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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재의 노답캐릭] ‘소녀전선’, 덕후 게임은 안된다고요?중국 미소녀게임 ‘소녀전선’, 한국 오타쿠 게이머 취향 저격
백민재 기자  |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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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2  14: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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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게임 구글 매출 3위 등극 “도대체 정체가?”

최근 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는 중국에서 건너온 미소녀 게임 ‘소녀전선’이다. ‘리니지’ IP(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한 3형제가 모바일 시장을 점령한 가운데, 한국 게임들을 제치고 ‘리니지’와 ‘맞짱’을 뜨는 유일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소녀전선’은 단골 이야깃거리다. 그리고 분위기는 한쪽으로 흐른다. 이 게임, 도대체 왜 이렇게 잘되느냐고.

‘소녀전선’은 중국의 미카 팀, 선본 네트워크가 개발하고 대만 퍼블리셔 롱청이 서비스한다. 개발사도, 퍼블리셔도 생소한 이름이다. 롱청은 과거 ‘신선도’ ‘러브 파라다이스’ ‘아이덜 몬스터’ 같은 게임들을 서비스했다. 사실 국내에 내세울만한 히트작은 없는 회사다.

이 게임은 총기를 전술인형이라는 미소녀로 탈바꿈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르의 게임을 중국에서는 ‘2차원 게임’이라 부른다.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특징으로 내세우는 게임을 말하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붕괴학원’ 시리즈다. 중국판 미소녀 게임은 지난해에도 국내에 여러 번 출시됐지만, 대부분 보기 좋게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다르다. 지난달 30일 출시 이후 단 3일만에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7위에 올랐다. 그리고 7월 22일 기준, ‘리니지M(12)’를 제치고 구글 플레이 매출 3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2위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만약 ‘리니지’ 게임들이 없었다면 국내 마켓을 석권했을지도 모른다. 실로 무시무시한 성적이다.

출시와 동시에 흥행 폭발…韓 게임 업계 깜짝

‘소녀전선’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한국 모바일게임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각 회사마다 이 게임의 다운로드와 매출 지표 등을 분석하며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관계자들이 가장 놀랐던 부분은 초기 매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녀전선은 국내 출시 초기에 5만도 되지 않는 다운로드로 구글 매출 10위권까지 바로 치고 올라갔는데,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지금도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말도 안될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출시 전 ‘소녀전선’ 사전예약에는 약 22만명이 참여했고, 공식카페에는 회원 1만5천명이 모였다. 현재 공식카페 회원수는 약 7만6천명이다. 참고로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사전예약자 수는 각각 550만명과 340만명이었다.

보통 모바일게임은 수백만 유저를 끌어 모아도 그중 극소수의 유저들만이 유료결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0%도 되지 않는 유저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훨씬 적은 유저들을 확보했음에도, 그 중 상당수가 조금씩 과금을 하며 매출을 하루 수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지난 15일에는 자정을 넘기자마자 시작된 여름 스킨과 가차(뽑기) 이벤트로 결제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자정이 가까워지면 유저가 몰려 대기열이 발생한다.

   
 

게임 커뮤니티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한국 유저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서버에서 ‘소녀전선’을 다운받아 플레이하고, 디시인사이드나 루리웹 등 각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았으나 디시인사이드 소녀전선 갤러리의 게시물 수는 이미 126만개를 넘어섰다. 게시물 수로는 데스티니 차일드 갤러리(116만), 포켓몬GO 갤러리(40만)를 뛰어넘었다. 즉 이 게임의 흥행 기록은 사전예약자나 공식카페 회원수, 다운로드 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 퍼블리셔들도 흥행 예측 못해…시장 조사 ‘無’

