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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민 지사장 “대만서 안팔린다던 검은사막, 반년째 1위”‘검은사막’ 대만 흥행 이끈 부민 펄어비스 타이완 지사장 인터뷰
대만=서동민 기자  |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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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5  0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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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은사막’ 대만 흥행 이끈 부민 펄어비스 타이완 지사장

대만 타이베이시의 중심부인 쑹샨(松山)구. 도심 가운데로 지룽강이 가로지르고, 강 이남에는 회색 고층 빌딩들이 쑹샨국제공항을 빼곡하게 에워쌌다. 줄을 맞춘 건물, 쭉 뻗은 도로,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마치 한국 테헤란로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오토바이들이 매캐한 매연을 뿜으며 도로를 달린다는 것. 시끄럽지만 대만인들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는 이곳에 펄어비스 대만 지사(펄어비스 타이완)가 있다.

지난해 11월에 설립, 쑹샨구에 입주한 펄어비스 타이완은 6개월이 흐른 지금도 새 사무실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무실 한켠에는 정체 모를 이삿짐 박스가 한가득 쌓여 있고, 회의실 테이블에 달린 콘센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비닐 덮개가 그대로 붙어있다.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이 대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제대로 된 집들이도 못한 채 바삐 돌아가기 시작한 탓이다. 본사 인원 포함해 50~60명이 대만 서비스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현지 직접 인력만 18명이지만 일손이 아직 모자라다. “하루빨리 채용을 마치고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게 올해 목표”라고 웃는 부민(43) 펄어비스 타이완 지사장을 이곳에서 만났다.

   
 

■ 현지 직원도 ‘검은사막’ 안될 것 같다고 반대

펄어비스 타이완은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대만에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설립한 현지법인이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개발 외에 직접 서비스까지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및 북미∙유럽 지역은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지역은 게임온이, 러시아는 신코페이트가 각각 ‘검은사막’의 운영 및 서비스를 맡았다.

대만 지사의 수장은 게임업계에 오래 몸담아온 부민 지사장이 맡았다. 부 지사장은 콘솔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10여년간 일본에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소싱을 담당했다. 일본 게임온 근무 당시 ‘검은사막’ 일본 퍼블리싱 계약을 세계 최초로 진행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부 지사장은 “당시는 한국에서도 퍼블리셔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라고 회상하며 “내가 검은사막을 발굴했다기보다는 우연히 좋은 정보를 얻었던 것”이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게 인연이 되어 펄어비스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대만 지사장까지 맡게 됐다.

한국 게임사가 대만에 진출해 직접 서비스를 진행한 사례는 드물지 않은 편이다. 엔씨소프트도 현지법인 엔씨타이완을 설립해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서비스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만에서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온라인게임을 제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다. 온라인게임에 뿌리를 둔 한국 게임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대만 게임시장에는 일본과 중국 모바일게임들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펄어비스가 대만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검은사막’을 서비스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졌다. “좋은 게임도 다 서비스 종료하는 마당에 이제 와서 신규 온라인게임이 성공하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이러한 예상을 무너뜨렸다. 정식 서비스가 아닌 클로즈베타테스트(CBT)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인 바하무트에서 인기 1위를 차지했다. 부 지사장은 “게임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깜짝 놀랐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대만에서 CBT부터 1등을 차지한 게임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후 검은사막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검은사막’은 대만에서 ‘바이투플레이(buy to play)’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미∙유럽 지역 서비스와 같은 방식으로, 패키지게임을 구매한 사람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BM)이다. 패키지 중에 가장 비싼 상품은 2499대만달러(약 9만4000원), 가장 저렴한 상품은 999대만달러(약 3만8000원)다. 여태껏 대만에서 서비스됐던 온라인게임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주변에서는 반대가 거셌다. 게임이 성공하려면 유저를 모으는 것이 관건인데, 패키지 가격이 큰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였다. 대만 게임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펄어비스 타이완 현지 직원들도 “이렇게 비싸게 판매하면 아무도 안 살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몇몇 사람들은 대놓고 비웃었다. “그게 될 것 같냐. 대체 너희가 뭔데.”

하지만 펄어비스 타이완은 북미∙유럽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키지 정책을 강행했다. 패키지 방식이 충성 유저를 모으고 높은 잔존율을 확보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믿었다.

