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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개미집 부수다 시작된 갓게임의 시초 ‘파퓰러스’신의 시점에서 세상을 창조한다, 갓게임의 아버지 피터 몰리뉴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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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4  01: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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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황소개구리의 도약]

게임회사 이름 중에는 참으로 괴이한 게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불프로그(BULLFROG)’라는 이름의 회사다. 우리말로 하면 ‘황소 개구리’라는 이름이다. 황소 개구리는 국내 토종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한 때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는데, 요즘엔 뜸한 것이 마치 이 회사의 현재 모습과 비슷하다.

   
BULLFROG 로고
(이미지 - https://en.wikipedia.org/wiki/Bullfrog_Productions)

불프로그 프로덕션은 1987년 레 에드가(Les Edgar)와 피터 몰리뉴(Peter Molyneux)가 설립한 영국의 비디오 게임 회사다. 오래 전에 출시한 ‘파퓰러스’라는 게임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그 뒤로도 오랫동안 많은 게임을 개발했다.

불프로그에서 출시한 게임들을 보면 고전 명작 게임 ‘파퓰러스’부터 ‘던전 키퍼’, ‘테마파크’, ‘신디케이트’, ‘매직 카펫’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게임들이 많다. 이 거의 모든 게임에 피터 몰리뉴라는 인물이 관계돼 있다.

특이한 점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도 고등학교 시절 불프로그에 취직, 게임을 개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불프로그의 주축인 피터 몰리뉴와 똑같이 데미스 하사비스의 부모님도 장난감 가게를 운영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집안에 널려 있는 장난감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다른 부분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릴 적부터 체스신동으로 유명했다.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이미지 - http://www.cityam.com/273191/googles-deepmind-tripled-its-multimillion-pound-spending)

하사비스는 15세에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고 불프로그에 입사하여 ‘테마파크’ 개발에 참여했다. 그의 나이 17세에 개발한 게임 ‘테마파크’는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500만개 이상 판매되는 대기록을 남긴다. 4년 정도 불프로그에서 게임 개발에 매진했던 하사비스는 다시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1997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불프로그에서 함께 일했던 피터 몰리뉴와 같이 ‘블랙앤화이트’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렇게 데미스 하사비스는 피터 몰리뉴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경쟁하는 선의의 라이벌 같은 관계다. 피터 몰리뉴가 ‘갓게임(전지적 신의 입장에서 게임 세계를 콘트롤하는 게임 장르, 편집자 주)’을 창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알파고를 개발할 정도의 인공지능에 권위자가 된 데미스 하사비스라는 조력자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 있었던 게임업계를 떠나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회사 이름을 딥마인드에서 구글 딥마인드로 바꾸었다. 당시 인수 금액인 4억파운드(약 5750억원)는 아직까지도 구글이 유럽의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 중 역대 최고액으로 남아 있다.

여담이지만,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가 언젠가 다시 그의 친구이자 스승인 피터 몰리뉴와 힘을 합쳐 게임을 개발하게 됐을 때는 아마 알파고 이상의 인공지능형 캐릭터가 등장하는 굉장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굉장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장담하기 어렵다보니 언젠가 최고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지능형 게임이 출시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NPC들이 넘쳐나는 게임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MMO-AI-RPG 라는 장르가 탄생하지 않을까?
 
■ 3대 크리에이터 - 피터 몰리뉴
 

   
[‘피터 몰리뉴(Peter Molyneux)’]
(이미지 - https://www.gamewatcher.com/news/2017-28-11-peter-molyneux-wishes-he-hadn-t-sold-lionhead-to-microsoft-or-bullfrog-to-ea)

이전 편에서 불프로그가 EA의 손을 거친 후 회사 문을 닫았던 이야기를 했었다. 불프로그가 EA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진 비운의 회사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나름대로 게임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빚어진 게임을 출시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명작 게임 개발사였다.
‘불프로그는 곧 피터 몰리뉴’라고 할 정도로 피터 몰리뉴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회사 이름 불프로그를 알고 계신 분도 많지만, 사실 회사 이름보다는 게임업계 3대 크리에이터로 칭송받는(받았던) 피터 몰리뉴를 기억하는 분들이 더 많을 정도다.

