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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덕의 필소굿] 제이드 키, 세상에 최면술을 걸다게임 개발자 출신 작곡가 앨범 1호 ‘최면술사’ 8월 16일 드디어 발매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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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1  1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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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발매될 필자의 솔로 앨범 ‘최면술사(Mesmerizer, 메즈머라이저)’를 기획할 때 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첫째, 게임개발을 접고 작곡가로 변신해 살아온 1년 반 동안, 정신없이 다른 가수들의 곡 위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온전히 나만의 색을 가진 음악을 해본 적이 없었다.

두번째 고민은, 수많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Electronic dance music)  프로듀서’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나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였다.

그런 고민을 끝없이 하다 보니, 어느새 여태껏 살아온 나의 인생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혼자 공상의 세계에 빠져있거나,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밖에 나가 공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대여섯 살 정도 때의 사건이 있다. 집에 혼자 있던 나는 방에 붙은 벽지 무늬를 멍하니 쳐다보다, 갑자기 로봇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무엇에 홀린 듯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벽에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벽면 한 가득 로봇과 우주선이 가득한, 치열한 우주전쟁의 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그제서야 난 아차 싶었다. 그 집은 부모님이 처음으로 장만한 새 아파트였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퇴근한 이후 그 가관을 본다면...나는 엄청 나게 혼날 각오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작품(?)을 보고 놀란 부모님은 방을 나가 두 분이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다시 돌아온 두 분은 나에게 혼을 내기는커녕 칭찬을 해주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부모님께 큰 감사를 한다. 아마 그때 크게 혼이 났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가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었다.

그 뒤로 나는 하루 종일 로봇 만화를 흉내 낸 설계도나, 우주 괴물을 그리는 것에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 2학년 때 사귄 친구들의 영향으로, 당시 공중파 방영이 금지되었던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과 ‘헤비메탈(Heavy Metal)’ 음악에 빠졌다. 그전까지는 우등생이었지만 더 이상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 정도로 일본 로봇애니메이션과 헤비메탈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건담, 마크로스, 아키라, 라퓨타 등 일본 애니메이션 황금기 때 태어난 명작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절로 뛴다. 그리고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데프 레퍼드(Def Leppard)’, ‘메탈리카(Metallica)’ 등 록의 전성기때 쏟아진 명반들이란..그렇게 그들과 나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왔다. 

   
[사진: 데뷔 당시의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출처 Geffen Record)]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였기 때문일까. 그들이 주는 끝도 없는 ‘마법’에 빠져, 그것들을 흉내낸 만화를 그려내고, 나만의 자작곡들을 부르며 록 스타가 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릴 적 유복한 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일찍부터 컴퓨터를 장만해줬다. ‘애플 II e’ 기종이었다. ‘벽돌깨기' 같은 간단한 게임을 만들 정도의 프로그래밍 실력도 쌓았지만, 당시 우리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나는 거의 ‘록스타’급의 대접을 받았다.

많은 고전 게임들과 가득히 쌓인 만화책,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들 그리고 커다란 오디오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록 음악들. 나는 그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자라온,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나의 답은 명확해졌다. 나의 그런 유년시절을 음악으로 표현해보자!
‘유년기적 상상의 요란한 완성’. 앨범의 주제도 정해졌다.

어릴 적 남다르게 경험했던 ‘고전 게임'에 대한 추억과, 애니메이션, 초창기 전자음악, SF(공상과학) 영화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현대적인 소리’들로 재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 결코 쉽지 않았다.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고민을 계속하며 작업을 쉽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사진: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출처: 워너 브라더즈)]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결정적인 용기를 주었다.

꼬마시절부터 그의 영화를 보며 자란, 나 같은 관객들을 위해 오마주(hommage, 특정 작품의 장면 등을 차용하여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한 수많은 1980년대의 ‘서브컬처(Subculture)들, 그리고 나이를 초월한 그의 ‘소년적 감성’이 나에게 무한자극을 주었다. 그것들이 이번 앨범을 만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앨범 제작 초기엔, ‘고전 게임 음악과 80년대 록 음악의 에너지’가 살아있는 ‘하드스타일 (Hardstyle: 빠르고 하드한 비트로 이루어진 EDM의 장르)의 연주곡으로 4곡을 채울 생각이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문득, 그렇게 하면 ‘나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지언정, 대중들과 소통할 틈새가 없는, 독불장군 같은 앨범이 될 것 같은 우려가 생겼다.

