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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엽 인디게임3] 스타듀 밸리로 재탄생 '레트로' 감수성인디 게임의 레트로 경향과 비디오 게임 세대 "단순한 복고? 천만에"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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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5  1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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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장이야기’ 오마주한 ‘스타듀 밸리’ 등 인디게임 레트로는 일종의 저항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 수업을 하다보면 게임의 역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요즘 대학 학부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체로 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났다. 이들이 처음으로 경험한 게임은 대체로 2000년을 전후해서 유행했던 ‘스타크래프트’(1998) 이후의 게임들이다.

콘솔의 경우에도 플레이스테이션 1이나 2 정도를 가장 먼저 접했기 때문에, 그 이전의 레트로 게임(오래된 게임=옛날게임. retro game)들에 대한 추억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레트로 게임을 플레이하라고 권할 때는 조금 조심스럽다. ‘길건너 친구들’(2014)이 ‘프로거’(1981)를 리메이크해서 만든 게임이라고 말해줘도 이는 게임의 역사와 관련된 지식일 뿐이지, 추억이나 정서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레트로 게임과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것은 30대 이상의 세대들이다. 레트로 게임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와 국제전자센터의 비디오 게임 매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아도 30대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들 비디오 게임 세대는 어린 시절 아케이드 게임과 패미콤과 슈퍼패미콤, 메가드라이브 등의 비디오 게임 콘솔을 일찍부터 접했다. 때문에 그 당시의 도트 그래픽 스타일은 인디 게임 팬들에게 그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기가 된다.

   
▲ 스타듀 밸리(2016) 출처: http://store.steampowered.com/app/413150/

최근 밸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판매 순위 10위권 안에 꾸준히 드는 게임 중 인디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게임은 ‘스타듀 밸리’(2016)가 유일하다.

이 게임은 에릭 바론(Eric Baron)이라는 인디 개발자가 4년에 걸쳐 일체의 외주 없이 혼자 프로그래밍, 그래픽, 사운드, 게임 디자인, 스토리를 모두 맡은 1인 개발 작품이다.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고 판매하며,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면서 결혼하고 싶은 파트너를 고른다는 점에서 과거 슈퍼패미콤 시절부터 나왔던 ‘목장 이야기’(1996)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개발자는 인터뷰에서 이 ‘목장 이야기’ 시리즈의 엄청난 팬임을 자처하며, 이 게임이 ‘목장 이야기’ 시리즈의 오마주임을 밝힌 바 있다. ‘스타듀 밸리’의 역시 슈퍼패미콤 시절의 도트 형태의 그래픽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 스타듀 밸리 모태가 된 목장 이야기의 슈퍼패미콤 판

그러나 이 게임을 단순히 농장을 경영하는 소셜게임 스타일의 작품이라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이 게임이 지닌 레트로적인 감수성은 NPC들과 맺는 인간 관계와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방대한 콘텐츠의 양에서 기존의 소셜 게임과는 차이를 보인다.

‘팜빌’ 같은 목장 경영식 소셜 게임에서 사회적 교제란 다른 사람의 농장을 방문해서 작물 재배를 도와주고, 서로 레벨을 비교하여 랭킹을 매기는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살가운 사람 사이의 교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장 이야기’나 이의 판타지 버전 파생작품인 ‘룬 팩토리(Rune Factory)’ , ‘스타듀 밸리’ 등 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 사이의 작은 이야기들이 매일의 일상을 채운다.

실례로 ‘스타듀 밸리’에서 마을의 펍을 운영하고 있는 거스는 자기 가게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 라이너스에게 자신은 이 마을의 누구도 굶게 놔두고 싶지 않다며 언제든 음식이 필요할 때에는 와서 말하라고 따뜻한 마음을 건넨다. 봄에는 마음에 드는 파트너와 춤을 출 수 있는 댄스 축제가 열리고, 이러한 축제는 계절마다 이름을 바꾸어 계속 된다.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거나 탄광 깊숙이 사냥을 떠나는 것이 일상적인 의미의 생활이라고 한다면, ‘스타듀 밸리’에는 그러한 일상의 반복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틈새의 이벤트들이 자주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이러한 지루한 일상적인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을 확률형 아이템이나 자동사냥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과정의 즐거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말초적인 게임 플레이가 양산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인디 게임의 레트로 경향은 단순한 복고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 세대 게임들의 결과 중심적인 경향에 대한 일종의 반발인 셈이다. 적어도 내 세대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게임톡 이정엽 객원기자 elises@snu.ac.kr

   
 

이정엽은?

1980년대 초 아케이드 게임과 아버지가 사주신 애플 ][e와 북미판 닌텐도를 시작으로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7년째 게임 디자인 스튜디오 수업을 개설해 왔다.

이 수업들을 통해 제자들의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후원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회사 엑스몬게임즈의 감사 겸 서울대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연구교수 및 카이스트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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