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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재의 노답캐릭] 게임업계 덮친 메갈리아 논란, 그 이후[2016년 결산] 일베-메갈리아 논란, 게임업계 덮치다
백민재 기자  |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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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5  1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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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큼 게임업계가 게임 외적인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2016년 게임업계는 이른바 ‘일베’와 ‘메갈리아’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게임세상에서 난데없는 정치와 이념 논란이 불붙었고, 페미니즘 논쟁도 벌어졌다. 수많은 공격과 비방,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벌어졌음에도 이 논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게임업계, 연초부터 일베 논란으로 시끌

연초인 1월, 모바일게임 ‘이터널 클래시’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논란에 휘말렸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특정 문구들이 문제였다. 게임 내 4-19 스테이지에는 ‘반란 진압’, 5-18 스테이지에는 ‘폭동’이라는 제목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유저들은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훼손한 것”이라며 “개발자가 일베 유저 아니냐”고 주장했다.

유저들은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몰려가 별점 테러를 가하기 시작했다. 파장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결국 개발사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표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제목과 로딩 문구 등을 만든 기획 책임자 역시 징계를 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터널 클래시’는 국내 서비스를 사실상 포기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 사태로 인해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입은 손실액이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베 논란이 잠잠해진 이후 여름, 이번에는 이른바 메갈리아와 관련된 페미니즘 논란이 게임업계를 덮쳤다. 이는 일베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전선을 만들어내며 게임업계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메갈리아 논쟁과 극단적인 대립

논란은 7월 넥슨의 온라인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 성우였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SNS에 인증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클로저스’ 성우에서 교체됐고, 메갈리아 및 워마드를 옹호하는 여성들이 “넥슨의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김자연 성우는 “넥슨으로부터 녹음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며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해달라”고 밝혔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판교의 넥슨 사옥 앞에서는 워마드 회원 등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시위를 계기로 게임 유저들은 메갈리아 등 넷페미니스트들과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됐다. 평소에 넥슨을 비판하던 게이머들도 이때만큼은 열정적으로 넥슨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한 동안 각 커뮤니티와 포털, SNS 등에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메갈리아의 거친 언어(미러링 전략이라고 한다)와 오랜 세월 키보드 배틀로 다져진 게이머들의 언어가 충돌했다. 댓글마다 온갖 욕설과 비방이 난무했고 신상털이와 법적대응도 이어졌다. 넥슨 앞에서 시위하던 여성들 일부는 주변 남성들의 사진을 SNS에 유포하고 악플을 달다 고소를 당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 지지자들은 넥슨을 옹호하는 행위를 ‘여성혐오’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눈에는 ‘게임혐오’로 받아들여졌다.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혐오와 테러를 일삼는 여성들”이라며 맞받아쳤다. 메갈리아나 워마드도 페미니즘이라는 여성학자들의 주장도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베와 같은 혐오 집단일 뿐”이라며 그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논쟁은 지금까지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거친 언어의 공회전만 반복됐다. 페미니즘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건전한 논의나 토론은 처음부터 생겨나지도 않았다.

양측의 논리와 주장이 모두 나온 상태에서, 어느 것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로 변해갔다. 그리고 논쟁은 게임을 넘어 웹툰 업계와 서브컬처 전반으로 뻗어나갔다.

모바일게임에서도 벌어진 메갈 논란

약 4개월이 흐른 뒤 이번에는 시프트업과 넥스트플로어가 공동개발한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논란에 휘말렸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캐릭터를 그린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과 메갈리아 관련 논쟁을 벌인 것이 발단이었다. 애초에 말다툼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문제였지만, 개발사는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를 게임 내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또 다른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저는 메갈입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개발사는 그녀의 그림도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개발사의 대응이 너무 성급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처음 SNS 상에서 논쟁이 벌어진 지 반나절 만에 일러스트 삭제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슨 정도의 회사니까 메갈리아 논란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중소 게임사가 그런 논란에 휘말리면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며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빠르게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유저들의 반응이었다. ‘메갈 일러스트 삭제’ 소식이 전해지자 ‘데스티니 차일드’ 공식 카페에는 자신의 결제 내역을 인증하며 게임사를 응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후 ‘데스티니 차일드’는 대형 게임사들의 경쟁작들을 누르고 1개월간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이어갔다. ‘클로저스’ 역시 논란 이후 게임 순위는 더 상승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메갈리아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메갈리아 논란 이후 게임업계 분위기는

페미니즘 이슈는 강남역 살인 사건과 연예인들의 여성 비하 발언, 그리고 메갈리아 논란을 겪으면서 올 한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는 여성학/젠더 분야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페미니즘에 대해 당당히 말하는 여성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메갈리아 논란 이후 게임업계는 여성들이 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행여나 문제가 생길까봐 여직원들에게 SNS 등을 자제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는 게임사 경영진도 생겨났다. 게임사의 한 여직원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 황당하지만, 회사와 업계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대로 직원들이 나서서 경영진을 만류하는 게임사도 있다. “대표님이 평소 페미니즘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데, 공개적으로 발언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하다”는 것이다.

일베와 싸웠던 게이머들도, 메갈리아를 옹호했던 페미니스트들도 모두 차별과 혐오에 맞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한 정의는 너무나도 달랐다. 폭풍이 휘몰아친 뒤, 현실은 더 보수화됐다.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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