인` 천상병도 <귀천>이라는 시에서 자신의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흔히 40대를 가리켜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30대에서 미래에 대한 기반과 뜻을 다져 의심이 없는 나이가 된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요즘 한국 40대의 자화상은 조직 내에서 `불필요한 혹`이 된 `불혹`이다. 물론 한국의 40대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승승장구하는 벤처기업의 CEO 중 이제 40대가 됐거나 40대를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특히 게임업계의 경우 40세 전후에 거부(巨富)와 전 세계적인 유명 인사 반열에 오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같은 세대도 엄청난 양극화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양극화가 황혼까지 쭉 이어지는 걸까. 최근 들은 솔개 이야기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솔개라는 새는 수명이 팔십이다. 그런데 마흔이 되면 부리가 사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뭉툭해지고 깃털도 쓸모없게 된다. 이때 솔개는 하늘로 올라가 더 이상 쓸모없게 된 깃털을 모조리 뽑아내고, 부리를 새로 날카롭게 간다고 한다. 그래야 새로운 부리와 털로 남은 40년을 살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 "사랑은 아직도 아날로그다"고 외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지만 마흔 전후 `의심 많은` 세대들에겐 귀담아 들을 만하다. 현재의 모습이 불필요한 혹이든 잘나가든 간에 새로 맞을 남아 있는 시간은 똑같기 때문이다. <대부>의 말처럼 진정 원하는 인생,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 기회를 잡는 일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없다. 그래야 소풍 끝나고 나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시절이다. 솔개처럼 새 부리와 깃털로 단장한 40대들을 만나는 것이 나른한 환상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환장할 봄날에는.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200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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