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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게임별곡
[게임별곡] 게임 패키지 디자인, 처음에는 비닐봉투였다SSI, 최초의 상용 워 게임 ‘컴퓨터 비스마르크’ 만들다
정리=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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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6  02: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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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이름에 모든 걸 담다

100여 개가 넘는 많은 명작 게임을 출시했지만, 회사 이름을 대면 ‘그런 회사가 있었나?’ 싶은 회사 중 하나가 ‘SSI’다. 회사 이름보다는 그들이 출시한 게임들이 너무 유명해서이기도 하고, 회사 이름 자체에 별다른 큰 뜻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SSI라는 회사 이름의 뜻은 ‘STRATEGIC SIMULATIONS INC.’의 줄임말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뜻이다.

   
[SSI - STRATEGIC SIMULATIONS INC.]
(이미지 – http://www.mobygames.com/game/dos/panzer-general/)

회사의 창립자 조엘 빌링즈(Joel Billings)는 보드게임, 그 중에서도 War Game(워 게임) 마니아였다. 그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SSI의 첫 작품은 ‘컴퓨터 비스마르크(Computer Bismarck)’라는 게임으로, TRS-80 기종과 Apple II 용으로 출시되어 ‘최초의 컴퓨터를 활용한 전쟁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다. 게임의 내용은 영국군과 독일군의 해전을 다루고 있는데, 웬만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Bismarck(비스마르크)’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SSI – 최초의 컴퓨터 워 게임]
(이미지 – http://www.creativemountaingames.com/)

회사의 설립자였던 조엘 빌링즈는 대학 시절 계량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시절 IBM의 프로그래머들과 작업을 하면서 함께 워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IBM의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지금도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엘 빌링즈는 컴퓨터가 자신이 좋아하던 워 게임을 수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장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기존의 보드 게임에서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디지털 워 게임 장치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게임 개발 따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보다 더 인류에게 유용하고 편리한 삶에 기여하는 이상적인 부분에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역신문에 구인 광고를 내면서까지 함께 할 개발자를 찾았다. 이를 통해 존 라이언스(John Lyons)와 에드 윌리거(Ed Willeger)라는 두 개발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워 게임 개발의 꿈은 급속하게 진행되게 된다.

   
[SSI – War Games]
(이미지 – https://archive.org/stream/)

SSI의 첫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서 EA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립 호킨스(Trip Hawkins)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트립 호킨스는 이전 게임별곡 ‘EA’ 편에서 다룬 인물인데, SSI의 초창기 시절에는 아직 그가 EA라는 회사를 만들기 이전이었다. 그 당시 트립 호킨스는 애플이라는 회사에서 애플 컴퓨터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판매 전략을 세우며 마케팅 총괄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SSI의 창업자 조엘 빌링즈와 훗날 EA를 창업하게 되는 당시 애플의 마케팅 담당자 트립 호킨스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Tandy Corporation의 TRS-80 기종으로 출시하기로 했던 ‘컴퓨터 비스마르크’라는 게임은 불과 2개월 만에 Apple II용으로도 출시되었다. (정말 이 때에도 트립 호킨스는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고, 스티브 잡스는 게임에 별 관심이 없었다.)

   
[SSI – Battleship Bismarck]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P9Wn1yQiPls)

그렇게 최초의 상용 컴퓨터 워 게임으로 기록된 ‘컴퓨터 비스마르크’는 출시 당시 주변 지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잘 팔렸고, SSI라는 신생 기업의 초기 자금 확보에 많은 기여를 했다. SSI가 창업 초기에 한 일은 단순히 게임 개발만 진행했던 것이 아니었다. 곧 다가올 미래에 자신들이 퍼블리셔가 될 것을 예감이라도 한듯 새로운 작업을 진행중이었는데, 그것은 게임 패키지 박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SSI는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포장하면서 기존에 개인 소프트웨어 하우스 등에서 사용하던 지퍼 백(Zipper storage bag)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했고, 새로운 포장 방식을 찾았다. 지퍼 백이란 최근에도 많이 쓰이는 비닐봉투로 상단부가 접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비닐봉투다.

   
[초기의 컴퓨터 게임 패키지 포장 봉투]

아주 오래 전에는 컴퓨터 게임을 이 비닐봉지에 디스켓과 게임 설명서나 회사 전화번호부를 프린트한 종이와 고객등록 카드 등과 함께 넣어서 팔았었다. 그 이전에는 컴퓨터 게임 산업은 아직 원시적인 단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했는데, 대부분 신문이나 잡지 등에 광고를 내고 전화로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패키지를 하나씩 포장해서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나중에 엄청 유명해진 시에라 온라인이나 오리진 시스템즈 같은 회사들도 초기에는 체계화된 유통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이렇게 봉투에 디스켓과 함께 설명서를 동봉해서 팔았었다.]

‘컴퓨터 비스마르크’는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상용 워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하지만, 기존의 아날로그 놀이 문화를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놀이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을만 하다. 게다가 기존의 다른 게임 패키지들이 비닐 포장 수준에 머물고 있을 때 패키지 박스의 아트 디자인이나 내용물 구성 등에도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SSI 게임 패키지 디자인]
(이미지 – https://www.ebay.de/itm/Apple-2-Computer-Bismarck-SSI-1980-/131190580960)

이 패키지 디자인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시도였다. 기존의 다른 회사들처럼 아마추어적인 어설픈 포장이 아니라, 전문적인 업체로 보여지기를 원했던 조엘 빌링즈의 바람대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당시 패키지 포장 디자인을 맡았던 루이스 새코우(Louis Saekow)는 한시적으로 컴퓨터 비스마르크의 패키지 디자인 업무를 맡았던 비정규직이었지만, 결국 조엘 빌링즈의 마음을 흡족시켜 SSI의 정규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SSI의 거의 모든 게임의 패키지 표지 디자인, 삽화 디자인을 맡았다.

이렇게 무언가 있어 보이는 외형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전략은 게임의 판매량에 기여했다. 또 당시 여러 소프트웨어 하우스에서 자신들의 게임도 SSI의 게임과 같은 수준으로 포장과 유통을 의뢰하게 된다. 이것이 SSI가 장차 퍼블리셔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됐을 줄은 아마 자신들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SSI는 기존의 보드 게임으로 존재하던 전략 게임들들을 단순하게 컴퓨터 상에서 구현(주로 BASIC언어)했다. 하지만 SSI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7년 ‘던전앤드래곤(Dungeons & Dragons)’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이를 활용한 명작 RPG들을 많이 만들면서부터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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