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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명’, 1000명 맞붙는 ‘떼쟁’의 참맛이펀컴퍼니 ‘천명’, 모바일 MMORPG 시장에 새로운 역사 쓰다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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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30  12: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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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의 영역을 야금야금 잠식하더니 어느새 시장 대부분을 장악했다. 퍼즐과 보드 등 캐주얼게임부터 슈팅과 액션RPG 등 미드코어게임까지, 온라인게임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않은 장르가 없다. 단 하나, MMORPG만 빼고 말이다.

MMORPG은 온라인게임 최후의 보루다. 실제로 현재 살아남은 온라인게임 상당수가 MMORPG다. 물론 MMORPG를 표방한 모바일게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완성도나 흥행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온라인게임이 아니면 MMORPG 특유의 방대한 스케일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고정관념은 ‘천명’을 접하고 산산이 깨졌다.

천명은 로옹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이펀컴퍼니가 서비스중인 중국발 모바일 MMORPG다. ‘육룡어천(六龍御天)’ 이라는 이름으로 홍콩과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으로, 한글화 작업을 거쳐 3월 22일 한국에 출시됐다. 한국 성적도 기대 이상이다. 3월 30일 기준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위, 매출 8위다. 그야말로 ‘뮤오리진’을 잇는 중국게임의 역습이다.

천명이 내세운 핵심콘텐츠는 500대 500이 맞붙는 국가전이다. 천명(天命)이라는 한국 게임명도 ‘1000명’의 중의적 표현이다. 온라인게임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1000명의 대규모 전투를 모바일게임에서 어떻게 구현했을까. 모바일 MMORPG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천명을 플레이해봤다.

   
 

온라인 MMORPG와 견줄만한 방대함

천명에서는 레벨업이 매우 중요하다. 레벨이 오르면서 스킬이 강해지고 캐릭터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심콘텐츠 국가전에 참가하려면 최소레벨인 36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산 MMORPG가 으레 그렇듯, 초반 레벨업은 매우 쉽다. 필드에서 진행되는 메인퀘스트만 따라가면 금세 30레벨까지 오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마 퀘스트가 끊기는 30레벨부터 35레벨 사이 구간에서 많은 유저들이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다른 콘텐츠를 하나씩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 게임이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명은 굉장히 하드코어한 게임이다. MMORPG치고 하드코어하지 않은 게임이 어딨겠느냐만은, 천명은 ‘모바일게임에서 별 걸 다 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콘텐츠를 담았다. 파티던전과 1인던전, 씨앗을 심어 일정 시간 후 수확하는 재배콘텐츠, 표차를 호위하고 보상을 받는 무역콘텐츠, 카드를 모으고 조합하는 재미를 살린 CCG 콘셉트, 유저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매장, 국가에 공적을 올려 신분 상승을 이루는 작위 시스템 등 웬만한 온라인 MMORPG와 견주어봐도 전혀 뒤지지 않는 볼륨을 자랑한다.

아마 천명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원래 MMORPG는 폐인처럼 해야 제 맛인 법이다.

   
 

 

   
 

물론 모바일게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편의성은 최대한 살렸다. 퀘스트는 수락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진행되고, 던전과 사냥터에서는 자동사냥이 기본이다. PvP조차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자동사냥을 켜놓고 일정시간 명령을 내리지 않을 시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지는 절전기능까지 지원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MMORPG의 주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아재’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떼쟁’ 본연의 재미 살린 국가전

그렇다면 천명이 그렇게 자랑하는 국가전은 어떨까. 6개의 국가가 2개씩 무작위로 맞붙어 공성전을 벌이는 국가전은 매일 저녁 8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8시가 넘어서 접속하면 참여할 수 없기에 미리 접속해서 대기해야 한다. 이 시간이면 접속자가 폭주해 대기열이 발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가전은 공성팀과 수성팀으로 나뉜다. 제한된 시간 내에 공성팀이 상대 국가의 수호신을 쓰러트리면 공성팀이 이기고, 쓰러트리지 못하면 수성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단순한 힘싸움으로 보이지만 공성팀을 배려하는 전략적인 면이 곳곳에 숨어 있다. 거점은 두갈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성팀이 어디로 들어올지 알 수 없으니 수성팀의 힘이 자연적으로 분산된다. 게다가 공성팀이 거점을 확보할 때마다 수성팀의 부활 지점은 뒤로 밀린다. 공성팀의 맹렬한 공격을 막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게임을 시작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국적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6개 국가 중 가장 인구가 적은 익주(강원인천)였다. 국가전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채팅을 살펴보니, 게임 오픈 이래 국가전에서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거기에 수성팀으로 배치되니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관우나 장비처럼 일당백으로 멋지게 활약을 펼치면 좋으련만, 36레벨 턱걸이인 내 캐릭터는 스치면 사망이었다. 죽으면 뛰고, 죽으면 뛰는 것을 반복해서 한 50번은 죽은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죽음을 대가로 치르며 힘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누군가 채팅창에 수호신을 지켜야 한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공성팀 상당수가 다른 길로 돌아서 수호신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 것. 수호신의 체력이 금세 50%로 떨어지며 패배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익주 유저들은 길목에서 힘싸움하던 방식을 버리고 수호신을 둘러싸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였지만 뭉치니 강했다. 결국 이날 익주는 수호신을 지켜내고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채팅창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것이야말로 ‘떼쟁’의 참 맛이다. 왜 천명이 인기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하드웨어 문제인지 네트워크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는 캐릭터들이 보이지 않고 이름표만이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캐릭터들의 대규모 몸싸움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중국게임 특유의 분위기 호불호 갈려

천명의 콘텐츠 완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국가전의 재미도 기대 이상이다. 다만 중국게임 특유의 정신없는 인터페이스와 세계관 부재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특히 밑도 끝도 없는 세계관은 ‘스토리덕후’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삼국지가 배경이지만 내 캐릭터는 서양복식과 얼음마법을 구사하는 전형적인 중세판타지 마법사다. 게다가 레벨이 오르면 뜬금 없이 날개가 생긴다. 이 마법사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사람의 몸에 날개가 생기는지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발번역과 어색한 현지화도 아쉬움을 남긴다. 레벨을 등급, 레벨업을 승급이라고 표현한 것은 익숙해지면 된다고 쳐도 가챠박스 거래소를 ‘전장’이라고 표기해 싸움터와 혼동하게 만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소모되는 자원을 ‘체력’이라고 번역한 것도 자칫 HP와 헷갈릴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잘 모르던 처음에는 HP가 줄어들까봐 던전에 가지 않았다. ‘활력’같은 단어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천명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MMORPG에 목말랐던 유저들이 대거 몰려온 탓이다. 천명은 유저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제대로 꿰뚫었다. MMORPG 마니아로서 반가운 일이다. 조만간 펼쳐질 모바일 MMORPG의 시대에서, 한국의 모바일 MMORPG도 선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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