그 와중에 운 좋게도 이번 앨범의 커버 아트를 작업해준 아트 디렉터 ‘류기백 A.K.A. RGB’’를 만났다.

필자는 이번 앨범의 컨셉을 설명해주며 ‘우주, 고전게임, SF영화’가 키워드인 커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너무도 흡족한 결과물이 나와 만족하던 중, 또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아트 디렉터 ‘RGB’가 자기와 친한 가수들을 필자에게 소개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 ‘프로듀스 101’ 출신 ‘EB’(본명 최은빈)라는 힙합 가수의 음색과 송라이팅 능력에 끌렸다. 새로운 영감을 받은 나는, 레이싱 게임처럼 ‘빠르고, 밝고, 신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곡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진: 힙합 아티스트 EB, 출처 EB 페이스북]

가수 ‘EB’에게 완성된 트랙을 들려주고 콜라보 작업을 제안했다. ‘힙합 아티스트 EB’에게 ‘EDM’은 처음이었지만 3일 만에 가사와 멜로디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앨범의 타이틀곡 ‘메즈머라이저(Mesmerizer, 최면술사)’였다.

최면술사처럼 깊은 매력을 지닌 사랑에 대한 내용으로, 유럽과 일본에서 유행하는 ‘해피 하드코어(Happy Hardcore: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인 EDM의 장르)’ 트랙이다.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생겼다. 허나 아무리 곡들을 추려보아도 ‘앨범’의 일관성을 가진 곡은 3곡이 전부였다. 앨범의 ‘인트로(Intro, 음악의 도입부인 '전주' 또는 앨범의 머리곡)’ 역할을 하는 첫번째 트랙이 없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다시 보았다. VR(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그 영화에서 ‘제이드 키(Jade Key)’라는 아이템이 등장한다. 필자의 예명이기도 한 ‘제이드 키 (비취색 열쇠)’를 소재로 한 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1980년대 헤비메탈 풍의 베이스 연주까지 같이 떠올랐다. 거기에 90년대 ‘드럼 앤 베이스 (Drum N’ Bass)’ 장르의 리듬과 ‘프렌치 하드코어(French Hardcore Techno)’를 뒤섞은 새로운 곡이 탄생했다. 게임플레이가 연상되는 가사까지 썼다.

그 곡이 앨범의 시작을 여는 ‘제이드 키(The Jade Key)’라는 트랙이다. 뭔가 미니앨범의 구색을 갖추게 되었고 ‘게임 개발자 출신 작곡가’다운 연관성도 생기게 되었다.

이제 4곡을 담은 필자 ‘JADE KEY’의 미니 앨범이 완성되어, 8월 16일 발매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예전 게임개발자 시절, 오픈 베타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며 가슴을 설레던 때가 떠오른다. 지금 나는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대를 통과 중이다.

솔로 앨범 ‘최면술사’는 분명 ‘대중가요’적인 앨범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나는 자부한다. ‘제이드 키(JADE KEY), 류기덕’이라는 인격체가 음악으로 표현된 것에 대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필자 ‘제이드 키, 류기덕’ 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은, 어찌보면 이제 걸음마를 뗐다. 그 여정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행복하다. 2018년 8월 나는 여전히 유년 시절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류기덕 작곡가 PD jadekeymusic@gmail.com

   
 

류기덕 PD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1집에 참여했다.

이후 게임사 소프트맥스, 이오리스게임즈를 거쳐 위메이드에 입사해, 중국에서 20년 이상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그래픽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게임 PD로 17년 위메이드에서 맹활약하다 2017년 돌연 음악 PD이자 작곡가로 데뷔해 음악계로 돌아왔다. 현재 제이드 키 뮤직(Jade Key Music) 대표/음악 프로듀서, CJ E&M 음악 퍼블리싱 소속 작곡가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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