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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잡스도 인정한 EA 설립자, 3DO로 ‘굴욕’3DO 프로젝트 주도했던 트립 호킨스 EA 설립자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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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12: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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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EA 4편 거대 공룡 기업 EA의 창업자]

EA(일렉트로닉 아츠)는 어떤 의미로는 현재 최고의 게임사지만, 그 시작이 있게 한 사연이 사뭇 남다르다. 지금의 EA는 한때 3DO 프로젝트(1993년에 출시된 개방형 표준방식 콘솔 게임기 규격)를 주도했던 트립 호킨스(Trip Hawkins)라는 사람에 의해 탄생하게 됐다. 

트립 호킨스는 현재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 게임개발을 위해 입사한 회사에서 정작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EA를 창업했다.

   
[ELECTRONIC ARTS 로고]
(이미지 - www.gamasutra.com/view/feature/130129/we_see_farther__a_history_of_.php)

본명은 ‘윌리엄 머레이 트립 호킨스 3세(William Murray Trip Hawkins III)’로 중세시대 어느 한적한 지방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나 쓰일법한 이름이지만, 그 이름마저도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라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지만, 나름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회사를 창업하고 일구어 낸 사람치고는 이름이 유명도가 소박한 편이다. EA의 창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애플을 언급하는 이유는, 트립 호킨스가 처음 컴퓨터 게임 개발을 꿈꾸며 입사한 회사가 바로 애플이기 때문이다.

   
[Trip Hawkins]
(이미지 - http://en.funandseriousgamefestival.com/trip-hawkins-founder-of-electronic-arts-first-guest-star-of-4th-fun-serious-game-festival/)

사진에서 보이듯이 트립 호킨스는 애플과 관련이 깊다. 1978년 애플에 입사한 그는 MBA를 취득한 인재로 애플의 전략 마케팅 부서의 총괄 책임까지 맡을 정도로 스티브 잡스의 신임을 받았다. 그가 애플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최고 운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를 포함해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이 대학 중퇴자이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학력을 갖고 있었다.

이에 비해 트립 호킨스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전략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MBA까지 수료한 애플 최고의 학력자이자 유일한 정규 학위 소지자였다. 이상하게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도 잘 하고 축구도 잘하고 농구도 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듯이, 트립 호킨스 역시 어릴 적부터 그 능력치가 남달랐다.

   
[Trip Hawkins]
(이미지 - https://www.filfre.net/wp-content/uploads/2013/01/hawkins.jpg)

그는 이미 6세에 미술대회에 입상해 지역 신문에 실릴 정도의 예술감을 선보였다. 어릴적부터 컴퓨터와 보드 게임을 좋아해서 아버지 회사의 컴퓨터를 구경하며 자란 것이 그의 인생을 지금과 같이 바꿀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을 듯하다. 게임과 컴퓨터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좋아하던 그에게 ‘컴퓨터 게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직접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게임을 만들었지만 판매 실적은 상당히 저조했다고 한다(점잖게 말해 저조했다는 것이고 거의 망한 수준).

그런 그에게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한 애플이라는 회사는 그 당시 그의 모든 꿈을 실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꿈의 직장이었다. 그는 1978년에 애플에 입사한 후 입사 초기 애플 컴퓨터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판매 전략을 세웠다. 그가 애플의 최고 학력자로서 공을 세우게 되면서 점점 스티브 잡스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그 자존심 강하고 (소문에 의하면) 무능력자에 대한 날 선 공격을 서슴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도 트립 호킨스 만큼은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로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고 한다. 

그렇게 잡스의 신임을 얻어가고 회사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서 트립 호킨스는 다시 원래의 계획대로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은 의견을 내비치게 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일언지하에 애플에서 게임 개발은 없다고 못박았으며 이 일로 인해 스티브 잡스와 트립 호킨스는 수어지교(水魚之交)와 같은 사이에서 수화상극(水火相克) 같은 사이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더 이상 의견을 같이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된 것이다.

   
[Steve Jobs – “내가 게임 안 만든다고 했지!!”]
(이미지 - https://www.romankrznaric.com/outrospection/2016/04/11/4125)

그런데 따지고 보면 스티브 잡스 역시 한때 게임개발 일을 했던 게임업계 종사자였고, 이 때문에 트립 호킨스는 애플에서도 게임을 개발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쓴 ‘[게임별곡 32]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벽돌깨기’ 편을 보면 아시겠지만,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아타리’에서 벽돌깨기 게임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때 여러 가지 일로 심적인 고충이 컸는지 다시는 게임 개발에 관련해서 관여하지 않았는데, 그 금기시되는 일을 트립 호킨스가 건드린 것이다. 결국 애플에서 갈 곳을 잃은 트립 호킨스는 1982년 5월 애플을 뛰쳐나와 EA를 창업하게 된다.

