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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칼럼] 게임장애, WHO 착각을 우려한다이장주 박사의 ‘게임으로 세상읽기 6’ 게임과 도박 차이 모르는 전문가 우려
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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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7  08: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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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게임장애를 다시 추진하겠단다. 많은 학자들의 비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변함없이 갈 길을 가겠다고 발표했다. 대단한 자신감을 넘쳐서 독선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과연 비판과 항의가 그냥 깔아 뭉갤 정도로 의미가 없는 것들인가? 진단 기준의 엄밀성, 인과관계의 불명확성 같은 질문은 게임장애가 인정받기 위한 핵심적인 주제다. 핵심적인 의문에 대해 답변 대신 전과 동일한 답변은 게임계보다 WHO가 더 걱정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과도한 자신감은 독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도 자신감 인플레이션이 있다. 실제 자신의 점수보다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점수를 더 과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자신감착각(illusion of confidence)’이라고 불렀다.

캐나다 사람을 대상으로 똑똑함을 물어볼 결과 70% 이상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다. 스웨덴 사람을 대상으로 운전실력을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77퍼센트의 사람들이 안전운전에 관해서는 자신이 상위 절반 안에 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더 심한 결과, 거의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매력이 있다고 믿는다. ‘나 정도면 빠지지 않는 매력의 소유자이지!!’ 비록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말이다

자신감 착각 연구의 배경이 된 사례를 소개한다. 변장을 하지 않고 미국 피츠버그 은행 두 곳을 털었던 용감한 범인이 있었다. 보안 카메라에 잡힌 범인의 모습은 그날 저녁 뉴스에 방송되었고, 한 시간 후 붙잡혔다. 나중에 경찰이 그 보안 카메라의 장면을 보여주자 범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단다. “나는 주스를 발랐는데요…”. 범인은 주스를 얼굴에 바르면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를 접한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크루거와 더닝은 1995년에 자신감 착각에 대한 논문을 쓰게 되었다. 그 논문의 결과는 이렇다. 실력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이 낮다는 것도 모르기에 자신감이 넘쳐 잘못된 행동을 반복한다고 말이다.

이건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은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문가인양 생각하는 자신감 착각이 발생한다. 배드민턴 선수는 테니스도 잘 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운동은 보기보다 차이가 크다. 테니스선수 역시 테이블 테니스인 탁구를 잘 하지는 못한다.

이런 사례를 보건영역에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게임중독과 도박중독은 같은 행위 중독이라고는 하지만 배드민턴과 탁구만큼 다르다. 도박은 범죄가 되는 것에 반해 게임은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서 범죄는 아니다. 게임은 재미를 얻으려고 하는 것인데 반해, 도박은 돈을 따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박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게임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있다.

이렇듯 게임과 도박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다고 여기는 착각이 발생된다. 실제로 게임장애와 관련된 전문가 중 게임이 아닌 도박중독 전문가가 상당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감에 찬 WHO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게임장애 기준은 놀랍도록 허술하다.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가 ‘12개월’ 동안 나타나면 게임장애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게임장애 진단기준인 시간조절, 우선순위, 부정적 결과 무시라는 항목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상황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기준은 과잉진단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처럼 억울한 사람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그런데 이런 허술한 기준을 2019년 세계보건총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주스를 얼굴에 바르면 보안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어수룩한 범인이 떠오른다.

이런 종류의 자신감 착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건의료계도, 게임계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게임관련 부작용을 줄일 생각이라면 보건계가 게임계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야 할 것이다. 게임장애를 보건계가 주도할 생각이라면 말이다. 남은 시간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글쓴이=이장주 zzazanlee@gmail.com

이장주 박사 프로필
- 중앙대 문화사회심리학 박사(2002)
-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여가경영학과 겸임교수(2004~2008)
-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2015~2016)
- 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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