흥미로운 것은 ‘소녀전선’ 개발사가 지난해부터 한국 퍼블리셔 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선본 네트워크와 미카팀을 만났다는 한 관계자는 “처음 게임을 봤을 때 땅따먹기 방식의 전략적 요소와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러스트가 워낙 훌륭해 충분히 캐릭터의 팬심이 생길 수 있는 게임”이라며 “한국에서 서비스가 잘 이뤄진다면 ‘제2의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게임은 중국에서 매출 순위가 높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월 매출은 약 2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이 정도 매출은 매우 낮은 편이다. 개발사가 제시한 국내 퍼블리싱 계약금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 관계자들은 ‘소녀전선’의 수익성을 높게 보지 않았는데, PVP 콘텐츠가 없다는 이유였다. 비슷비슷한 중국산 2차원 게임들이 국내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개발사는 한국 퍼블리셔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에서 약 1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그 판단이 무서울 정도로 잘 들어맞아 가는 중이다. 계약을 놓친 한국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찰 일이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관계자들은 우선 한국 게임사들이 오타쿠 유저들의 성향과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개발자는 “예전부터 ‘소녀전선’ 같은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의 수요는 충분히 많았지만, 게임사들은 지금까지 시장 분석조차 제대로 해 본적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게임사 대표 역시 “한국 퍼블리셔들은 이런 게임에 관심조차 없었다”며 “다들 ‘저게 얼마까지 가겠나’라는 시선이었는데, ‘소녀전선’ 이후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한가롭게 여성 캐릭터 그림이나 그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개발사도,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대형 IP를 원하고, 모바일게임 안에 PC MMORPG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집어넣고, PVP 등 경쟁요소를 최대한 살린 뒤, 출시를 앞두고 톱스타를 모델로 발탁해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려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소녀전선’은 완전히 반대로 간 케이스다. 일단 게임 자체가 대작이라 할 수 없고, 장르 역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TV 광고나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살인적인 과금의 압박도 없으며, 유저들간의 무한경쟁 요소도 없다. 캐릭터 등급이 나눠져 있지만, 결국 유저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열심히 키우면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다. ‘3성 캐릭터는 아무리 강화해도 5성 캐릭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이 바닥의 통념을 깨트린다.

지나친 결제 유도 대신, 이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처럼 캐릭터의 스킨을 판다. 스킨을 사더라도 능력치에 변화는 없다. 단지 더 예쁠 뿐이다. 하지만 그 예쁜 정도가 결제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한 유저는 “지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버틸 수 있겠나?’라고 묻는 깡패 같은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흥행 공식과 반대로…과금 압박에 지친 유저들의 반감

직접 플레이 해본 ‘소녀전선’은 상당히 매끄러운 번역과 꼼꼼하게 설계된 콘텐츠를 보유한 게임이었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철저하게 이러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공략했다. 단지 처음 화면을 보면 너무 복잡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정도 장벽은 마니아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투는 자동으로 가능하지만 유저의 손이 가는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 또 군수지원이나 수복, 훈련 등 곳곳에 강제적으로 일정시간 동안 기다리게 만들어놨다. 고속 성장이 어렵다. 그 결과 하루 종일 하드하게 플레이할 수는 없지만, 가끔씩은 들어가 부지런히 손을 놀려야 하는 오묘한 포인트를 찾았다. 여기에 매끄러운 일러스트와 취향을 저격하는 대사, 일본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덕심’의 뇌관을 터뜨린다.

무엇보다 ‘소녀전선’은 게임 내에서 얻은 자원만으로 ‘제조’라는 가차를 돌릴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자원이 떨어지면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유저들의 심리적인 거부감을 무너뜨리고, 게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꿔놓는다.

즉, 내가 플레이를 계속 하는 한 5성 캐릭터를 가질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 점이 국내 유저들이 ‘갓겜’이라 부르는 포인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석을 구매하지 않으면 가차를 돌릴 수 없는 게임과는 설계부터 다르다. ‘소녀전선’의 흥행에는 그 동안 과금 압박에 지쳐왔던 한국 유저들의 반감도 분명 작용하고 있다.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열기가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개발자는 “여름 스킨만 팔아도 충분히 상위권에서 1개월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고객센터의 대응과 환불 정책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 서버 불안과 버그 등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액션 RPG를 만들고 있는 현직 개발자는 “만약 회사에서 ‘소녀전선’ 같은 게임을 만들라고 하면 다들 기뻐하며 열심히 만들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개발자들이야 열심히 만들겠지만, 경영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 않겠나”라며 “아무래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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