부 지사장은 “대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검은사막이 일본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대만 유저들과 일본 유저들의 성향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이나 한국에서 검은사막을 먼저 즐기던 대만 유저들이 우호적으로 입소문을 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3월 기준 대만의 ‘검은사막’ 패키지 판매량은 30만장을 돌파했으며, 유료 회원은 50만명을 넘어섰다. 대만에서 콘솔 패키지게임이 많이 팔려야 4만장을 넘기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부 지사장은 “유료 회원은 올해 안에 80만명을 넘길 것 같다”며 “매출 지표는 머지 않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지사장은 이제야 한숨 돌린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남 모르는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검은사막이 해외에서 다 잘됐는데, 대만에서만 고꾸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 펄어비스는 “부처님처럼 자비로운 회사”

게임이 성공하면서 펄어비스 타이완의 입지도 많이 격상했다. 가장 체감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직원을 채용할 때다. 법인 설립 초기에는 회사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다. 펄어비스는 대만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고, 더구나 대표작이 ‘검은사막’이라 온라인게임 개발사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저기 러브콜을 보내도 “온라인게임보다는 모바일게임사로 가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부 지사장은 “펄어비스는 콘솔게임과 모바일게임도 개발중인데, 온라인게임 개발사로만 알려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또 “검은사막이 어느 정도 알려진 지금은 구인난에 숨통이 트였다”며 “그렇다고 지원서가 활발하게 몰리는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웃었다.

현재 18명인 직원 비율은 남성 30%, 여성 70%다. 여초(女超) 회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어에 능통한 대만의 게임 개발 인력은 귀한 몸이 됐다. 중국 게임사들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앞다퉈 대만 인력들을 현지로 스카우트했다. 이때 거주지를 크게 가리지 않는 남성들이 대거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다보니 대만의 게임 인력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아졌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많은 대만 문화 특성에서 비롯됐다. 대만 부부들은 아침에 함께 출근해서 아침을 사먹고, 저녁에 다시 만나 외식을 하고 들어간다. 여성이 요리와 가사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다. 부 지사장은 “대만은 여권이 매우 강한 국가”라며 “현지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일을 더 야무지게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귀띔했다.

펄어비스 타이완은 아직 규모가 작은 회사지만, 펄어비스 본사 못지 않은 복지를 제공하려고 노력중이다. 식사는 무료이며, 간식도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 채워 둔다. 부 지사장은 “대만 게임사들이 다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자랑하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지사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대만 유저들이 펄어비스와 ‘검은사막’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우호적이다. 대만 유저들은 펄어비스 타이완을 ‘불심공사(佛心公社)’라고 부른다. 부처님의 마음을 가진 회사라는 뜻으로, 한국에서 쓰이는 말인 ‘갓겜회사’, ‘혜자회사’와 비슷하다. 업데이트도 빠르고, 버그도 바로 고쳐주는 등 대만 시장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물론 초기에는 냉소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대만 유저들은 대만으로 건너오는 한국산 게임들을 흔히 ‘대만특별판’이라고 비꼬곤 한다. 대만을 마이너 시장으로 여기는데다, 대만에서만 유독 BM(수익모델)을 강화한 버전으로 유저들을 힘들게 한다는 의미다. ‘검은사막’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은사막’이 대만에서 서비스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또 대만특별판 아니냐”는 불만어린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펄어비스 타이완이 다른 지역과 큰 차이 없는 BM을 적용하고, 1년6개월 분량의 대형 업데이트를 한번에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저들 사이에서 “검은사막은 좀 다르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부정적인 댓글은 유저들끼리 자정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부 지사장은 “물론 안티 세력은 존재하지만, 기존 한국 게임들에 비하면 많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에 대만게임업계에서 검은사막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실제로 서비스해보니 대만 유저들은 그 어느 지역의 유저보다 콘텐츠 이해도가 높고 좋은 의견도 많이 주셨다”며 “항상 긴장하면서 서비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 지사장은 대만 유저들이 소비자의 권리 찾기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부 지사장에 따르면 일본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다가 불쾌한 경험을 겪으면 조용히 게임을 떠난다. 이를 흔히 ‘나끼네이리(なきねいり, 울다 잠듦)’라고 부른다. 하지만 대만 유저들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보호원을 찾는다. 본인이 아이템을 실수로 구매했을때조차도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대부분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지만, 일부 유저들은 비인가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부 지사장은 “(유저들의 신고 때문에) 소비자보호원에 자주 불려간다”고 웃으면서도 “핵 프로그램을 타협 없이 단호하게 제재한다는 정책은 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저러다가 슬쩍 제재를 풀어주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던 대만 유저들도 지금은 진정성을 알아주고 응원을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검은사막’이 대만에서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불릴만큼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지만, 펄어비스 타이완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을 앞으로도 꾸준히 전개할 방침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날이 마침 대규모 업데이트가 막 적용된 날이었고, 측면에 ‘검은사막’의 홍보 동영상을 상영하는 거대 트럭이 쑹샨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부 지사장은 “지난 6개월간 바하무트 인기 종합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쟁쟁한 경쟁작이 많아서 안심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게임톡 대만=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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