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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노답캐릭
[백민재의 노답캐릭] 그들은 어쩌다 혼모노가 됐을까300만 관객 돌파 ‘너의 이름은’, 신종 관크 혼모노 관객도 소환
백민재 기자  |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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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6  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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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들겠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극장에서 담배를 피웠다. 매점에서는 담배도 팔았다. 극장 안은 흡연자들의 천국이었고, 영화가 끝나면 바닥에 담배꽁초가 나뒹굴었다. 행여나 남녀주인공의 러브신이 나오면 몇몇 관객들은 민망함에 소리를 질러댔다. 주인공이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다 함께 감동해 박수도 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불거진 ‘혼모노’ 논란을 보면 과거 극장 풍경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극장에서 쫓겨난다. 그건 이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아닌, 그 부모 세대의 영화관 풍경이니까. 돌이켜보면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영화를 봤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요즘 네티즌들은 극장이나 공연장에서 민폐 관객을 만났을 때 ‘관크’라는 말을 쓴다. 관객과 온라인게임의 크리티컬(critical)을 합친 신조어다. 관람에 치명적인 방해를 받았을 때 쓰는 말이다. 스마트폰 불빛으로 피해를 주거나, 앞좌석을 발로 차거나, 코를 골며 잠을 자거나,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는 관객들을 지칭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어린이도 포함된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자 관객들은 새로운 관크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혼모노의 등장이다.

   
 

혼모노(本物)는 진짜, 혹은 실물이라는 뜻이다.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수준의 오타쿠가 나타났을 때 이런 댓글이 달린다. “코이츠와 혼모노다(이 녀석은 진짜다).” 일본 만화 대사에서 유래된 이 말은 때로 부러움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적어도 한국에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논란의 본격적인 시작은 올해 1월 초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참석했던 한국 GV 현장에서 일부 관객들의 태도가 문제가 됐다. 그들은 통역이 있음에도 일본어로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 기회를 달라며 소리를 질러 참석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네티즌은 “질문 자체가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잘 하지도 못해 감독이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는 서브컬처 커뮤니티에 ‘혼모노의 난’이라는 게시물로 떠돌았고, 수 백개의 리플이 달리면서 본격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덕후라 불리던 애니메이션 팬들도 그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때부터 혼모노는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진성 오타쿠’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뜻으로 빌런(악당)이 쓰인다.

   
 

혼모노의 민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과도한 애정표현과 눈치 없음, 주위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인성과 돌출 행동의 총 집합으로 나타난다. 그들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경험담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1. 영화가 시작할 때 기립박수를 친다.
2.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따라한다(물론 일본어로).
3. 휴대폰 소리 등 극중의 효과음을 입으로 따라한다.
4.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고, 다른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5. (술을 만드는 장면에서) 아침햇살을 마신다.
6. 영화가 끝날 때도 기립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7. ‘너의 이름은’ 팝콘통을 사수하되 팝콘은 버린다.

이 같은 행동들은 관크라는 단어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경험담들은 대부분 주관적이기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기괴한 행동들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컬쳐쇼크로 작용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어느새 혼모노는 극장에서 만나지 말아야할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이 신조어는 ‘너의 이름은 오타쿠’를 넘어 서브컬처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도 덕후들의 과도한 애정표현은 논란을 낳았다. 2015년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극장판 상영 당시에는 한 관객이 스크린을 향해 햇반을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쌀밥을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햇반은 맨 앞좌석과 스크린 사이에 떨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도 질타를 받았고, ‘러브라이브’ 팬들은 ‘럽폭도’라 불리기 시작했다.

   
 

아직 ‘너의 이름은’ 관객 중 ‘럽폭도’ 수준의 행동을 보이는 이는 드물다. 다만 작품의 대중적인 흥행으로 인해, 작은 민폐라도 그 충격파가 강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유가 어찌됐든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냥 웃어 넘길 일은 아닌듯 하다.

혼모노 논란은 오타쿠라서 문제가 아니라 관람 매너의 문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듯, 지키지 않는 매너가 혼모노를 만든다.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소란을 떨던 시절에는 모두가 그러한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70~80년대도 아닌 21세기이며, 다른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배경 캐릭터가 아니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혼모노임에도 자신이 혼모노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다. 만약 이번 설 연휴 극장에서 옆 자리의 누군가가 눈치를 준다면, 한번쯤 스스로의 관람 매너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다. 올해는 극장에서만이라도 혼모노도, 관크도 없이 조용히 영화만 보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CGV 영화 ‘공조’ 관람객 중 현빈과 윤아가 나올 때마다 자지러지던 커플은 앞으로 영화관 데이트는 자제하길 바란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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