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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덕의 필소굿] 추억의 음반 ‘언니네이발관’ 1집언니네이발관 1집 참여...위메이드 전 부사장 작곡가 변신 새 칼럼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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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9  07: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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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이발관. 사진=나무위키]

‘좋은 음악’을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가 혹은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정의 내리는 것처럼 정답이 없고 어리석은 질문처럼 보인다.

실제로 빌보드 핫 100 차트(Billboard Hot 100 Chart)에서 최장기 1위를 했던 곡들을 쭉 뽑아서 비교 분석해 보아도 이들에게서 쉽게 공통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장르도 모두 다르고 아티스트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현재까지 최장기간(16주) 1위를 차지했던 곡은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데시파시토(Despacito, 2018년 발매)’, 그리고 공동 1위를 차지한 ‘머라이어 캐리 & 보이즈 투 맨(Mariah Carey & Boyz II Men)’의 '원 스위트데이(One Sweet Day, 1995년 발매)’이다. 한 곡은 남미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라틴 리듬의 뜨거운 댄스곡이고, 다른 한 곡은 감미로운 멜로디를 가진 ‘R&B’(리듬 앤 블루스) 곡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몇 년 전 유행했던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둘 다 소위 말하는 흥행 공식에 맞춰진 게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 1994년 ‘언니네 이발관’ 결성...홍대 클럽 사상 최대 관객 동원

필자가 처음 음악을 시작한 인디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을 결성하던 당시(1994년)도 우리는 항상 그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결성 당시 멤버 중 아무도 악기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필자(사진 오른쪽 두 번째)는 베이스 기타를 이제 막 배우던 시기였고, 리더인 ‘이석원’(사진 맨 왼쪽)도 기타를 처음 구입한 지 3개월째였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정바비’(사진 오른쪽 세 번째)도 기타 실력은 조금 나았지만 경력은 비슷했다. 드럼을 치던 ‘김반장’(사진 오른쪽 첫 번째)이 우리 중에 가장 연주 실력이 좋았다.

리더인 ‘이석원'은 항상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 우리보다 연주를 잘 하는 밴드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연주를 못해도 그들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굉장히 의아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렇게 연주를 못하는 밴드가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단 몇 달간의 연습 기간을 거친 뒤, 곧바로 홍대의 가장 유명한 클럽이었던 ‘드럭(Drug)’에서1995년에 데뷔 무대를 치렀다. 연주했던 대부분의 곡을 자작곡으로 채웠고, 당시 홍대 클럽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을 홍대 인디씬에 삽시간에 알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 “뮤지션은 ‘잘한다 못한다'보다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

‘음악은 스포츠 선수처럼 [잘한다, 못한다]로 평가 되어선 안된다’

그 당시 다른 인디 밴드들은 자신들의 창작곡이 없고, 해외의 유명한 밴드를 따라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카피 밴드’(Copy Band)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공연을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하나였다. '잘한다’ 혹은 ‘못한다’.

하지만 모름지기 뮤지션이란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그들의 직접 만든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연주 실력(기술력)보다는 작곡 능력(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좋은 작곡 능력을 갖추려면 ‘기술력’이라 할 수 있는 연주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했던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남들이 카피 연주에 집중할 동안 우리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럼 그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기술적으로 잘 만든 음악이 아니라, 듣는 이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악인지가 중요하다.’

리더 ‘이석원’은 말했다. “우리가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때 들었던 음악들을 떠올려보라. 그 음악의 연주나 사운드가 어떻고 가창력이 어떻고.. 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그 음악이 주는 그 순수한 [느낌]을 우리는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는 인터뷰 때마다, 그리고 우리 멤버들에게도 항상 저 이야기를 입에 달았고, 그 메시지들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너바나. 사진=유니버셜뮤직]

■ 너바나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릿’...1990년대 록 역사상 최고의 명곡 '영향'

‘언니네 이발관’ 활동 당시 팝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던 미국 시애틀 출신 밴드 ‘너바나(Nirvana)’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록(Rock)’ 음악은 화려한 연주 실력(기술력)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들고 나온 ‘네버 마인드(Never Mind/1991년 발매/이들의 두번째 앨범이자 성공작)' 앨범은 그런 ‘기술적인 완성도' 기준으로만 본다면, 분명 기준치 미달이 될 수 있었던 음악들이다.

첫 곡이자 이들의 대표곡인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을 기술적으로 분석해보자.

기타를 좀 연주할 줄 안다면 누구나 따라 칠 수 있는 4개의 단순한 파워 코드(Power Chords: 록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약식 코드)로 곡은 시작한다. 그 후 25초 부근부터 나오는 기타 리프(Guitar Riff: 반복적이고 인상적인 기타주법)는 중독적이고 기억에 남지만, 단순한 두 개의 반복적인 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망연자실하게 쏟아내는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너바나의 리더, 1994년 자살로 생을 마감)의 주술처럼 반복되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1990년대 록 역사상 최고의 명곡을 만들어냈고,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너무 세련된 음악들에 지친 대중들은 이런 새롭고 순수한 음악에 열광했다.

테크닉을 우선시하던 기존 록스타들을 모두 뒤로 숨게 만들고,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같은 팝 스타를 차트 아래로 끌어내렸다.

아마 당시 이들의 연주실력과 노래실력이 부끄러워 앨범을 내지 않고 몇 년을 더 연습기간에 매진했다면 어땠을까? 이 같은 명반도,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트 코베인’ 자신이 표현하고자 그 음악적 [느낌]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만의 것’이었고, 그 스스로도 그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역사였다.

■ “일렉트로닉 뮤직 입문 후에도 어릴 적 감동받았던 순간 늘 뇌새겨”

다시 2018년으로 돌아와, 현재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직(Electronic Music/전자 음악)’씬도 비슷한 상황이다. 저 때에 비해 기술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있어 컴퓨터 한 대만 있어도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일렉트로닉 뮤직’이라는 장르 자체가, 기술적인 테크닉이 없으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어려운 장르다.

당연히 필자도 어떻게 하면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한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연구와 실험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본인만의 감성을 자신만의 색깔에 담아 표현하는 것에는 소홀해지기 쉽다.

필자가 게임을 개발하던 시절에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일단 내가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기술적인 완성도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다 정작 중요한 게임의 순수한 재미를 만드는 것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 즐겼던 게임들이 주던 재미에 대해 생각하기보단, 경쟁작들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요소들을 분석하기 바쁘고, 얼마나 프로그래밍을 잘해서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만들고, 남들보다 훌륭한 그래픽을 만들어 내느냐에 대한 경쟁에 빠져든다.

‘기술력과 창의력’.  음악을 포함한 모든 대중 예술은,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린 것 같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어릴 적 감동받았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열심히 밸런스를 맞추다보면, 언젠가는 남녀노소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류기덕 작곡가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했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헤드라인뮤직 작곡가 PD’이자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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