피터 몰리뉴는 리차드 게리엇과 시드 마이어와 함께 세계 3대 크리에이터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파퓰러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미국 인터랙티브 아츠 앤 사이언스 학회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대영 제국으로부터 명예 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랬던 그는 EA가 회사를 인수한 후 불프로그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EA와 관계를 정리한 후에 회사를 떠나면서 마지막에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갓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면서 ‘갓게임의 아버지’라고도 불린 인물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수상, 2011년 제11회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드 평생공로상 수상, 2004년 대영제국 훈장 등 수상 경력만 보더라도 굵직한 타이틀로 상업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명예와 위상까지 함께 가진 개발자로 많은 게임 개발자로부터 추앙받았다. 살아있는 게임 업계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울티마’ 시리즈의 리차드 게리엇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게임 개발자다.

   
[‘피터 몰리뉴(Peter Molyneux)’]
(이미지 - https://wccftech.com/molyneux-suggestions-playground-fable/)

피터 몰리뉴는 1960년 영국 길포드 써레이(Guildford, Surrey)에서 장난감 가게 주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 관찰하기를 좋아했던 피터 몰리뉴는 특히 곤충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게임계의 파블로라 할 정도로 그는 곤충에 집착했는데, 이미 다섯 살쯤부터 집 앞마당에 개미떼를 발견한 이후에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관찰이 지속되면서 상황에 대한 여러 변수를 실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어느 날부터 개미들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다섯 살이었던 그는 우선 막대 사탕과 과자 그리고 설탕들을 모아서 개미들이 모이게 만들었다. 아마 장난감 가게 주인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실험에 필요한 사탕 같은 물건을 구하기 쉬운 환경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던져준 미끼를 물고 이동하는 개미들의 이동경로를 따라다니면서 흙을 팠다. 그렇게 개미를 따라다니며 흙을 파다가 결국 개미들의 본거지를 찾아냈는데, 개미 본거지에서 여왕개미를 보고서 그들의 권력관계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다섯 살의 나이에 조직 사회의 구성과 그 안에 권력관계를 깨우치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다섯 살 나이답게 얌전히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개미들의 집을 부숴놓고서 개미들이 어떻게 다시 집을 복구하는지 지켜봤다. 그리고선 다시 사탕과 설탕으로 개미들의 세상이 다시 복구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집을 다시 복구하면 다시 개미들의 세상을 파괴하여 집을 복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개미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 당시 피터 몰리뉴의 나날이었다고 한다(개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악마와 같은 소름끼치는 행동이다).

이렇게 철없던 어린 시절 그의 파괴행위는 훗날 갓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비록 대상이 개미들이긴 했지만, 개미들의 삶에 마치 신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의 모습은 후에 ‘파퓰러스’와 같은 갓게임에 투영됐다. 
 
■ 갓 게임의 시초 – ‘파퓰러스’

   
[‘파퓰러스(Populous)’]
(이미지 - http://www.dealspwn.com/rumour-populous-game-91951)

