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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국산 게임의 자존심 ‘그날이오면3’뛰어난 그래픽으로 국산 슈팅 게임의 기술적 진보 이뤄내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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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0  0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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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즌2 [미리내 소프트웨어 -  ‘그날이오면’]

■ 1990년대를 빛낸 국산 게임

전편에서 소프트액션에서 개발한 ‘폭스 레인저’를 다루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소프트액션의 라이벌이었던 미리내 소프트웨어를 다뤄볼까 한다.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1987년에 설립, 벌써 30주년이 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다. ‘폭스레인저’와 비슷한 비행 슈팅 게임인 ‘그날이오면’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국내 게임 계의 쌍두마차로 부상했다. ‘그날이오면’ 시리즈는 5편까지 출시됐는데, ‘폭스레인저’와 함께 국산 슈팅 게임의 양대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게임들은 그 당시 게임 랭킹 상위를 서로 번갈아 가며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미리내 소프트웨어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대구에서 창설된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정재성 대표와 조대호 팀장을 주축으로 ‘그날이오면’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날이오면’ 1, 2편은 조용히 사라진 반면, ‘폭스레인저’보다 1년 늦은 1993년 상업 타이틀로 출시된 3편은 출시에 성공했다. 1990년대 기준으로는 꽤 뛰어난 그래픽으로 국산 슈팅 게임의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으며, 그 완성도를 기반으로 5만장에 이루는 판매량을 보였다.

   
그날이 오면 II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MSX용으로 개발된 시리즈 2편에는 10여명 정도의 개발자가 투입됐고, 개발비는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출시할 당시에는 이미 MSX는 저물어가던 시장이었고 IBM-PC 시장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 판매량은 썩 좋지 않았다.

   
그날이 오면 II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게임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이틀 화면을 제외하고는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는 것인데, 당시 MSX 기종에서 한글을 처리하기가 어려웠다는 소문과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확인 된 바는 없지만, 아마도 한글처리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면 다시 한 번 출시일에 맞추지 못해 소리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리즈 2편의 성공(?) 이후로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본격적인 IBM-PC용 게임 개발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때 만들어진 게임이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는 ‘그날이오면3’다. 미리내 소프트웨어 하면 ‘그날이오면3’를 자동으로 떠올릴 정도로 회사의 최고 성공작이자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그날이오면3’가 출시할 당시에는 이미 ‘폭스레인저’가 국산 게임으로 성공적인 출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직후였다. ‘폭스레인저’가 눈 높은 국내의 게이머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상태이기 때문에 ‘그날이오면3’도 비교적 수월하게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독자적인 출시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여력을 지녔지만, 라이벌 업체였던 소프트액션의 ‘폭스 레인저’가 동반상승하는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시리즈 3편의 성공으로 고무된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바로 1년 뒤인 1994년에 시리즈 4편인 ‘그날이오면4’를 출시하고 다시 1년 뒤에 1995년에는 ‘그날이오면 5’를 출시했다. 1993년 시리즈 3편을 출시한 이후로 끝자리 년도 수에 맞춰 시리즈 넘버링을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든다.

