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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섭의 책나무숲] 잔치 끝난 '책의 해'와 남은 과제동화작가 정하섭 칼럼 [책나무숲3] 한국인 100명 중 40명 독서 외면 현실 직시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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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7  10: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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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전를 관람하고 있는 독자들. 사진=정하섭]

대한민국에서 2018년은 책의 해였다. 그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정부가 선포한 책의 해였다. 정부가 나섰으니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수많은 행사가 열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이나 대한민국독서대전 같은 국가적인 연례행사 외에도 다양한 토론회와 이벤트가 벌어졌으며 각 지역의 시군구 단위에서 책과 관련한 행사들이 이어졌다.

정부는 출판 산업과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명분으로 면을 세울 수 있고 관계자들은 예산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고 시민들은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트집 잡을 일이 아니다. 책 읽는 사회가 책을 읽지 않는 사회보다 낫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출판사 수는 가파르게 늘어났다(2013년 5740곳, 2017년 7775곳). 그에 비례하듯 출간 종수도 급격히 증가했다(2013년 6만여 종, 2017년 8만여 종). 과잉 생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독립출판물도 활발히 유통되고, 곳곳의 작은 책방들이 개성 있는 큐레이션과 기획으로 독자들을 손짓한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작가 강연을 비롯해 각종 문화강좌가 연중 이어지고,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하고 있다. 독서 소모임이 활성화되고, 작가와 출판사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해외에서의 수상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언뜻 한국의 출판이 중흥기를 맞이했는가 싶을 정도다. 한국의 책 문화가 이처럼 풍성하니, 도처의 책잔치를 흥겹게 즐기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 법하다.

그런데 많은 출판 관계자들은 주먹만 한 알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볼이 부어 있다. 출판에 희망이 있는지 불안해한다. 출판사 수와 출간 종수의 증가는 출판 역량의 폭발이라기보다는 고용 불안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된 측면이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도서 판매량과 독서 인구의 감소 추세다.

독서 인구나 독서량이 주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서구나 일본에 견주어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40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신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으니 잠재 독자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판사 수는 늘어나고 책도 많아지는데 독자와 도서 판매량이 줄어들면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는가. 저작권 수출이나 타 매체와의 결합 등으로 위기를 타개해 보려는 노력도 하지만 국내 출판시장이라는 기반이 흔들리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포스터. 사진=정하섭]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문맹률을 자랑한다. 그러니 비독서인구에 드는 사람들이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읽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책을 왜 읽지 않는지,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왜 읽지 않는가, 라는 질문은 책을 왜 읽는가, 라는 질문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은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소리 없이 되묻는다. 책을 읽을 필요가 없거나 안 읽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왜 읽어야 하느냐고!

이런 질문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독서가 얼마나 좋은 일인지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폼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럴 때 흔히 열거하는 ‘좋은 말’도 대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책을 안 읽어서 불편을 느끼거나 불이익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는 명확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에 엄청나게 책을 읽었던 아이들이 청소년기부터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성향이 변해서가 아니다. 일생일대의 시험인 대학입시 때문이다. 대학입시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 독서는 공공연히 금지되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한편에선 독서를 장려하고 한편에선 독서를 금지하는 이중성이 우리 사회의 표정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책을 전혀 읽지 않거나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책을 읽을 필요가 분명하고, 책을 읽지 않으면 사는 데 지장이 있게 된다면 누군들 책을 읽지 않을까. 예컨대 수학능력시험이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 중심으로 출제된다면 학생들은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읽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는 개인적인 행위이면서 문화다. 책과 독서는 문화의 기반이며 지층과 같다. 독서를 통한 더 나은 삶과 사회의 추구는 일회성 이벤트나 캠페인으로 이룰 수 없다. 출판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욕망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아가야 할 사회의 구조와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8년 책의 해, 책 잔치가 끝났다. 무겁고 어려운 숙제는 여전하다. 그야말로 집단지성이 필요한 이 문제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까?

글쓴이=정하섭 동화작가 woojunamup@naver.com

   
 

정하섭 프로필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어린이책 작가
도서출판 우주나무 대표
세 아이의 아빠.

40여 종의 어린이책 출간
세 편의 작품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고,
다수의 책이 해외에서 번역 출간됨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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