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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 번역가 “워크래프트, 영화-게임팬 모두 만족할 것”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번역 맡은 황석희 번역가 인터뷰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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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6  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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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뼛속까지 얼라이언스다. 그런데 듀로탄은 정말 매력적이고 멋있었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의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는 영화 주인공인 듀로탄이 언급될 때마다 연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인간(얼라이언스)과 오크(호드)의 대립을 다룬 이 영화에서 듀로탄은 오크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온다. 덩치는 산만하고 송곳니는 삐죽 튀어나온 전형적인 오크 생김새 그대로다.

원작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얼라이언스만 줄곧 팠다는 황 번역가에게는 원래 듀로탄이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힐스브래드 구릉지에서 선량하게 산책하던(?) 황 번역가의 등에 여러 번 칼을 꽂아넣었던 오크 도적도, 전장에서 스토커마냥 끊임없이 황 번역가를 쫓아다니며 괴롭혔던 오크 주술사도 듀로탄과 같은 호드였다. 수없이 죽어가면서 호드는 보이는 족족 쓰려트려야 하는 몬스터라는 사실을 배웠다. 게임을 즐겼던 4년간, 황 번역가는 호드에 정을 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뼛속까지 얼라이언스’였다.

그랬던 그가 영화 번역을 맡고 나서는 얼라이언스에 등을 돌리고 호드 편에 섰다. 안두인 로서라는 멋진 얼라이언스 주인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크 영웅 듀로탄에 마음을 주고 만 것. 보기 드물게 의리 넘치고 낭만적인 순정마초 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치아에 낀 때까지 멋있다”, “눈이 송아지처럼 귀엽고 초롱초롱하다”는 감탄이 이어진다. 황 번역가는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호드는 물론 호드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듀로탄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듀로탄은 순정마초, 얼라이언스가 봐도 멋있을 것

2013년 ‘웜바디스’로 영화 번역을 시작한 황 번역가는 히어로영화 ‘데드풀’의 약빤(?) 번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데드풀’ 곳곳에서 재치있는 초월번역이 빵빵 터졌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번역가한테 상 줘야 한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제는 황석희가 번역했다면 믿고 보는 팬들까지 생겼다.

황 번역가는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오래 즐겼던 와우저이기도 하다. 아마 현직 번역가 중에는 그보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의 번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블리자드가 직접 번역해야 한다”고 까다롭게 굴던 원작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골수 와우저가 번역을 맡은 만큼, 오역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황 번역가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세계관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이 대사를 읽다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원작에 나오는 고유명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야 했다. 예를 들면 ‘막고라’가 그랬다. 막고라는 오크 종족의 신성한 결투 의식으로,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1대1 전투를 말한다. 이것을 그냥 ‘결투’라고 표현하자니 원작팬들이 싫어할 것 같고, ‘막고라’라고 쓰자니 일반 관객들이 무슨 말인지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절충안이 ‘막고라 전투’였다. 황 번역가는 “처음에는 막고라 전투라고 번역하고, 이 단어가 반복 등장하며 익숙해진 후에는 막고라라고만 표현했다”며 “일반 관객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번역을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해 호드 진영에 캐릭터를 생성하기도 했다. 호드들은 어떤 말을 쓰는지, 호드 경비병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기 위해서다. 황 번역가는 “호드 마을은 수장 목 따러 쳐들어갈 때만 가봤지, 평소에는 마을 곳곳에 무엇이 있는지 구경조차 못했다”며 “NPC들은 어떤 대사를 말하는지, 상점 분위기는 어떤지 꼼꼼하게 살펴봤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 첩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준 호드 길드에 감사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원작 몰라도 된다, 걱정말고 보러 왔으면

인상깊은 대사로는 오크들이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꼽았다. 황 번역가는 “듀로탄과 오그림이 만나서 숲에 내리는 눈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드라카가 드레노어의 설산에서 핏빛황소를 잡던 기억이 나냐고 묻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며 “영화에는 오크들의 고향 드레노어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데, 대사만 들어도 머리 속에 풍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를 간단하게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아마 내가 한국에서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라며 “몇십 번을 돌려 봤는데, 특히 사운드가 박력 넘친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운드에 두들겨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가능하다면 좋은 사운드와 큰 화면이 있는 곳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개봉하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다시 한번 보겠다”고 말했다.

황 번역가는 “원작 세계관을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 중에 나만 (세계관을) 모르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지 않게끔 번역했으니 안심하고 와서 봐달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나올 후속편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며 “이런 대서사시의 첫 편을 목격한다는 것은 영화팬과 게임팬 모두에게 가치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워크래프트: 전쟁의서막’은 6월 9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던칸 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전더리 픽처스와 블리자드가 공동제작했다. 5월 말 20여개국에서 개봉, 19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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