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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물약인생
[황대영의 물약인생] ‘낭만개발자 김사부’가 그립다신선하고 설레게한 그 많은 낭만 게임 개발자들은 어디로 갔나
황대영 기자  |  yils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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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9  11: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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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린저씨’다. 그것도 1~2년도 아닌 19년이나 된 진득한 진성이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의 커츠(GM) 이벤트부터,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 김형진 상무가 신입 개발자로 영입돼 크레딧부터 점차 변화한 모습까지 몸소 체험했으니 진성 유저임은 틀림없다. 그런 온라인게임에서 하나 깨우친 것이 있다면, 바로 ‘피(체력)가 없으면 물약을 먹어야 하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점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야근과 과로로 녹초가 되었을 때 휴식(물약)은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물약을 먹지 않으면 당연히 요단강을 건너간다. 불변의 진리다. 그게 통용되지 않는다면 ‘버그’이며, 즉시 수정돼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이 코너의 제목을 ‘물약인생’으로 정했다. 그간 먹은 물약만 수십억 아데나요, 현금으로는 몇 천만원이 족히 되리라.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마지막 최고 시청률이 32.81%에 달했다. 거대병원의 외과 과장인 김사부(한석규)는 성과를 중요시 여기는 병원장의 모략에 의해 퇴출되고, 시골의 작은 돌담병원에서 낭만을 찾아 헤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다. 현실에 물든 강동주(유연석)가 김사부를 만나, 잊고 있었던 낭만을 다시 일깨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차피 뻔하면서도 펀(Fun)한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매주 월,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들은 뻔한 내용 속에서 가슴에 한 켠에 간직된 낭만을 다시 불사르는지, 연일 시청률은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웠다.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강동주의 고민에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면서, 윤서정(서현진)과의 속보이는 달달한 로맨스에 죽어가는 연애세포를 다시 살려냈다.

그런 낭만이 게임업계에서도 한때는 존재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낭만을 찾기 위해 몰두하는 개발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각종 새로운 트렌드, 플랫폼, 장르 등을 선도하는 그들은 사용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불어넣었고, 사용자들은 개발자 이름만 보고 게임을 고르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한국에서는 송재경, 김태곤 등 유명한 개발자들이 이름을 날렸다. 아직까지도 그들은 현역에 종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시드마이어를 비롯해 수 많은 개발자들의 타이틀이 인기를 끌었다.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로 살아남은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낭만과도 같다.

   
 

하지만 요즘 게임업계는 상업적 가치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연구개발(R&D)을 추월했다. 현실이 낭만을 지배한 셈이다.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라고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는 작품을 못본 지 벌써 몇 년째다.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의 흐름이 변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게이머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플레이하는 게임의 좋은 점만 보고 고쳐야될 점을 되돌려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극히 냉소적으로 변했다. 게이머들은 “그럼 하지마! 콰아아아아”라는 게임사들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마다 “한국 게임은 믿고 거른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금 요소를 잔뜩 집어넣은 상업성 짙은 게임들이 성공한다. 그런 게임들이 매출 금자탑을 세울 때마다 현실에서는 낯선 풍경이 벌어진다. 한쪽에서는 성공의 축포가 쏘아올려지는 동안, 한쪽에서는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이 모습이 챗바퀴처럼 돌고 돈다.

이제는 게임의 본질이 재미를 찾는 것인지, 양대 마켓 최고매출인지 그 경계마저 모호해진 세상이다. 매출 1위가 반드시 게임의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게이머들은 아우성을 치며, 개발자들은 과연 길이 올바른지 판단까지 흐려지고 있다. 최근 사업을 접은 중견 개발사의 RPG 프로젝트 팀원 개발자는 사업이 틀을 정하고 그 안에서 기획을 잡는 기이한 구조로 게임이 만들어진다고 토로했다.

물론 아직까지 낭만을 찾는 개발자들도 극소수 있긴 있다. 때로는 의외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소녀가 망망대해에서 살아남는 ‘표류소녀’가 그렇다. 초기 버전에서 이 게임은 상업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상업성에 때묻지 않은 불과 3명의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상업보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만 집중하다 보니 가뭄에 콩 나듯 특별한 게임이 튀어나온다. 문득 그들이 몇 년 뒤 송재경, 김태곤처럼 스타 개발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창업이라면 몰라도 개발자, 기획자로 기업의 일원이 된다면 현실의 성과를 중요시 여기는 문화에 그들도 동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든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다. 낭만을 찾는 게임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든다고 말하지만, 시장은 그것들을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한 상업성에 물들은 양산형 게임이 더욱 성과를 내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 등 성과를 내라고 부릅뜨고 쳐다보는 소설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의 눈’이 존재하는 한 회사의 입장에서 상업적인 게임에 손이 먼저 가게 마련이다.

10인 이상 중소개발사라고 불리는 스튜디오의 관계자들을 만나면 항상 앓는 소리가 먼저 나온다. 퍼블리셔라고 불리는 배급사에 줄을 대어야 하고, 어렵게 잡은 퍼블리셔에게 사업적인 부분까지 관여 당하면 결국 양산형 게임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낭만은 단지 낭만일 뿐, 혹독한 현실이 게임업계를 지배한지 오래다.

상업성에 획일화되어가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과거 양산형 게임을 찍어내기에 바쁜 온라인게임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중국, 글로벌 빅마켓 시장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때문에 낭만을 쫓는 개발자들이 더욱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게이머들에게 본연의 재미와 신뢰를 다시 되돌려줄 ‘낭만개발자 김사부’가 나오길 바란다.

게임톡 황대영 기자 yils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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