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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PC 강제 업그레이드 주범 ‘윙커맨더’시대를 앞서간 오리진 시스템즈의 우주 시뮬레이터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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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14: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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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오리진 시스템즈 ‘윙커맨더’]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지금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 경쟁을 벌이던 시기다. 지금처럼 획일화된 장르에 집중하기보다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장르를 열정적으로 개척하는 회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오리진 시스템즈(Origin Systems)다. 회사 이름으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있을텐데, ‘우주먹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게리엇(Richard Garriott)이 만든 회사라고 하면 알지도 모르겠다(후에 우주먹튀는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대부분의 뉴스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의 해명까지 다뤄주지 않는다).

   

[윙 커맨더(Wing Commander)]
(이미지 https://www.origin.com/)

  

리차드 게리엇의 풀 네임은 리차드 앨런 게리엇(Richard Allen Garriott)이고, ‘로드 브리티쉬(Lord British)’로 불리기도 한다. 회사 창업 초기, 그는 형 로버트 게리엇과 함께 ‘울티마(Ultima)’시리즈를 개발해 서양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0년대 게리엇 형제는 굉장한 유명세를 타고 승승장구하는 게임 개발자였다. 오리진 시스템즈의 모토는 ‘우리가 세상을 창조한다(We Create World)’였는데, 리처드 개리엇은 ‘울티마’를 통해 정말로 세상을 창조해냈다. 그는 ‘울티마’ 캐릭터였던 ‘로드 브리티쉬(Lord British)’의 이름을 따서 로드 브리티쉬(Lord British)라 불리기를 좋아했다.

   

   
[리차드 게리엇(Richard Garriott)]
(이미지 https://tagn.wordpress.com/)

 

게리엇 형제는 ‘울티마’ 시리즈 외에 ‘윙커맨더’ 시리즈도 만들었다. 그 당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이 2D 종/횡스크롤 슈팅게임들이었는데, ‘윙커맨더’처럼 영화와 같은 볼륨의 드라마틱 전개를 게임으로 만든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신들도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단한 게임이었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당대 최고의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출시 시기에 맞춰 제대로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몇 년쯤 지나서 PC가 업그레이드되면 한번쯤 해보는 게임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필자의 경우에도 286(AT) PC에서 ‘윙커맨더1’을 플레이 했는데, 조종석 가운데 손이 보이지 않거나 반응 속도가 엄청 느리고 로딩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등 전체적으로 쾌적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운석 지대 통과 같은 임무에서는 느린 화면이 오히려 유리하기도 했었다.

 

   
[윙 커맨더(Wing Commander)]
(이미지 https://www.origin.com/kor/ko-kr/store/wing-commander/)

 

당시 ‘윙커맨더’의 개발자였던 크리스 로버츠(Chris Roberts)는 하드웨어 사양 따위 염두에 두지 않는 개발자로 유명했다. 최근 개발한 ‘스타시티즌’에서도 그의 그런 면모는 빛을 발했는데, 어지간한 사양의 PC로 풀 옵션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너무나 미래지향적이었다. 

‘울티마’ 시리즈와 ‘윙커맨더’ 시리즈 외에도 오리진 시스템즈의 게임들은 항상 당대 최고의 PC 사양을 요구했다. 몇 년이나 출시 일정을 연기하면서 과연 나오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받던 ‘스트라이크 커맨더’도 마찬가지였다. ‘퍼시픽 스트라이크’ 또한 요구하는 PC사양이 꽤 높았다. 오리진 시스템즈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타협이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윙 커맨더(Wing Commander)]
(이미지 https://www.origin.com/kor/ko-kr/store/wing-commander/)

 

다시 ‘윙커맨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러니 저러니 궁시렁대기는 해도 결국 우주로 날아가 전투를 경험할 수 있는 스페이스 시뮬레이터는 ‘윙커맨더’ 밖에 없기 때문에 부족한 자신의 PC사양을 탓할 뿐이었다. 당시 워낙 높은 사양을 요구하고 국내에는 제대로 보급도 안 이루어진 CD로 게임이 배포되는 등 CG와 최신 저장매체 사용 등에 막힘이 없었다.

