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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칼럼] 가정의 달, 아버지 그리고 게임이장주 박사의 ‘게임으로 세상읽기 5’ 가정의 달, 아버지 그리고 게임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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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5  18: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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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중년 남성들의 상담사례에서 반려동물이 중요한 에피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략 이렇다.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밤 늦게 귀가를 했더니, 가족들은 다 자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만 반갑게 현관에서 맞아주더란다. 감격스런 마음에 번쩍 안아주려다 술기운에 강아지를 그만 놓친다. 떨어진 강아지 아프다고 요란하게 짖어댄다. 자던 식구들 다 나와서 한마디씩 거든다. ‘술을 드셨으면 조용히 주무시지, 왜 강아지를 괴롭...’ 야단법석에 정신도 없고, 미안하기도 하여 얼른 화장실로 피한다. 거울을 보니 강아지가 떨어지며 발버둥치다 얼굴을 살짝 할퀴었나보다. 연고를 바르다 문뜩 거울 속의 자신을 보니 한 없이 초라해진다. ‘어쩌다 내가 우리집 강아지보다 대우를 못 받는 신세가 되었나?’하는 그런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며 나는 결심했다. 절대 우리 집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 가정의 달이라고는 하지만 가족구성원 모두가 즐거운 그런 달은 아니다. 특히 아버지들은 더 그렇다. 어린이날은 1년 동안 소홀히 했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날이다.

그래서 선물이라면 제법 값이 나가는 물건이어야 한다. 또 가족 나들이를 갈라치면 많은 아이들이 최고로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야 한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엄청난 교통체증과 인파를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큰 문제없이 아비노릇을 하고 있음에 안도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며칠 후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 한 송이에 몇 자 적힌 카드를 받고 나면 ‘고맙다’란 답례의 말로 짧은 증정식이 끝난다. 사실 짧게 끝나는 게 백 번 낫다. 길어지면 서로 민망해지기만 하지.

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타고난 본능이 아니라 열심히 연마하고 닦아야 하는 능력임을 역설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가 알아채고 사랑을 줄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다.

그건 가족도 마찬가지다. 부부관계가 되었든, 부모자녀관계가 되었든 상관없이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대표적인 경험은 생동감이다. 함께 있을 때 서먹하고 민망하다면 필시 사랑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이기 때문이리라.

부모자녀간에 사랑을 돈독히 하려면 대화를 많이 하라고들 권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이런 단계에 오기 전까지 중요한 기초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서로의 마음을 조율하는 단계 말이다.

이런 단계는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말에서 핵심을 찾을 수 있다. “인내심이 있어야 해...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거든. 날마다 조금씩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좋아. 만일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거야...” 가랑비에 옷이 젖듯 사랑은 그렇게 서로 물들어 가는 거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예외 없는 인간관계의 법칙이다.

민망한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게임만큼 좋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특히 부자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냥 서로 게임을 하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징조임에 틀림없다.

가족의 게임 속 공템(공격 아이템), 방템(방어 아이템)을 챙겨주는 단계는 이미 깊은 마음 속 유대감이 있기에 가능한 거다. 별 이야기 하지 않은 듯하지만 속 깊은 대화가 이미 한참 전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가족은 사랑과 신뢰가 넘쳐나는 가족이라는 확실한 증거다.

올해 5월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채우기엔 너무 많은 휴일이 있다. 그 중 하루 날을 잡아 가족 게임대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개인전도 좋지만 팀전은 찰떡호흡을 맞추는데 제격이리라.

음, 여기에 아버지가 걸어 놓은 상금은 혹시라도 남아있던 마음의 벽을 깔끔하게 날려버리는 월브레이커로 손색이 없을 듯. 아버지들의 사랑의 기술이 게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그런 5월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글쓴이=이장주 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논문)
   '초연결 사회 속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탐색'. 스트레스硏究, Vol.25 No.2, 128-137.
   '돈의 심리학: 교양교육을 위한 심리학적 탐색'. 교양학연구 5(6), 67-92.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유형과 그 특성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지, 13(4), 91-104

저서)
   '사회심리학' 학지사.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 에피스테메.
   '여자와 남자는 왜 늘 평행선인 걸까?' 소울메이트

보고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Ⅶ: 청소년 매체이용 추이 및 코호트 간 비교분석.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4 대한민국 이스포츠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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