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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인수하는 회사마다 폐업…EA는 ‘Eat All?’유명 개발사 줄줄이 꿀꺽 후 방치…게이머들의 원성 자자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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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00: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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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EA 5편 거대 공룡 기업 EA의 현재]

EA는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플랫폼 포지션이나 시장 점유율, 또는 그 밖의 어떤 기준으로도 세계 굴지의 게임업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회사의 외적인 부분에 비해 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은 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이름 EA는 ‘Eat All’의 약자로,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뭐든지 먹는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다. 실상을 알고 보면 그 말 속에 뼈아픈 충고가 담겨 있다. 어느 시점부터인지 몰라도 EA는 자체 개발력으로 승부하는 게임개발회사가 아니게 됐다. 그보다는 잘 만들어진 게임을 보고 그 회사를 통째로 사버리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불려나가며, 플랫폼 유통 및 배급사의 역할로 회사의 이미지가 많이 바뀐 회사다.

   
[ELECTRONIC ARTS 로고]
(이미지 - https://www.gamasutra.com/view/feature/130129/we_see_farther__a_history_of_.php)

지금의 EA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기보다는 혹평과 악평을 받는 회사다. 물론 EA의 게임 중에는 좋은 게임들도 많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이 EA 자체 개발작이라기 보다는 외부의 게임 회사들을 통해 출시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냉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비즈니스적인 기준에서만 바라봤을 때는 사실 거기까지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잘 나가는 기술업체를 자본으로 사들이고, 그 기술이 장에서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찌보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더 달가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LECTRONIC ARTS]
(이미지 -https://www.polygon.com/a/how-ea-lost-its-soul/chapter-4)

하지만 그런 선행(?)의 비즈니스에도 EA가 아쉬운 소리를 듣는 이유는 인수합병 이후의 행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전 편에서 소개한 오리진 시스템즈 뿐만 아니라 불프로그(BULL FROG), 웨스트우드, 드림웍스 인터랙티브, 맥시스 등 숱한 명작 게임 개발사들이 EA의 손을 거쳐갔고 EA의 손에 의해 회사 문을 닫았다. 그래서 EA를 명작 ‘게임 개발사들의 무덤’이라 표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EA는 많은 게임 업체를 죽이고 살리는 일에 관여하여(주로 죽이는 쪽) 해당 게임을 즐겨 하던 게이머들에게 온갖 악평을 다 받는 중이다. 

물론 이것은 EA가 거액에 인수한 게임 회사들이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회사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에 취하는 극단적인 조치다.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회사를 정리하고 인력을 해고하는 수순으로 기업 전체가 살아 남기 위해 선택한 지극히 합리적인 비즈니스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서 악평을 듣는 이유는, EA가 회사를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이 게임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동경이나 특별한 감정을 담는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ELECTRONIC ARTS – Software Artists?]
(이미지 - http://thedoteaters.com/?attachment_id=550)

1982년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EA는 이렇지 않았다.

“EA의 기본 정신은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을 다른 창조적인 분야의 아티스트들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점이다.” - EA창업자 트립 호킨스(1982년 회사 설립 당시)

창업자 트립 호킨스가 말했듯 EA는 회사 창업 초기에는 꿈과 낭만이 어우러진 개발자들의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지금의 EA를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애초에 EA를 창업한 이유 자체도 트립 호킨스 자신이 근무했던 애플이라는 회사가 게임 개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지나친 상품성에만 치중하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회사를 뛰쳐나와 개발자들이 예술가로 인정받고 게임 작품들이 예술로 승화되어, 모든 이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는 세상을 꿈꾸며 만든 회사가 EA다.

사실 지금의 EA가 겪는 문제는 회사 창업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회사를 구성하고 이끄는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대부분이 트립 호킨스 자신이 직접 선발한 최정예 인문계 요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이 개발자 출신이 아니었기에 인력 확충에 어려움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치에 능하고 회계에 박식하며 문서 작업에 탁월한 인문 계열 인재들을 고용한 순간부터 이미 EA의 미래는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인문계열을 절대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회사라면 게임이 주력 상품이고 주력 사업분야인데, 해당 제품을 만들고 관리할 줄 아는 이과계열(공대, 개발자)의 인재 역시 적정한 비율로 중용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주요 임원진들이 해당 분야 경력자 출신이 아닌 비합리적인 구조에도 불구하고, 창업 초기 EA는 꽤 괜찮은 회사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유서 깊은 2+1 행사]
(이미지 - https://arstechnica.com/staff/2012/12/first-encounter-compute-magazine-and-its-glorious-tedious-type-in-code/)