당시에 시리즈 5편은 진짜 우주공간에 나가서 촬영된 화면을 게임에 사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납득이 갈 만큼 오리진의 최고의 PC사양을 요구하는 행태는 변함이 없었다(우주공간설은 나중에 만우절 농담으로 밝혀짐). 

‘윙커맨더’ 시리즈가 PC 사양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고 실제로도 ‘윙커맨더’를 원활하게 플레이하려면 PC 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만 했다. 늘 최신의 기술을 도입해서 당시 보급된 PC로는 버거운 게임들만 개발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것이다.

   

   
[윙 커맨더 3 (Wing Commander III)]
(이미지 https://www.origin.com/kor/ko-kr/store/wing-commander/)

 

‘윙커맨더’ 3편에 가서는 실제 배우들을 기용해서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게임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3편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했던 마크 해밀이었다.

‘윙커맨더’ 4편에도 전작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그 이후에는 TV판 애니메이션 ‘윙커맨더 아카데미’ 13개 편이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뭔가 부족했는지 결국 벌여서는 안 됐을 큰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바로 모든 엔터테인먼트의 꽃이자 종착역으로 불리는 영화 제작에 까지 손을 대고 말았던 것이다.

   

   
[윙 커맨더 3 (Wing Commander III)]
(이미지 https://www.origin.com/kor/ko-kr/store/wing-commander/)

사실 필자는 마크 해밀이 게임에 이어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굉장히 기대를 했다.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 마크 해밀은 주인공 ‘크리스토퍼 블레어’ 역할을 맡지 못했다. 게다가 개봉 시기도 참으로 불운했던 것이 1999년 ‘윙커맨더’ 영화가 개봉될 시기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거기에 더해서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매트릭스’가 개봉했다. 두 영화에 비해 아무래도 주연 배우나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많은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 영화 ‘윙커맨더’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윙커맨더’는 당시 루카스아츠의 ‘X-Wing’게임과 함께 우주 시장에 대적할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고 ‘스타워즈’라는 전대미문의 컨텐츠에 대항하는 대범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작품이라 필자 역시 좋아하는 게임이다.

   

   
[윙 커맨더 3 (Wing Commander III)]
(이미지 https://www.origin.com/kor/ko-kr/store/wing-commander/)

비록 3편에서 '인터랙티브 무비'의 완성이라는 원대한 야망은 이루지 못했으나, 게임의 주인공이 마크 해밀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팬들에게 주는 감흥은 엄청났다. 마크 해밀이 게임에 등장한다면 루카스아츠의 ‘X-Wing’에 등장해야 앞뒤가 맞는 얘기인데, 라이벌 게임인 '윙커맨더'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큰 화제였다.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게임과 영화의 제작자가 모두 크리스 로버츠라는 점에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었다. 당시 크리스 로버츠는 게임 패키지에도 당당히 'A CHRIS ROBERTS GAME'이라고 표기할 만큼 자부심이 대단했다. 다시 한번 전설이 부활해서 새로운 ‘윙커맨더’ 시리즈가 ‘스타워즈’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빛을 발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 필자의 잡소리

   

   
[오리진 - 윙커맨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다시 한 번 옛 추억을 뒤적여 보니 지금까지도 ‘윙커맨더’라는 게임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출시하고 거의 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게임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기도 전에 30년 전에 요구했던 사양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시스템 최소 사양:
• Windows XP 또는 Windows Vista
• 1.8GHz 프로세서
• 512MB RAM (1GB 권장)
• DirectX 7 호환 3D 그래픽 카드 (DirectX 9 호환 권장)
• 2GB HDD
• 마우스
• 키보드

지금 기준으로는 전자수첩 정도의 사양이지만, 30년 전에 저 정도 사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양은 아니었다. 그것도 최고 사양이 아니라 최소 요구사양이 저 정도라니.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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