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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론 길버트, 어드벤처게임의 표준을 만들다어드벤처게임 UI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 창시자 론 길버트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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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1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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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루카스아츠  ‘원숭이섬의 비밀’ – 개발자 이야기]

어드벤처게임 중 희대의 명작으로 불리는 ‘원숭이섬의 비밀’ 1편과 2편을 개발한 루카스아츠의 개발팀 중심에는 론 길버트(Ron Gilbert)라는 개발자가 있었다. 그는 게임 디자이너(기획)이자 프로그래머이고 프로듀서인 다재다능하며 열정적인 개발자다. 그의 게임에는 인간미가 넘치는데, 그가 개발하는 게임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부분이 바로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론 길버트(Ron Gilbert)]
(이미지 https://kotaku.com/5990058/ron-gilbert-leaves-double-fine)

 
게임 진행에서 스토리를 중시하는 기조는 시에라온라인과 다를 바 없지만, 그는 여기에 ‘인터랙티브(Interactive)’라는 것을 가미했다. 이는 게임 안에서 단순히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드라마의 감정적 복잡성을 기반으로 게이머 스스로가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생각과 감정에 따라 게임 진행이 영향을 받는 형태다. 그는 게임과 게이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게임이 되기를 원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이라는 개념은 크리스 크로퍼드(Chris Crawford)라는 게임 디자이너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을 집필한 유명한 저자이기도 하다. 론 길버트는 크리스의 게임 이론에 관심이 많았고, 여기에 영감을 받아 이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다. 

론 길버트가 초기에 개발한 게임 ‘매니악 맨션(Maniac Mansion)’은 그의 의도를 반영한 첫 작품이다.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들이 텍스트 명령어 입력 방식 위주의 다소 진부한 시스템이었던 반면, ‘매니악 맨션’은 게이머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인터랙티브’의 요소에 따라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게임처럼 명령어를 텍스트로 입력하는 커맨드 방식이 아니라 ‘Give’나 ‘Pick up’, ‘Use’ 등의 동사 위주의 명령어 세트를 미리 배치해 놓고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의 움직임을 달리 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I) 시스템이다.

   
[원숭이섬의 비밀2 (1991)]
(이미지 https://www.emuparadise.me/ScummVM_Games/Monkey_Island_2)

 
이는 루카스아츠의 게임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SCUMM’ 기반 게임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매니악 맨션’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는 등장 이후 많은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당연히 다른 회사들도 어드벤처게임을 개발할 때 참고하게 됐고, 비슷한 방식의 다른 이름인 표준 방식으로 채택하게 됐다.

사실 이 방식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힘들지만, 이보다 더 간결하고 깔끔하게 게이머와 게임이 소통할 수 있는 입력방식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훌륭하기 때문에 표준이 아니라 표준이기 때문에 훌륭하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듯 하다.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
(이미지 https://steemit.com/gaming/@sharananurag998/text-based-adventure-games)


초창기의 컴퓨터 게임들 중 어드벤처게임이나 롤플레잉게임들은 주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이것은 초기의 온라인게임들에서 채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준비되어 있는 명령어 자체를 모를 경우 난이도가 급상승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UI 측면에서 특별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커맨드 입력 방식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 장면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미에 희열을 느끼는 장르가 어드벤처게임이나 롤플레잉게임들이었다. 따지고 들면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대충 얼버무리면 공통점이 많은 장르가 어드벤처와 롤플레잉게임이다. 두 장르는 모험이냐 성장이냐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유사점이 많아 입력방식 역시 비슷한 구조를 채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들이 입력방식의 불편함과 불필요한 수고를 감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게임 스토리를 만들어도 널리 퍼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론 길버트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어드벤처게임의 팬이었는데, 그가 즐겼던 게임은 ‘Colossal Cave Adventure’라는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게임이었다. 

   
[Colossal Cave Adventure]
(이미지 https://en.wikipedia.org/wiki/Colossal_Cave_Adventure)

 
이 게임에서 모든 명령은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공포영화 팬이기도 했던 론 길버트는 글자만 가득한 이 게임을 즐겨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느꼈었다. 그러던 와중에 시에라온라인에서 ‘킹스 퀘스트’라는 제법 그럴싸한 그래픽 어드벤처게임이 등장했고, 론 길버트는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초기의 ‘킹스 퀘스트’ 역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고, 이 부분에 실망을 한 론 길버트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가 개발했던 ‘매니악 맨션’ 역시 초기에는 명령어 입력 방식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그는 40여개에 달할 정도로 점점 늘어나는 게임 내 명령어를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입력 방식을 구상하게 됐다. 이것이 ‘SCUMM’ 엔진이라 불리는 ‘매니악 맨션’을 위한 Script Creation Utility(SCUMM)’의 탄생 계기다.

   
[원숭이섬의 비밀]
(이미지 http://bearstrong.net/max256/2009/07/cautious-return-of-lucasarts.html)

 
이후 ‘SCUMM’은 루카스 아츠의 자체 표준이 되어 차기 개발 게임에도 사용됐고, 당연히 ‘원숭이섬의 비밀’에도 사용됐다. 점진적인 개량을 통해 단순히 DOS용에 머물지 않고 3DO, 아미가, 애플 II, 아타리 ST, CDTV, 코모도어 64, FM 타운즈 & 마티, 애플 매킨토시,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도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세가 메가 CD, 터보그래픽스-16/PC 엔진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 포팅됐다.

   
[THE CAVE]

 
이렇게 어드벤처 게임 시장을 장악한 새로운 UI와 게임엔진을 개발한 론 길버트는 학창 시절 즐겨 했던 게임인 ‘Colossal Cave Adventure’가 못내 아쉬웠는지 2013년 새로운 게임을 개발했는데, 이 게임이 ‘The Cave’다. 이름만 봐도 그가 이 게임을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Thimbleweed Park’라는 과거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했는데, ‘GOG’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게임을 개발할 때 캐릭터 디자인과 방의 레이아웃은 ‘매니악 맨션’에서 영향을 받았고 퍼즐 디자인과 대화 내용은 ‘원숭이섬의 비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과거 두 게임을 즐겨 했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한편 ‘SCUMM’의 매력을 부활시키고 예술의 형태로서 픽셀아트를 지향하는 그의 신념으로 ‘Thimbleweed Park’라는 게임을 개발했다고 한다.

12명의 비교적 소규모 개발팀으로 게임을 개발한 그는 이 게임이 성공하면 다음 작품에도 역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팬들 중에는 언젠가는 론 길버트의 ‘원숭이섬의 비밀 3’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까지는 디즈니와의 IP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필자의 잡소리

   
[Thimbleweed Park]
(이미지 https://thimbleweedpark.com/)

 
론 길버트가 가장 최근에 개발한 게임 ‘Thimbleweed Park’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Created by Ron Gilbert and Gary Winnick’라는 문구와 ‘Designed by Ron Gilbert and Gary Winnick with David Fox’라는 문구가 보인다. Gray Winnick과 David Fox는 론 길버트가 초창기에 함께 게임을 만들던 팀의 개발자들이었다. ‘매니악 맨션’이나 ‘원숭이섬의 비밀’ 개발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인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함께 게임을 만드는 그들의 우정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크레딧 화면에는 반가운 이름들이 많은데, 부디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Thimbleweed Park’ 외에도 또 다른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게임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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