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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영의 물약인생] 중국의 이상한 판호 셈법일제 미화 콘텐츠는 내자 판호 발급, 한국산 게임은 판호 발급 불허
황대영 기자  |  yils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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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7  1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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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일제 미화 모바일게임 강철소녀>

“우리 게임 판호 나왔어?”, “한국게임 몇 개야?”, “현지 퍼블리셔는 뭐라고 해?”. 중국과 파트너십, 혹은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현재 판호와 전쟁 중이다. 총성만 없을 뿐 대형 게임사들은 중국의 움직임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판호는 중화인민공화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이 자국 내 출판물에 대해 발행하는 고유 번호다.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 고양, 문화의 우수성 확립, 청소년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적인 장치다.

게임도 여기에 포함된다. 판호가 없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 게다가 광전총국은 지난해 7월 1일 판호의 새로운 규정을 시행,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모바일게임까지 판호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글로벌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콘트롤되고 있는 셈이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날로 험악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과 엔터테인먼트에 이어 게임업계에도 사드로 비롯된 악재가 덮쳤다. 바로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더욱이 광전총국은 양국 간에 분쟁으로 비화할 것을 대비,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구두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다들 수긍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내 한국산 게임 출시가 어렵다고 조용히 귀띔했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다들 쉬쉬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밝혔다가 혹여나 양국 관계가 복원된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말을 아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소개발사 뿐만 아니라 대형 개발사들까지도 중국발 이슈에 민감한 상태다”며 “중국의 판호 비준은 개별기업 입장에서 대응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고 말했다.

자국민 3500만명 죽인 콘텐츠는 되고, 한국산 콘텐츠는 안된다?

광전총국이 발행하는 판호는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로 나뉜다. ‘내자 판호’는 중국산 콘텐츠에 적용되고, ‘외자 판호’는 중국 외 국가에서 생산한 콘텐츠에 적용한다. 원산지 및 소유주에 따라 판호 발급 형태가 구분된다.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를 구분한 점을 보면 중국이 철저한 보호무역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광전총국은 총 3851종의 판호를 내줬다. 그 중 외자 판호는 228종으로 전체대비 5.9% 수준이다. 사드 보복이 가시화 된 3월부터는 한국산 게임은 단 한 건도 판호 발급이 되지 않고 있다.

단지 중국을 제외한 한국산 및 외산 게임이 중국에 출시 시도를 하지 않아서 비율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의 발급 요건부터 차이가 크다. 각종 한국색이 강한 게임들은 중국에 출시 직전까지 요건에 맞춰 수정을 거듭하기 일쑤다.

   
<중국 출시를 위해 복식을 전면 수정한 블레이드앤소울>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3년 11월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중국 출시를 위해 속옷과 일부 복식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복식은 ‘블레이드앤소울’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또 이렇게 수정을 거치더라도 내자 판호와 달리 외자 판호는 훨씬 더 많은 검수 시간을 거친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그냥 포기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까다로운 규정은 외자 판호에만 해당할 뿐, 중국산 내자 판호에는 매우 관대하다. 일례로 중일전쟁 당시 중국은 공식적으로 군인 321만명, 민간인 913만명 등 총 1200만명 이상이 사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5년 종전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500만명이 중일전쟁 기간에 사망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광전총국은 일본제국 해군 함선을 미화하는 ‘강철소녀(중국명: 鋼鉄少女)’, ‘소녀함대(중국명: 艦姬)’ 등 칸코레 스타일 게임에게 내자 판호를 발급, 해당 게임들은 서비스 및 준비하고 있다. 이는 원론으로 돌아가서 광전총국이 판호 발급에 규정한 사회주의 사상 고양, 문화의 우수성 확립, 청소년의 정신건강 보호 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행하는 꼴이다.

자국민 3500만명이나 죽인 일본제국을 미화한 게임은 판호를 내주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중국인 1명도 사망하지 않은 사드 때문에 한국산 게임을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일명 칸코레류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차라리 이쯤이면 무역 보복이라고 보는 게 맞다

“위(중국정부를 지칭)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한국산 게임, IP의 판호는 안나와요. 공식 문서는 아니지만,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차라리 저작권을 중국 업체에 통째로 넘기는 방법을 알아보시죠?”

중국 현지 판호 발급 대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대응이 힘든 점은 구두로 전달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광전총국은 문건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하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교묘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취한다.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려고 해도 물증이 없다. 당장 중국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서비스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반한정서 때문에 취소했다고 우기면 기업 간의 문제이기에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다. 이렇게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보이콧은 실체가 없어, 한국 정부의 대응까지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판호는 무역 전쟁도 아니다. 단지 일방적인 보복의 수단일 뿐이다. 한국산 게임은 중국으로 진출하는데 판호라는 장벽이 있지만, 중국산 게임은 한국에 들어오는데 아무런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산 게임들은 양국의 불편한 기류 정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시장에 서비스된다.

이쯤이면 판호는 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비관세장벽으로 보는 게 맞다. 철저한 중국식 이해타산이 걸린 지독한 규제라고 봐도 무관하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최근 문화관광체육부와 조사한 게임업계 한한령 피해 실태 파악에서 약 10여개 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은 판호로 자국 산업을 철저하게 보호하는데, 한국도 게임산업에 영화 쿼터제와 같은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바일게임 시장이 고도화, 대형화 추세로 변화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국내 중견 게임사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중국을 비롯한 외산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게임톡 황대영 기자 yils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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