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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추석특집] 당신의 '완소' 피규어, 안녕하십니까초딩 친척 그들이 몰려온다, 내 피규어 어떻게 지켜야 하나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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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5  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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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친척들이 몰려온다, 내 피규어 어떻게 지켜야 하나"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다. 코흘리개 사촌동생과 초딩 조카들이 모두 모인다는 소식은 피규어 수집가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평소에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천사지만 피규어 앞에서는 악마로 돌변하는 그들이다. 손때 탈까봐 평소에 애지중지했던 ‘보물’들이 작은 악마들의 손에서 험한 꼴을 당할 때마다 바짝바짝 속이 탄다.

가지고 놀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다행이다. 가져가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어른이 되어서 애하고 명절날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부모까지 가세하면 상황 종료다. 눈뜨고 피규어를 뺏기는 것도 서러운데, 피규어 취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는 말 한마디가 더욱 가슴을 후벼 판다.

“야 넌 나이가 얼만데 그걸 가지고 노냐. 애 줘라, 돈 줄게. 그거 얼마한다고. 한 2000원 주면 되냐?”

피규어 수집가들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명절을 앞두고 관련 커뮤니티에는 '완소(완전히 소중한)' 피규어를 지킬 수 있는 갖가지 노하우가 쏟아진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모아봤다.   

   
 

■ “문잠그기는 초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김모씨(34, 게임회사 근무)

문을 잠그는 방법은 그야말로 미봉책이다. 애들은 잠긴 문 너머에 유토피아가 있다는 사실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부모님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삼촌이 방에 들어가는 순간을 노리기도 한다. 일단 악마들이 방에 들어가면 게임 끝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를 들키지 않는 것이다. 일단 들키면 다음해의 공성전 방어율은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 절대로 들키지 말아라. 피규어는 미리 잘 정리해서 창고나 옷방에 넣는다. 번거롭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창고까지 뒤져볼 정도로 집념 강한 애들은 없다.

■ “높은 곳은 위험, 침대 밑이 의외로 안전해” – 이모씨(39, 게임기자)

애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옷장 위와 같은 높은 곳에 두면 경험상 무조건 뺏긴다. 애들은 영악해서, 다른 어른들에게 일러서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만다. 모조리 박스에 담아서 침대 밑에다 숨긴다. 침대 밑이 더 위험하지 않냐고 하겠지만, 피규어를 안쪽에 숨기고 바깥쪽에 옷 같은 것을 넣은 박스로 가리면 애들이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여자아이라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멀록인형이나 ‘리그오브레전드’ 피규어도 다 털어 간다. 상황에 따라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지키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비싼 미소녀 피규어는 철저히 숨기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들은 바깥에 내 놓는다. 이 방법을 사용했더니 겨울왕국의 ‘엘사’ 빼고는 털린 적이 없다.

   
 

■ “다 필요없다. 무조건 정색하고 안주면 된다” – 권모씨(24, 대학생)

피규어를 순순히 뺏기는 이유는 가족간의 의가 상할까봐 그런 것 같다. 의가 상하든 말든 절대로 주지 않으면 된다. 물론 말이 쉽지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한테는 가족의 평화만큼이나 피규어도 소중하다. 어차피 명절에만 보는 친척들이다. 한번 강하게 나가면 다음해에도 편하다.

어른들은 대부분 피규어가 얼마나 비싼지 잘 모른다. 그래서 남의 피규어로 아이들에게 본인이 선심을 쓴다. 이를 막기 위해 장식장 앞에 피규어 가격을 붙여놓거나 구매할 때 받은 영수증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나 같은 경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가격을 보여줬다. 가격을 확인하고 나면 애한테 피규어 주라는 말이 쏙 들어간다.

■ “교육상 안좋다, 한마디면 끝” – 최모씨(26, 취업준비생)

애들이 부모를 소환하면, 그 부모의 심리를 역이용하면 된다. 잠근 방문을 열라고 할 때 “아이 교육에 좋지 않아 문을 잠근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 만일을 대비해 문을 열었을 때 바로 보이는 곳에 야한 족자를 걸어놓으면 금상첨화.

사실 가풍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다행히도 우리집은 내 취미를 알고 있는 부모님이 먼저 방어를 해주신다. 친척 중에서도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여차하면 문을 잠그고 PC방으로 가버리면 된다. 

   
 

피규어(figure)란?

영단어 figurine(장식용 조각상)을 줄인 말로, 흔히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의 캐릭터들을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장식물을 뜻한다. 10만원 이하의 제품이 많지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한정판 피규어도 있다. 한가지 포즈를 취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나, 팔다리 관절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액션피규어도 있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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