1980년대 말에 등장한 ‘파퓰러스’는 게임을 처음 접한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다소 특이한 게임이었다. 기존의 게임들이 주로 때리고 부수는 것에 집중한 반면, 이 게임은 어디서부터 뭘 부숴야 하는지 한참 헤매고 나서야 게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참을성 없는 사람들이라면 한 몇 분 못 버티고 때려 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매일같이 밤을 새는 날이 이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게임들에서는 다소 미화된 폭력성이 주는 파괴적 재미가 있었다면, 이 게임은 반대로 창조하고 지켜내는 것에 의미를 뒀다. 하지만 그렇게 애착을 가지고 창조한 것들을 대차게 파괴시킬 수도 있는데, 인간이 악의 근원에 도달했을 때의 파괴적 본능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파퓰러스(Populous)’]
(이미지 - http://www.ego360.com.ar/index.php?/files/file/98-populous/)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절대 신(神)인 창조주의 입장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을 일컬어 갓 게임(God Game)이라 부르며, 갓 게임 장르가 이 게임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비슷한 느낌이나 철학을 가진 게임이 있었을지 몰라도, 전 세계에 미친 파급력을 보자면 이 게임이 갓 게임의 시초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게임 이전에는 땅을 올리고 내리고 바다를 메우고 강을 만들고 집을 짓고 사람들이 먹고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런게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그 당시 게임이라고 하면 뭔가를 항상 쏴 맞추거나 때려서 없애야 하는 슈팅, 아케이드 게임이 전부였다. 그래서 초기 ‘파퓰러스’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게임으로 인정받기 모호한 부분으로 유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심시티’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심시티’를 본 유통사 담당자가 난색을 표하면서 했던 말이 “이 게임, 언제 끝나죠?”였다. 다른 건 다 좋은데 게임에 엔딩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 당시 게임이라는 것들은 주인공이 싸워 이기고 지는 게 명확해야 하는데 ‘심시티’는 그냥 건물만 계속 짓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준으로 이건 게임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유통 담당자는 엔딩을 넣으라고 요구했지만 ‘심시티’의 개발자 윌라이트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고 그는 다른 유통사를 알아봐야 했다. 두 명작 게임이 출시 초기에는 ‘게임’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지 못해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는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파퓰러스(Populous)’]
(이미지 - http://www.dazeland.com/images/Amiga/Populous-3.png)

다시 ‘파퓰러스’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 게임은 발매 초기에는 게임으로 인정 받기 어려운 모호한 진행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단 게임을 해보고 나면 밤이 새도록 이 게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파퓰러스’는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동서 양 진영이 자유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전 세계가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던 냉전시대(cold-war)에 출시됐다. 비록 자유진영에서 출시한 게임이지만 공산주의의 수장이었던 구소련 고르바초프(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도 빠져들어 자주 즐겼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양 진영간에 군비확충과 점점 증가되는 핵 무기의 개발과 실험에 3차 세계대전의 불안감이 엄습하던 그 시절, 공산주의 진영의 수장이 자유진영에서 개발한 게임을 한다는 것은 변절과도 같은 행위였기 때문에 이 소식은 엄청난 이슈가 됐다. 소문에는 고르바초프가 이 게임을 하다가 회의에 지각한 적도 있다고 할 정도로 게임이 주는 매력은 이념과 국경을 초월했다.

   
[‘파퓰러스(Populous) II’]
(이미지 - http://www.hardcoregaming101.net/populous-ii/)

‘파퓰러스’ 1편에 이어 2편도 흥행에 성공했다. 1편만큼의 파급적인 면모는 없지만(워낙 1편에 충격이 강해서) 2편은 ‘Populous II: Trials of the Olympian Gods’라는 이름으로 Amiga(1991), Atari ST(1992), Genesis(1992), Sharp X68000(1992), DOS(1993), FM-Towns(1993), PC-Engine(1993), SNES (1993), Macintosh (1994)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는데, 이것만 봐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파퓰러스’의 성공 이후 피터 몰리뉴의 명성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피터 몰리뉴는 어린 시절 개미를 관찰하면서 느꼈던 절대전능한 신과도 같은 입장에서 인간(생명체)을 내려다 보는 신의 관점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계속 개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게임들은 ‘갓게임’ 이라 불리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갓게임’이라 불린 게임들에 대해 다뤄 볼 예정이다.
 
■ 필자의 잡소리

   
[본격 개미 탐구생활 SIMANT]
(이미지 https://www.myabandonware.com/game/simant-the-electronic-ant-colony-197)

어쩌면 세상을 바꾼 게임이 정작 개미로부터 시작된 것을 보면 개미가 큰 일을 해냈다. 세계 3대 개발자라 불리며 명작 게임 ‘심시티’를 개발한 윌 라이트 역시 개미에 대한 관심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개미를 소재로 한 게임도 개발했다.

여기서 또 하나 역사의 재미있는 점은 개미에 관심이 많았던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피터 몰리뉴의 불프로그와 윌 라이트의 심앤트 모두 EA(일렉트로닉 아츠)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사라진 회사라는 사실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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