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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세상 성큼, 칼리도스코프 국제VR영상페스티벌 북적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주최, 31개 독립예술가 영상에 800명 관객 운집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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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31  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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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게 앉아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갑자기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이어 천장을 잠깐 올려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본다. 그 아래에서 무엇을 발견한 것인지는 몰라도, 한참을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불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옆 자리에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까딱거리는 20대 여성이 있다. 그는 마치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 정면을 쳐다보며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만 있다. 그 옆에는 고개를 45도 위로 튼 채로 멍하니 있는 중년 남성이, 또 그 옆에는 벽안의 백인 여성이 남성을 뚫어질듯 쳐다보는 자세로 앉아 있다. 이들은 모두 삼성 기어VR을 착용하고 VR(가상현실) 영상을 감상하는 중이다.

좁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 중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제각기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고정시키고 VR 영상이 만들어준 자신만의 세상에 빠졌다. 문자 그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3월 31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최한 ‘칼리도스코프 국제 VR 영상 페스티벌’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사전에 선착순 500명으로 한정 모집한 무료관람인원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5만원을 지불한 유료 관람객들은 무료 관람객들이 입장하는 시간보다 2시간 30분 가량 빨리 입장할 수 있었는데, 유료 관람객들조차도 HTC 바이브 같은 인기 체험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게임이 아닌 영상, 특히 예술 영상을 상영하는 페스티벌인데도 북새통을 이뤘다. VR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전세계 독립 예술가들이 제작한 31개의 VR 영상이 상영됐다. 특히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필 티페트의 ‘미친 신(MAD GOD)’, 피에르 프리켓의 환상적인 러브스토리 ‘제트 레그(JET LAG)’, 제임스 스피니의 ‘실명에 대한 메모(NOTES ON BLIDESS)’ 등 거장들의 작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중 ‘BLOCKED IN’이라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자 누군가의 오래된 작업실로 보이는 공간이 펼쳐졌고, 책상 위에는 구닥다리 전화기와 휴대용 게임기가 놓여 있다. 방 구석구석에는 테트리스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도형이 즐비하며, 창문 밖으로도 테트리스 도형이 떨어진다. 다소 난해한 이 영상을 해석하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이다.

예술 아닌 상업적 영상도 선보여… VR 장점 살린 연출 눈길

예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적인 특별 상영작도 준비됐다. 이들은 VR 영상이 상업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기존 3D 입체영상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가령 바오밥스튜디오에서 제작한 3분 가량의 애니메이션 ‘인베이전(INVASION)’의 경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일반적인 영화의 프레임을 한참 벗어난다. 토끼가 왼쪽에서 등장하고, 그 다음에 외계인이 180도 반대편에서 등장하는 식이다. 두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려면 관객들은 고개를 번갈아 돌려가며 애니메이션을 봐야 한다. 120도 시야각 내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 3D 입체영상과는 다른 연출이다. VR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빨간모자(little red riding hood)’를 VR 영화로 재해석한 작품도 공개됐다. 빨간모자와 늑대의 추격전을 그린 이 짧은 영화도 360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면에 나타난 빨간모자가 관람객 뒤쪽을 쳐다보며 도와달라고 외치면, 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고개를 돌려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노키아의 VR카메라 ‘오조(OZO)’를 사용해 촬영됐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권하윤 감독, 닉 오초아(Nick Ochoa), 마테 슈타인포스 감독 및 경기센터 보육기업 스트라다 월드와이드 등이 참여하여 국내외 가상현실 창작자들 및 VR관계자들과의 대화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임덕래 센터장은 “VR은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의학, 재난 대비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2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5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하면서 “전세계가 지금 VR콘텐츠 및 기기 보급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는 만큼 더욱 많은 VR 관련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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