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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철학자도 참여한 명작 게임 ‘블랙앤화이트’‘블랙앤화이트’, 피터 몰리뉴를 갓게임의 대부로 올려놓은 명작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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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0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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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피터 몰리뉴 - ‘블랙앤화이트’]

■ 갓게임의 등장

최근 가장 흔한 게임 장르는 (MMO)RPG다. 마치 세상에 RPG가 아닌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온통 RPG로 도배된 요즘 세상을 보면, 다양한 장르가 서로 경쟁하며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1990년대 게임 순위
(이미지 - http://www.relativelyinteresting.com/20-years-computing-comparing-1995s-tech-2015s/)

RTS, FPS, RPG 딱 세 종류의 게임이 전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과 같은 시절과는 달리 20~30년 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범람했다. 그 시절 게임을 보면 ‘이런 장르의 게임도 있나?’ 하고 신기해할 수 있는 게임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생소한 장르의 게임이 있었으니 ‘갓게임’이라 불리는 피터 몰리뉴의 게임들이 그것이다.

   
Populous: The Beginning
(이미지 - https://www.gog.com/game/populous_the_beginning)

그가 게임개발 초기에 만든 게임 ‘파퓰러스’는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다른 악한 신을 숭배하는 문명을 몰아내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맞지만, 상대방이 악한 신을 숭배하는 문명이 맞는지 아니면 본인 자신이 악한 신인지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의 성향에 따라 기질이 달라지게 된다. 지형이나 날씨를 바꾸고 때로는 재앙과 축복을 내리면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과연 내가 선한 신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에 개미를 관찰하고 놀던 다섯 살 어린아이 피터 몰리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이렇게 신이 된 것 같은 입장에서 절대 전능한 권력을 휘두르는 게임이다 보니 이 게임의 장르를 그 당시 기준으로 슈팅이나 아케이드 또는 액션게임 등으로 구분하기는 상당히 모호했다. 그렇다고 어드벤처나 RPG로 정의 내리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장르였는데, 실제로도 그 당시 게임 잡지에는 ‘파퓰러스’를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로 설명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파퓰러스’는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모호한 장르에 속하게 됐다. 달리 집어넣을 그릇 모양이 마땅치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가장 근접하게 두루뭉술한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도 그저 전략시뮬레이션으로 여기고 말았다. 그 이후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이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고 뒤를 이어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게임(RTS) 장르의 탄생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일반적인 영토 관리뿐 아니라 전투까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파퓰러스’에서는 기존의 게임들처럼 반복적인 패턴을 익히거나 오랜 시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직관적인 판단이 필수적이었다. 이 때문에 훗날 ‘듄 2’를 시작으로 웨스트우드의 ‘C&C’나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등 많은 RTS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1989년 처음 출시할 당시 혁신적이고 낯선 방식의 게임이었기에(장르 구분하기에 모호한 게임) 전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유통할 회사를 쉽게 찾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맥시스(MAXIS)에서 개발한 윌 라이트의 ‘심시티’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발매 이후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파퓰러스를 본 EA(일렉트로닉 아츠)는 파퓰러스가 제 2의 ‘심시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게임 유통을 결정했다. 

그렇게 출시된 ‘파퓰러스’는 출시 이후 4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히트를 기록했고, 피터 몰리뉴와 불프로그의 이름도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렇게 ‘갓게임’의 탄생이 시작됐고 지금도 불프로그나 피터 몰리뉴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파퓰러스’다. 

■ 갓게임의 발전

   
[‘Black and White’]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znq-qpmhtRs)

‘파퓰러스’의 상업적인 성공 이후 불프로그에서는 ‘던전키퍼’나 ‘테마파크’, ‘신디케이트’, ‘매직카펫’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게임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 피터 몰리뉴를 갓 게임의 대부라는 별명을 확정짓게 한 게임이 ‘블랙앤화이트(B&W)’라는 게임이다. 

라이온헤드 스튜디오는 피터 몰리뉴가 1997년 새롭게 설립한 회사다.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게임 ‘블랙앤화이트’와 X박스 및 PC용 RPG ‘페이블’ 등으로 유명해진 회사이다. ‘블랙앤화이트’는 출시할 당시 기존 게임에 비해 압도적인 자유도와 다양한 크리쳐, 그리고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등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하면서도 기존 게임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이고 놀라운 모습을 선보였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신으로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데, 모니터 화면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플레이어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한다. 

