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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윤태호 "韓 웹툰, 국내에만 안주하면 위험"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인터뷰…게임과 만화, 규제만으로는 안돼
백민재 기자  |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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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3  10: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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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인터뷰]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게임과 만화, 규제만으로는 안돼

윤태호 작가는 단순히 인기 만화가라는 수식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정치, 종교, 사회, 기업,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 작품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탐구해 독자들에게 펼쳐낸다. ‘이끼’ ‘미생’ ‘내부자들’ 등 그의 작품들은 만화의 영역을 벗어나 영화와 드라마,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지난 1월 그는 한국만화가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와중에 협회 일까지 맡았으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 게임톡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윤태호 신임 회장을 만나 한국 웹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한국만화가협회에 대해 “아직 협회 회장직을 맡을 나이나 경력이 아닌데도 맡게 돼 개인적으로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원로 만화가들과 신인 작가들이 협회에 바라는 점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경력이 많은 만화가들은 협회가 친목을 다져나가는 단체가 되기를 바란다. 반면 젊은 작가들은 만화가들을 위해 힘을 발휘하는 조직이 되기를 원한다. 그는 “선배님들과 후배들이 요구하는 바가 다르니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다”며 “한쪽은 서운할 수도, 또는 양쪽 모두 서운해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만화 탓, 게임 탓…교육의 문제”

과거 대본소, 만화대여점, 일본 만화 등을 접했던 선배 만화가들과 지금의 젊은 웹툰 작가들은 마인드가 다르다고 한다. 윤 회장은 “지금 젊은 웹툰 작가들은 대본소 만화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들이 웹툰을 소비하기 시작한 첫 세대”라며 “그들은 선배 만화가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이 없는데,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웹툰은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각광받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만화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공개적으로 불태워지는 ‘화형식’에 처해졌다. 잊을만하면 불법만화, 음란만화의 문제점들이 신문과 TV를 통해 보도됐다. 그 시절을 살아온 만화가들에게는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윤태호 회장 역시 그러한 시절을 지켜봐왔다.

   
 

과거 한국에서 만화가 받았던 탄압은 게임으로 넘어왔다. 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생겨났고, 게임을 알코올,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는 무슨 사건만 터지면 만화 탓, 게임 탓을 해왔다”며 “왜 교육이 감당해야할 일들을 자꾸 문화에 떠넘기는지 모르겠다. 그게 가장 큰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화와 게임이 정말 유해하다면, 그런 것들에 대해 변별력을 갖게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그건 교육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게임을 과하게 하니까 문제라고 하는데, 그것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게임도 없애고 만화도 없애는 것이다. 그렇게 다 없애고 나면 우리에게 뭐가 남을까. 그런 접근 방식은 잘못됐다.”

확신 가진 게임 개발자들, 실패하지 않았으면

그는 스스로 “게임은 거의 해 본적이 없고, 게임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게임 업계와는 종종 함께 일을 해왔다. 로이게임즈의 공포게임 ‘화이트데이’에서 엔딩 콘티 제작 및 검수에 참여했고, 개발사 로이코미를 설립해 ‘미생’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에 ‘알 수 없는 기획실’이라는 게임 웹툰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게임, 만화, 영화, 드라마, 시, 소설, 음악 등 모든 예술이 형식만 다를 뿐, 영감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게임 만화를 그리기 위해 엔씨소프트를 실제로 방문한 적도 있다. 그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많은 오덕들이 정말 즐겁게 일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에 갔을 때 복지, 직원들이 회사를 다니다 지치지 않게 하려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옛날에는 ‘이런 게임을 누가 만들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박사까지 딴 인재들이 그런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수백 번씩 칼질을 하는 게임인데, 그들은 그게 즐겁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생’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게임 제작을 생각하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작품이 만들어진 다음,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것에 저항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웹툰, 몇몇 작가만의 힘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한국 웹툰 시장은 초고속 통신망에 힘입어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이미지를 올리면 하나씩 첨부파일로만 들어갔다. 미리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미지를 게시판에서 바로 볼 수 있게 됐고, 여러 장의 이미지를 올리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림에 말풍선을 붙인 뒤, 여러 장을 붙이면 꼭 모니터로 만화를 보는 것 같았다. 강풀, 김풍 등 게시판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들이 생겨났다.

   
 

그는 한국에서 웹툰이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웹툰으로 오면서 독자와 작가의 나이 간극이 줄어들었다”며 “독자들이 자기 또래가 그린 만화를 보게 되면서 많은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웹툰의 성장은 단지 몇몇 작가들이 잘 그려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성공한 만화가들이 있었지만, 만화의 시장 자체를 높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웹툰 시대에는 강풀, 조석 등 수많은 작가들이 치열하게 자신들의 작품을 그려냈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레진코믹스 등 유료 웹툰 플랫폼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글로벌 진출도 훨씬 활발해졌다. 출판만화 시절에는 해외에 진출하려면 인쇄해서 책을 찍어야 하고, 물류비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번역만 된다면 어느 나라나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윤태호 회장은 “아이러니한 딜레마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자국의 만화시장이 강력할수록, 자국시장에서만 안주하는 작가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한국이 그렇다. 그는 “한국 작가들은 대부분 한국 시장에 맞는 작품을 그리는데, 이는 대단히 큰 위험요소”라며 경고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자국 만화시장이 없는 나라의 작가들은 인류 보편적인 정서와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동남아시아나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은 해가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 추세다. 언젠가는 따라잡힐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콘텐츠라는 것은 역사가 더 오래됐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이제는 작가들이 전 지구인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릴 수 있는 만화 많지 않아…잘해야 한다”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바뀌며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예를들어 허영만 작가의 경우 지금까지 발표된 타이틀만 200종이 넘는다. 하지만 현재 만화가들의 경우 30~40종 타이틀을 그리기도 힘들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작품의 밀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독자들은 개성 있고 사적인 작품을 원한다”며 “과거처럼 많은 문하생을 두고 빨리 찍어내면 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은 작가가 한 작품을 연재하다보면 3~4년은 금방 지나간다. 윤 회장의 경우 ‘미생’을 그리는 데 4년 7개월이 걸렸다. 한 명의 만화가가 그리는 작품의 수는 예전보다 훨씬 적다. 윤태호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가 앞으로 60세까지 그린다 해도, 이제 그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며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해야 한다”는 한마디는 이날 그가 한 말 중 가장 묵직하게 울렸다.

웹툰 작가를 꿈 꾸는 지망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재능 하나 믿고 만화를 그리려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재능을 다 가지고 있다”며 “그러니까 재능은 딱히 변별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하나다. “얼마나 성실하게 버티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버틴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다. 그는 “지망생들이 ‘나는 만화를 좋아하니까 꼭 이걸 해야만 해’라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본인이 버티기 힘들고 재능이 없다면 늦기 전에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윤태호라는 만화가는 어떤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는 능력 대비 다른 능력이 월등하게 부족했다”라며 웃었다.

윤태호 회장은 올해 ‘미생’ 시즌2 연재에 전념할 예정이다. 팔이 아파 한 동안 작업을 중단했었다. 지금도 병원을 다니며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 100권짜리 교양만화 프로젝트 ‘오리진(origin)’ 시리즈도 올해 출간을 준비 중이다. 그는 “벌려놓은 일들이 많다. 일단 올해는 ‘오리진’과 ‘미생2’에 전력을 다 할 계획”이라며 “협회 일도 잘 됐으면 좋겠다. 특정인의 리더십으로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시스템이 잘 갖춰진 단체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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