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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민 기자의 깨톡] 낯선 홍보대행사에서 ‘홍알못’의 향기가‘홍알못’ 홍보대행사가 보내는 생뚱맞은 게임 홍보자료, 어찌 하리오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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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8  14: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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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품추첨 이벤트 진행할테니 보도자료 준비해주세요.”

“작성은 하겠지만, 커버리지(매체노출도)는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 보도자료가 나가기도 했고, 이번 건은 경품 이벤트라 주목도가 높지 않아서요.”

“그러면 돈을 주고 당신들을 쓰는 이유가 없지 않나요? 자칭 PR전문가라면서요?”

10년 전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했을 때, 내 첫 클라이언트는 한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A기업 마컴팀이었다. 제품 라인업이 워낙 많기에 매일같이 보도자료를 쓰고 컨펌받고 다시 쓰고 했지만, 사실 업무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클라이언트의 까칠함과 막무가내 태도였다. 그들은 정말 사소한 이벤트의 커버리지도 일정 수준 이상 나오길 바랐다. 매일같이 비슷한 보도자료를 내보내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어떤 날은 다른 날에 비해 성적이 형편없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전화를 통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커버리지 압박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여러 제품을 묶어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기획아이템을 피칭하는 일이었다. 클라이언트는 처음에는 A기업 제품만으로 구성된 기획기사를 원했다. 다른 회사 제품이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그런 식의 노골적인 홍보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애드버토리얼(기사 형식의 광고)을 진행하시라”고 설득하는 데만 여러 달이 걸렸다. 결국 나중에는 다른 회사 제품도 넣는 것으로 한발 양보했는데, 대신 경쟁사인 B사 제품은 절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래서 내가 피칭하는 기획자료는 항상 괴상한 조합 투성이었다. A기업의 노트북과 (듣도 보도 못한) 해외 스타트업의 전기손난로라던지, A기업의 TV와 (절대로 경쟁자가 될 수 없는) 중소기업 청소기가 파트너가 됐다. 기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가끔은 아이템을 가져간 기자들이 기사를 다듬으며 B사 제품을 내용에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면 다음날 신문을 본 클라이언트의 기분은 저기압이 됐고 난 그 일을 진행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에 빠졌다.

클라이언트를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홍보팀이 아닌 마컴팀 ‘홍알못(홍보 알지도 못하면서)’이었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갑’이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 역시 그랬을 테니까. 세상에 착한 갑은 없는 법이다. 다만 조금만 홍보에 대해 알았다면 클라이언트도 만족하고, 홍보대행사도 만족하고, 기자도 만족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난 온라인 웹진 기자가 됐다. 이제는 게임사 홍보팀이 보내주는 기획자료를 받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의 이 자료들은 그 때 내가 썼던 자료들과 많이 다르다. 자사 게임과 타사 게임들을 묶어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직접적으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동종 장르의 게임들도 거리낌없이 소개한다. 윈윈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이렇게 훈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한 홍보대행사 AE가 보내는 기획자료는 뭔가 다르다. 국내 굴지의 C게임사의 기획자료 홍보를 대행한다는 그는 기획자료에서 C게임 외에 다른 게임을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는데 3번, 4번째 자료를 받아보고 확신이 섰다. 아, 여기도 홍알못이 있구나.

이 AE가 보내주는 자료는 억지로 공통점을 찾아내는 예능프로그램 '비틀즈코드'를 보는 것 같다. 하루는 C게임과 드라마를 묶는다. 다음 번은 C게임과 웹툰을 묶는다. 심지어 어떤 날은 C게임 홍보에 한국민속촌마저 끌어들인다.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하고, 까놓고 말하면 참 생뚱맞다.

기자 입장에서는 딱히 쓸 수가 없는 자료다. 종합지 문화부 기자가 쓰기에는 너무 콘텐츠 중심적이고, 나 같은 게임웹진 기자가 쓰기에는 관계없는 내용이 너무 많다. 한번은 AE의 고군분투에 동정심이 든 나머지 어떻게든 써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문득 다른 매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커버리지가 얼마나 되는지 검색을 해봤다. 아니나다를까, 해당 자료를 쓰는 매체는 거의 없다.

나는 이 사태를 불러 온 홍알못이 C게임사의 홍보팀인지, 마컴팀인지, 아니면 자발적 충성을 맹세한 홍보대행사인지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렇게 쓸 수 없는 기획자료에 소모된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죽어도 다른 회사 게임 홍보를 대신 해주는 꼴은 못보겠다면 차라리 자사 게임만으로 채워넣는 게 낫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답게 현명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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