   
[‘Black and White’]
(이미지 - https://geekygals.net/2016/07/19/finally-i-can-play-toonstruck-again-_/tiger-in-black-white-pc-game/)

플레이어는 신이 되어 소, 원숭이, 호랑이 중 하나를 골라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파퓰러스’와 마찬가지로 ‘블랙앤화이트’에서 플레이어는 절대 신(神)인 창조주의 입장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종교와 철학, 신과 인간, 선과 악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탐구하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게임이 가진 깊이가 기존의 게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한 재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철학까지 게임에 담아냈다. 그래서 게임을 개발할 때 실제로 철학자를 고용하기도 했다. 

‘파퓰러스’는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다른 악한 신을 숭배하는 문명을 몰아내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내용이었지만, ‘블랙앤화이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선과 악을 결정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선택하고 실행한 과정에 따라 선한 신이 될 수도 있고 악한 신이 될 수도 있다. 악의 신이 되면 화면에 나타나는 손의 모양이 악마와 같이 변하고, 선한 신이 되면 천사의 손으로 표시되어 자신이 성향이 어떤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신의 입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파퓰러스’와 다른 점이 더 있다. ‘파퓰러스’는 신과 인간으로 직접적인 관계 설정이 되었던 것에 반해, ‘블랙앤화이트’에서는 신이 직접 인간을 제어하거나 다스리지 않고 크리처라 불리는 생명체를 대신 가르치게 된다. 

처음 화면에 보이던 소, 원숭이, 호랑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들을 ‘크리처’라 부른다. 막 태어난 크리처는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아기의 수준이다. 그래서 처음에 크리처에게 먹는 것과 용변 보는 등의 기초적인 삶의 행동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크리처가 점차 성장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만드는 것이 게임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그 다음 단계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 때 크리처의 성향은 플레이어가 직접 행한 것들에 의해 결정지어진다.

   
[‘Black and White’ 평점]
(이미지 - https://ko.wikipedia.org/wiki/)

크리처 시스템은 일종의 애완견을 키우는 느낌으로, 플레이어 자신의 입장을 인간들에게 전파하는 대리인의 역할이다. 이런 독특한 설정과 시스템으로 출시 당시 각종 게임 언론 매체 등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고 역사에 길이 남는 게임 명단에도 등재됐다. 피터 몰리뉴라는 게임 개발자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며 ‘갓게임’이라는 신조어와 ‘갓게임의 대부’라는 별명을 확정짓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Black and White 2’]
(이미지 - http://www.mobygames.com/game/windows/black-white-2/screenshots/gameShotId,130281/)

‘블랙앤화이트’ 1편의 성공 이후 2편 역시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았지만, 역시 1편이 너무나 혁신적이었던 탓인지 1편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2편이 기존의 게임에 비해 부족한 게임은 아니었다. 2편 역시 많은 게이머들에게 환영받았고 ‘블랙앤화이트’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다.

‘파퓰러스(1990)’를 시작으로 피터 몰리뉴는 ‘파워 몽거(1990)’, ‘신디케이트(1993)’, ‘매직카펫(1994)’, ‘테마파크(1994)’, ‘던전키퍼(1997)’와 같은 대작 흥행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 개발자로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그리고 ‘블랙앤화이트(2001)’를 기점으로 갓 게임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이후 개발한 ‘페이블(2004)’, ‘더무비(2005)’, ‘큐리어시티(2012)’ 등을 선보이며 여전히 게임업계에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물론 ‘페이블’에서는 그 명성에 비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타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음 편에서는 피터 몰리뉴가 ‘블랙앤화이트’로 정점을 찍고 ‘페이블’로 예전의 명성에 비해 비난받게 된 사연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 필자의 잡소리

   
BULLFROG 로고 VS LIONGEAD 로고

피터 몰리뉴가 불프로그(황소개구리)를 나와서 설립한 회사는 라이언헤드 스튜디오라는 회사다. 두 회사의 로고는 흑과 백의 조합으로 ‘블랙앤화이트’의 조합과도 비슷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불프로그가 흰색 바탕에 검은 개구리 그림인 것과 라이언헤드 스튜디오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사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블랙앤화이트’의 반대 조합이다.

참고로 라이언헤드(LIONHEAD)라는 회사 이름은 사자의 갈기를 뜻하는 것 같지만 사자의 갈기는 ‘Lion's mane’이다. 라이언헤드는 사실 귀여운 토끼를 뜻하기도 한다.

   
LIONHEAD
이미지 - http://www.adoptarabbit.com/breeds/lionhead/

실제로 사자의 갈기를 뜻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회사를 세울 때마다 동물 이름을 콘셉트로 하는 것 또한 어린 시절부터 개미를 유심히 관찰하고 다양한 생명체들을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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