EA는 1992년 ‘울티마’와 ‘윙커맨더’ 시리즈로 유명한 오리진 시스템즈를 3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파풀러스’ 시리즈로 유명한 불프로그를 인수하고, 1997년에는 ‘심시티’로 유명한 맥시스를 1억25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 다음해인 1998년에는 웨스트우드를 1억 2,200만 달러에 사들이고, 2000년에는 드림웍스 인터랙티브를 인수했으며, 2005년에는 JAMDAT라는 모바일 회사를 무려 6억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으로 유명한 미씩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그 다음해 2007년에는 바이오웨어를 사들였다. 이렇게 한화로 몇천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회사를 매입했으면서도 그 지원과 관리는 엉망이었던 터라, 대부분의 인수 당한 회사들은 비운의 주인공들처럼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안돼 나의 C&C가..]
(이미지 - http://www.arcadeattack.co.uk/frank-klepacki/)

2011년에는 ‘비주얼드’로 유명한 팝캡 게임즈를 7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밖에 인수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인수를 시도당한 회사는 인수당한 회사의 몇 배에 이른다. 그렇게 EA는 회사 창업 초기의 초심을 잃고 점점 거대해져가는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관료주의의 전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인수 당한 회사들의 말로는 참으로 비참했는데 특히, ‘C&C(커맨드 앤 컨커)’시리즈로 유명한 웨스트우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듄(Dune)’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이어서 ‘듄2’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RTS 게임 장르의 부흥을 주도했다. ‘듄2’ 성공에 고무되어 현존하는 최고의 RTS게임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개발한 것이 ‘C&C’ 시리즈다.

첫 작품 ‘커맨드 앤 컨커 : 타이베리안 던(1995)’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발매 초기 3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RTS 장르의 확실한 구심점이 되었다. 곧바로 다음 후속작인 ‘커맨드 앤 컨커: 타이베리안 선’의 제작 발표가 알려졌고,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시기에 1996년 외전격인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이 등장했다. 

그 이후로도 승승장구하여 영원할 것만 같았던 웨스트우드는 1998년 EA에 의해 1억2000만 달러라는 거금에 인수됐다. 그리고 그 뒤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상에서 흔적이 사라져 역사 속에나 등장하는 회사로 남았다.

   
[피터 몰리뉴 – 나도 당했다고..]
(이미지 - http://www.arcadeattack.co.uk/frank-klepacki/)

웨스트우드 뿐만 아니라 3대 크리에이터로 꼽히는 피터 몰리뉴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터 몰리뉴는 리차드 게리엇, 시드 마이어와 함께 세계 3대 크리에이터로 꼽히는 인물이다(여기에 한 명 더하면 ‘심시티’ 시리즈의 윌 라이트까지 4대 크리에이터로 불린다). 

피터 몰리뉴는 ‘파퓰러스’라는 게임을 통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미국 인터랙티브 아츠 앤 사이언스 학회에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으며 대영 제국으로부터 명예 훈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피터 몰리뉴는 EA에 인수된 그의 회사 불프로그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EA와 관계를 정리한 후에 회사를 떠났다(그리고 다른 회사를 차렸다). 그러고 보면 세계 4대 크리에이터라는 피터 몰리뉴와 리차드 게리엇, 윌 라이트가 모두 EA에 의해 털렸는데, EA가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대단한 회사인 것은 맞다.

꼭 게임뿐만이 아니다.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그 이름은 들어봤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역시 EA의 희생양 중에 한 명이었다.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된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거장 영화감독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달 오브 아너’라는 FPS게임에 제작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드림웍스 인터렉티브는 2000년에 EA에게 인수됐고, 이후 2003년에 EA의 스튜디오 개편 작업으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와 합병되면서 EA LA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두 회사 모두 사라졌다.

한때 EA가 변했다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현재까지도 EA는 규모와 명성에 비해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지만, 정작 EA만 모르는 듯하다. 

EA는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오로지 개발사, 개발자들에게 금전적인 이익만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일정으로 강압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일삼는다. 그래서 게임 출시일에 대한 약속은 지켰을지 몰라도, 출시된 게임을 열어보면 게임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본의 힘으로 기술은 사들였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이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감성까지는 돈으로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필자의 잡소리

   
[각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EA 게임들]
(이미지 https://www.superdataresearch.com/ - JANUARY 2018 totals)

그렇게도 욕을 먹는데 이상하게 망하지 않는 회사가 EA다. 앞서 주야장천 EA를 까는 듯한 말만 했지만, 사실 어른들의 비즈니스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결과만 놓고 본다면 EA는 오랜 시간 잘 버텨왔고 숱한 모욕과 악평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게임 산업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EA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명과 후한이 남아있었을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EA가 정말 잘해오지 않았다면 사라진 많은 회사와 함께 이미 역사 속에 묻혔을 것이다. 오늘날 게임 시장 점유율과 수익이 그것을 입증한다. 다만 수익을 내고 회사를 유지하고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관계자들을 기쁘게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반대로 자신들이 파는 상품을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성을 헤아려주었다면 지금의 EA는 이 세상에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지 모른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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