   
[Trip Hawkins – “아니 난 게임을 만들어야겠어.”]
(이미지 - https://successstory.com/companies/electronic-arts)

애플의 고위직 임원이었던 그가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21세기인 지금도 만류하는 혼자서 게임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는 소문을 듣고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수근거렸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명문 스탠퍼드 MBA 친구들까지 회사로 영입하게 된다. 그리고 주위의 의심과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EA는 급성장을 하게 된다. 불과 창업 5년 만에 미국 전역에서 이름난 퍼블리셔로 성장한 회사로 성장했고 그 당시 북미 지역을 휩쓴 일본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사업 파트너로서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미국판 제네시스)와 협업을 통해 PC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인데,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도 재미를 본 트립 호킨스는 점점 그 야망이 거대해져 직접 게임기 시장에 내놓을 하드웨어를 구상하게 된다. 그렇게 1991년 말, EA는 일본의 마쓰시타와 미국의 AT&T, MCA, 타임 워너와 함께 ‘SMSG’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콘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3DO 프로젝트’다.

   
[3DO]
(이미지 – http://fmvworld.com/console_3do.html)

여기에 필립스, 한국의 삼성, 금성(현 LG), 파나소닉, 산요 등의 굵직한 가전 업체들까지 합류하면서 3DO 프로젝트는 전 지구적인 글로벌 거대 프로젝트가 돼 버렸다. 트립 호킨스는 그 규모만큼의 야망이 불타오르게 된다. 정말 그 당시 온갖 매체를 통해 광고하던 ‘3DO’를 보면 닌텐도나 세가도 감히 어쩌지 못 할 만큼 외형적인 규모는 엄청 거대했다. 실제로 참여한 기업 모두가 힘을 합치면 우주 왕복선이라도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과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3DO - 16비트 게임이 아니라 3DO가 끝났다..]
(이미지 – 게임매거진 잡지)

참여한 기업들의 시가총액만 합쳐도 웬만한 나라 몇 개는 세울 수 있을만큼이라 실질적으로 이를 주도하는 트립 호킨스의 야망은 이미 지구를 집어 삼킨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이던 CD-ROM을 게임기의 미디어로 정식 채용하고 타임지에 의해 ‘1994년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던 3DO 게임기는 결국 지금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실패를 겪고 사라지게 된다(덩달아 이정재 형님의 흑역사까지).

   
[3DO (당시 가격 현재가치로 비교)]
(이미지 – https://churchm.ag/video-game-consoles-adjusted-inflation/)

3DO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가격이었는데, 초기 발매 가격이 699.99달러였다. 그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게임기라는 기계에 쏟아 붓기에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당시 잘 나가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그 절반 가격 정도인 399달러였다. 게다가 소프트 공급 역시 원활하지 못했는데, 애초에 3DO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가전 제품을 만들던 회사여서 게임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 능력 자체도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비싼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결국 엄청난 돈을 들인 참여 기업들은 모두 고배를 들이키고 다시는 게임 쪽으로 고개도 안 돌리고 있다. 지금도 당시에 참여했던 한국의 삼성과 금성(LG)은 게임 사업 쪽에 거의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그 당시 충격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트립 호킨스 자신이었다. 어떻게든 지구를 지배할 야망에 불타오르던 그에게 전력을 쏟아 부었던 3DO의 패망은 EA의 생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결국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세상에 전파하고자 설립했던 분신과도 같았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그는 1994년 7월 EA의 이사회를 사퇴하고 회사를 떠난 후, 여러 회사를 차리고 망하기를 반복했다. 이후 2016년부터는 University of California(Santa Barbara)에서 기술 관리 프로그램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학부 과정을 지도하고 Dave Seibold 교수와 함께 대학원 프로젝트 및 리더십 실습 과정을 공동 교습하면서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 필자의 잡소리

   

[Trip Hawkins]
(이미지 https://www.facebook.com/Chuck-Yeager-465193060493/

3DO 프로젝트의 실패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도 쫓겨나듯이 물러나고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다시 재기를 노려보았지만, 끝내 과거의 영광스러운 날은 쉽게 찾아 오지 않았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3DO를 하지 않고 계속 EA에 머물러 있었어야 했다’고 그 당시를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었는데, 애플과 관련이 깊고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도 각별한 그의 진로는 스티브 잡스와는 달랐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다시 회사의 부름을 받고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하여 전 지구적인 아이콘이 되었던 것에 반해, 트립 호킨스는 끝내 자신이 세운 EA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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