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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칼럼] 질병코드,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말라게임이 중독물질 주장,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엉뚱하고 기괴'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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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6  09: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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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박사]

이장주 박사 게임으로 세상읽기4. 질병코드,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말라

사슴을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있다. 이 고사는 ‘사기(史記)’ 중 ‘진시황본기’에서 유래하였다.

내용은 이랬다. 진시황이 죽고 나서 조고는 진시황의 어리석은 아들 호해를 황제로 만들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적을 제거했다. 이에 야심만만해진 조고는 아예 자기가 황제가 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자기의 편이 누군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문제의 사슴을 등장시키며, 황제 호해에게 ‘말’을 바친다고 말을 한다. 사슴이라고 바른대로 말했던 신하들은 나중에 누명을 씌워 제거했다. 이런 이유로 지록위마는 남을 속여 권세를 휘두르는 자들을 비판할 때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장애’ 논란을 살펴보면서 지록위마의 고사가 떠올랐다. 게임이 중독물질(장애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엉뚱하고 기괴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사슴과 말은 비슷한 점이 많다. 네발로 다니고, 털이 있고, 풀을 먹는다. 또 새끼를 낳고, 빠르게 달리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특성은 비단 사슴과 말 뿐 아니라 소, 양, 토끼와 같은 대부분의 초식 포유동물들에게 모두 해당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초식 동물 중 말이 아닌 동물이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듯 말이 아닌 동물을 말이라고 분류하는 오류를 과학에서는 ‘거짓양성(false positive) 오류’라 부른다.

게임장애로 돌아와보자. 게임장애 진단기준은 사슴과 말을 구분할 수 없는 것보다 더 엉성하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보다 게임을 우선시 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게임장애로 진단하겠다고 WHO는 ICD-11 초안에서 밝혔다.

비단 이게 게임만의 문제일까? 여기에 드라마, 운동, 쇼핑, 일, 종교, 심지어 반려동물을 넣어도 자연스럽다. 한국사회에서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교육문제는 ‘자녀’를 게임의 자리에 넣으면 안성맞춤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자녀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보다 자녀를 우선’, ‘부정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자녀를 포기 못하는 것’, ‘12개월이 아니라 120개월도 부족한 지극정성’ 정녕 저런 행동이 문제라면 ‘자녀장애’도 가능한가? 자녀가 좀 심했다면 ‘친구장애’는 인정할만 한가?

어떤 학자들은 ‘게임장애’에 대한 이런 주장을 한다. ‘질병코드화를 해서 유병률과 심각도 등을 체계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고 말이다. 이건 더 우스운 논리다. ‘자살’은 심각하지 않고, 흔하지 않아서 질병코드화가 못 되었는가? 질병코드화가 되지 않아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자살연구만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즉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과 질병코드화는 아무 상관없다. 전형적인 ‘논점일탈의 오류’인 거다. 정말 게임장애를 연구하고 싶다면, 게임의 유형과 게이머의 유형 그리고 환경적 영향을 각각의 문제행동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접근하시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발견된 문제가 병리적이라면 누가 ‘게임장애’ 질병코드화를 반대하겠는가?

‘게임중독으로 부모가 아이를 굶겨 죽이는 끔찍한 일이 나타나는 데 그런 게임을 비호하는 양심없는 소리를 할 수 있는가?’ 내가 직접 들었던 심한 말 중에 하나다. 맞다! 끔찍한 사건은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막을 수 있으면 당장 막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2010년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다. 그 후 게임이 확산되는 동안 이런 사건이 반복되거나 증가하지 않았다. 게임장애가 질병코드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거 놀랍지 않은가? 마치 말과 비슷한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사슴을 말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안타깝다 못해 슬픈 심정이다.

백번 양보해서 게임이 진짜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산모들에게 언제라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을 금지시켜야 한다. 조금 더 적극적이려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PC방 출입을 금하거나 시간제한을 해야 함이 옳다. 이게 가능한가? 설령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바람직한가? 백번 양보해 가능하고 바람직하더라도, 이게 ‘게임장애’를 질병코드화로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산모게임금지! 이건 질병코드화와 관계없이 지금이라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정책이다. 이걸 하려고 ‘게임장애’를 질병화코드화 하는가? 헛웃음만 나온다.

과학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어떤 타당성과 유용성을 찾기 어려운 ‘게임장애’를 추진하려는 측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했던 ‘지록위마’의 고사에서처럼 말이다. 그러니 그만두시라. 더 추해지기 전에.

글쓴이=이장주 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논문)
 '초연결 사회 속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탐색'. 스트레스硏究, Vol.25 No.2, 128-137.
 '돈의 심리학: 교양교육을 위한 심리학적 탐색'. 교양학연구 5(6), 67-92.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유형과 그 특성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지, 13(4), 91-104

저서)
 '사회심리학' 학지사.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 에피스테메.
 '여자와 남자는 왜 늘 평행선인 걸까?' 소울메이트

보고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Ⅶ: 청소년 매체이용 추이 및 코호트 간 비교분석.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4 대한민국 이스포츠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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