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18 17:19
오피니언외부칼럼
[이재정 문화칼럼] '제주수선' 만나러 행장 꾸려볼까이중섭-강요배-김영갑-이명복 등 ‘담담한 고독’을 아는 예술가 보고싶다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2.12  05:48:4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무술년 입춘, 제주의 겨울은 수선화를 허락하지 않을 만큼 혹독하다.

여행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제주의 겨울. 하지만 정작 추사 김정희의 시 ‘수선화’는 되레 제주여행길을 유혹하고 있다. 매화보다 우월하다고 수선화의 품격을 은유하고 칭찬한다.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에 냉철하고 영특함이 둘러있네. 매화가 높다지만 뜨락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참으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추사는 이 시를 통해 뜨락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매화를 통해 당시 주류세력을 벗어난 자신의 현실을 극복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담담한 기품, 냉철하고 영특함’을 은유하는 수선화로 유배를 잊은 예술가의 처지를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이 시 하나로도 '담담한' 회사 생활자에게 여행을 할 이유가 되어줄까? 어쩌면 추사의 8년 3개월의 유배 시간조차 짧은 여행이었을지 모른다.
    

   
[귀덕리 강요배 화백의 작업실 귀덕화사]

280여 년이 지난 우리는 수선화 향기 담은 ‘특별한 제주행’을 택해 볼 만하다. 봄이 오면 애월 한담해변을 지나 귀덕리 강요배 화백의 작업실 귀덕화사로 예술행장을 꾸려볼까. 그곳에서 한 시대의 역사적 고뇌를 화폭에 담았던 원로작가의 뜨거운 열정을 들어볼까?
    

   
[이중섭 거리]

아니면 화가 이중섭이 머물렀던 초가 혹은 그의 은지화를 만날 수 있는 이중섭 미술관이 위치한 서귀포 언덕배기로 담담한 예술투어를 청해볼까. 그곳에는 아직 가족을 사랑했던 고독했던 한 남자의 예술이 은지화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다. 9월이면 변신할지도 모를 서귀포관광극장은 덤이다.

사실 추사 김정희의 유배 길이 제주에서 도드라지는 이유는 ‘담담한 고독’ 때문이다. ‘자발적 유배’를 의미하는 현대 제주이주민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수선은 제주에서 추사 김정희에 의한, 제주이주민을 위한, 제주여행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갑갤러리 박훈일 관장]

담담한 제주행은 김영갑 갤러리가 위치한 삼달리로 이끄는 제주 중산간으로 이어진다. 제주에 반해 20여 년 이상 원시 제주의 오름과 중산간을 앵글에 담았던 사진작가 고 김영갑. 제주 중산간 '오름의 미혹'이 아직 그곳의 사진 속에 머물고 있다.

    

   
[이명복 작가 작업실이 있는 갤러리노리]

또 화가 이명복을 만날 수 있는 저지리 예술인 마을길로도 이어진다. 4.3을 포용하고 오름과 석양마저 웅장한 물줄기로 녹여내던 중견 작가의 제주 사랑이 바람이 되어 머물고 있다. 곁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과 도립 김창열 미술관은 제주여행자에게 보너스다. 
    

   
[제주현대미술관]

이처럼 제주수선은 2월 초에 피어 3월에 이르기까지  흰 눈이 소담하게 덮인 듯 민중의 꽃으로 존재한다. 제주의 산과 들, 밭두둑 사이로 마치 흰 구름이 내려앉은 듯 친근한 꽃이다. 올레 골목마다 해안 골목마다 수선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흔한 제주예술의 꽃이다.
    

   
[탑동 아라리오뮤지엄 전시장]

화품(花品)도 대단히 커서 한 가지에 많게는 10여 송이에 꽃받침이 8~9개, 5~6개에 이를 정도다. 마치 제주 현대미술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탑동 아라리오뮤지엄을 닮았다. 앤디워홀을 사랑하는 도시 여행자의 발길은 사나운 탑동의 제주바람과 입맞춤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산지천으로 이르는 예술 순례길이 기가 막히다.

2월의 제주수선은 모든 제주 예술의 은유다. 제주 여행의 꽃이다.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떠나기 전 수선을 보러 서둘러 행장을 꾸릴 일이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아이콘정리=박명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자동등록방지 이미지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블리자드 유럽 CS팀 무더기 퇴사…24시간 서비스 종료
2
한국 패키지게임 244종 경매에 등장…가격은 1억원
3
내장그래픽으로 배그를…저사양 ‘PUBG LITE’ 출시 예고
4
넥슨 매각 사태, 국회서 긴급 정책토론회 열린다
5
“넥슨, 10조원에 매각” 게임업계 충격…후폭풍 상당할듯
6
“텐센트, 넥슨 인수 가능성 낮아…최종 매각 안될수도”
7
[게임별곡] '길 잃은 바이킹' 블리자드 첫 히트작 축포
8
블리자드 “무명 시절, 자체 IP 없어 서러웠다”
9
대도서관, 유튜브 떠난다…트위치에 새둥지
10
스무살 ‘리니지’ “12월 풀HD 그래픽 새 꽃단장”
깨톡

[서동민 기자의 깨톡] ‘창세기전2’, 첫사랑 다시 만나기

[서동민 기자의 깨톡] ‘창세기전2’, 첫사랑 다시 만나기
‘창세기전’은 한국 게임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게임 시리즈 중 하나다. 수입산 게임이 대부분...
노답캐릭

[기자의눈] 김정주 대표, 韓 게임업계 ‘격변’ 부를까

[기자의눈] 김정주 대표, 韓 게임업계 ‘격변’ 부를까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매각설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한국 게임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
게임별곡

[게임별곡] ‘워크래프트3’ 아니면 ‘LoL-WOW’도 없었다

[게임별곡] ‘워크래프트3’ 아니면 ‘LoL-WOW’도 없었다
‘워크래프트’ 1, 2편의 성공으로 이제 블리자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
외부칼럼

[동물법 칼럼2] 10만 유기동물과 불편한 진실 ‘안락사’

[동물법 칼럼2] 10만 유기동물과 불편한 진실 ‘안락사’
10만 2593마리. 재작년 한 해 동안 공식적으로 집계된 유기동물의 수다.동물보호단체들은 ‘...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한경닷컴게임톡 게임톡(주)| 등록번호:서울 아 01448 | 등록일자 2010.12.10. | 제호:게임톡 | 발행·편집인 : 박명기
주소: [06621]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 도씨에빛 1차 1103호 |
발행일자 2011.10.27.| 대표전화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민재
Copyright © 2011 게임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ametoc.co.kr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