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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민 기자의 깨톡] 韓美日 게임사들, 야근과의 전쟁야근이 당연시되던 게임업계 기업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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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7  11: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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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과도한 크런치타임(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 및 철야에 돌입하는 시간)이 전세계 게이머들과 개발자들 사이에 뒤늦게 화제로 떠올랐다. 2004년 ‘슈퍼마리오64 DS’ 개발에 참가했던 핵심 개발자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새벽까지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했다고 털어놓은 것. 특히 닌텐도의 상징적인 인물인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가 야근 문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컸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닌텐도에서 근무했던 베테랑 개발자 오카모토 모토이는 최근 북미웹진 가마수트라와의 인터뷰에서 “슈퍼마리오64 DS를 개발할 때 새벽 4~5시까지 일했다”며 “내 게임 개발 경력에서 가장 미칠듯한 크런치타임이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야근은 미야모토 시게루가 임원 회의를 끝내는 밤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때부터 미야모토는 ‘슈퍼마리오64 DS’ 팀에 합류해 새벽 2시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미야모토는 이 시간을 ‘마리오 타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새벽 2시가 되면 미야모토는 “건강을 생각해서 빨리 퇴근하라”고 말하고 집에 갔고, 남은 개발진들은 다시 2~3시간동안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아트 담당자와 프로그래머들에게 전달할 내용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새벽 4~5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오카모토는 “게임의 신인 미야모토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냐”며 “미야모토는 정말 놀라운 체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외신과 게임 팬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부는 초과근무수당 없이 야근을 강요하는 게임업계 문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또 다른 일부는 게임과 같은 공동 프로젝트에서 야근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변호에 나섰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이 맞서며 때아닌 설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2004년 닌텐도 직원들이 잠도 못자고 게임 개발에 매달렸던 바로 그 시기, 지구 반대편 북미 게임업계의 야근 문화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EA다. 에린 호프만이라는 여성이 EA에 근무중인 남편의 끔찍한 야근 실태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이 글을 본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녀의 남편은 EA에 입사할 당시 면접관에게 “장시간 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게임업계의 일부분이며, 마감일을 피할 수 있는 개발사는 없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피면접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대응이다. 그러나 그가 면접관에게 장시간 노동이 몇시간을 의미하는지 되물었을 때, 면접관은 기침으로 답변을 회피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남편이 입사 후에야 면접관이 답변을 회피했던 이유를 알았다고 말했다. 크런치타임이 닥치자 그는 일주일 내내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을 일해야 했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무려 85시간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크런치타임에 대한 보상으로 초과근무수당과 휴가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EA는 직원들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집단 소송을 당했다. 결국 EA는 첫번째 소송에서 1560만달러(약 176억원), 두번째 소송에서 1490달러(약 168억원)를 지급해야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땠을까. 겉으로 드러난 사례는 없지만, 한국 게임업계도 북미, 일본과 견주어도 만만치 않은 노동 강도를 자랑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2004년이면 한국 온라인게임이 한창 만개했을 시기다. 24시간 서비스를 해야 하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얼마나 많은 게임사 직원들이 휴식과 잠을 반납하고 일에 매달렸을지 짐작이 간다.

   
 

일본, 미국, 한국 등 전세계 게임업계 근무 환경은 참 열악했고, 아직도 열악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야근은 불가피하다”고 고집을 부리던 게임사들이 직원들의 삶의 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존 직원들을 갈아넣는 대신, 채용인원을 늘려 크런치타임의 부담을 줄였다.

EA 파동 이후 북미 게임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가 2004년 북미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일주일에 65~80시간의 크런치타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14년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8%가 일주일에 50~69시간의 크런치타임을 겪었다고 답했다. 여전히 엄청난 근무량이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확실히 개선되어가는 중이다.

일본도 바뀌었다. 그간 아베 신조 총리는 야근문화를 뿌리뽑겠다며 대기업과 경제인연합에 동참을 요구해왔다. 이에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곳도 나타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야근을 줄여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마 닌텐도를 비롯한 일본 게임업계도 2004년만큼 야근을 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올해 2월 넷마블게임즈가 업계 최초로 야근금지령을 내렸고, 뒤이어 펄어비스도 칼퇴근 보장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개발자들조차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제 오후 7시가 되면 구로의 등대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향유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판교 지하철역을 지나다가 네오플의 공개채용 공고를 봤다. 저녁 7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찬 이미지와 함께 “네오플 퇴근길이 탐난다면 지금 바로 지원하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제주도에 거점을 둔 네오플이라 가능한 광고이겠지만, 언젠가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정시 퇴근을 강조하는 채용공고를 숱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런 점에서 지금 게임업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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