   
그날이 오면 5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소프트액션과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당시에 ‘게임은 동네 오락실에서 코흘리개 꼬마들이나 하는 쓸데없이 돈 낭비하는 못된 짓’이라는 어른들의 비판적 시선에서 벗어나 게임도 당당한 하나의 산업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다시 말해 한국 근대 게임사의 산업적 기초를 닦은 선구자적인 회사들이었다. 그 당시 해외 유명 게임들이 물밀듯이 출시되고 불법복제로 몸살을 앓던 국내 게임 시장에 정식 유통 구조를 이뤄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날이오면’ 시리즈 이전에도 8비트 MSX나 APPLE II용으로 개발된 국산 게임들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게임 개발은 뭔가 고독한 1인 개발의 길을 걷거나, 동네 동호회 모임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모여 라면으로 연명하며 게임을 만들고 즐거워하는 느낌이었다. ‘그날이오면’ 시리즈와 같은 게임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기업형 게임 개발의 틀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시리즈 1편과 2편이 우여곡절을 겪은 것처럼, ‘그날이오면3’도 하마터면 출시에 실패할뻔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하이텔 게임제작동호회에서 소문으로 퍼지던 전설 같은 이야기에 따르면, 출시 일주일 전에 소스를 날려먹어서 남은 일주일 동안 다시 개발을 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시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자들만 알겠지만, 소문의 근원에는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의 출중한 실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3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4편과 5편은 3편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했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국내 게임 시장이 아케이드, 액션, 슈팅 장르에서 RPG로 대체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읽은 미리내 소프트웨어 역시 RPG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그날이오면3’만큼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만들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당시 미리내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게임 중 ‘망국전기’라는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은 1993년 제 1회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던 중학교 2학년 류재용이라는 학생의 게임 시나리오를 미리내 소프트웨어가 가져다가 개발해 1995년 출시한 게임이다. 당시 정부 주관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게임으로 기록돼 있으나, 얼마 후 IMF라는 국가재난 사태에 미리내 소프트웨어 역시 직격탄을 맞고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망국전기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 게임들의 판매량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고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의 문제점들로 인해 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결국 회사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듯 했으나, 2014년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개를 펴고 ‘그날이오면: 드래곤포스2’를 카카오톡 게임으로 출시하며 과거 ‘그날이오면’을 했던 게이머들에게 추억의 향수를 안겨 주었다.

   
그날이 오면 : 드래곤포스 2
(이미지 – http://www.YouTube.com)

[그날이 오면 시리즈 연대기]

(1987) 그날이오면
(1989) 그날이오면2
(1993) 그날이오면3 : 드래곤포스
(1994) 그날이오면4 : 이카루스
(1995) 그날이오면5 : 어설트 드래곤
(2014) 그날이오면 for kakao : 드래곤포스2

작품의 연대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된 ‘그날이오면’ 최신 버전의 부제가 ‘드래곤포스2’다. 1993년 출시했던 ‘그날이오면3 : 드래곤포스’의 후속작임을 알 수 있다. 게임 개발사는 미리내 소프트웨어라는 회사가 아니라 미리내 게임즈라는 회사인데, 미리내 게임즈는 미리내 소프트웨어가 사라진 이후 정재성 대표가 2001년 미리내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정재성 대표는 15세의 나이에 ‘헬리혜성 점성술’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198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래의 친구 5명과 함께 미리내 소프트웨어라는 게임회사를 창업했다. 미리내 소프트웨어가 개인 개발팀에서 주식회사 법인으로 전환한 당시에 국내 인기 만화작가인 이현세씨가 1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40%는 팬택사가 갖고 있었다. 이는 정재성 대표가 자신의 지분 90%를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속해서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시절에는 필립스가 300억원을 출자해 미리내 소프트웨어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미리내 필립스라는 합작 게임회사를 출범시킬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약 1주일 전에 필립스 본사가 게임 시장 진출을 포기하면서 설립이 무산됐다. 이렇게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늘 개발비 마련에 시달렸던 회사는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싶었지만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개를 펼치며 살아나곤 했다.
 
■ 필자의 잡소리

일본판이 판치고 있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국산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정재성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수재였고, 1985년 친구 5명과 함께 ‘챌린저’라는 동호회를 만들면서 프로그램을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게임 개발이 아닌 ‘사랑의 별점’이나 ‘병원 관리 프로그램’등을 만들었지만, 게임 개발이 보통의 일반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고도의 기술 개발과 많은 이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게임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렇게 1987년 미리내 소프트웨어라는 게임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IMF시절 당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국내 최초의 풀3D 롤플레잉 게임이었던 ‘네크론’의 유통사가 부도가 나면서 금전적인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게임 개발과 회사 운영을 접어야만 했다. 그 이후 한동안 방황을 하던 정재성 대표는 2001년 다시 한 번 초기 멤버들과 만남을 통해 미리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게 된다. 미리내 소프트웨어는 기술 개발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회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정재성 대표는 게임 개발의 꿈을 놓지 않았고, 결국 미리내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미리내 게임즈까지 그 꿈을 이어왔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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