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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문화칼럼] 4.3 70주년과 예술계의 남은 과제4.3의 영속성, 공간 확보-글로벌 예술 연대 통한 ‘예술적 재해석’ 이어야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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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31  21: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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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네트워크 성북전 너븐숭이 유령 뱃지 증정 이벤트]

제주 4.3 70주년이었던 무술년 ‘4.3 예술의 관심사’는 ‘확장’이었다. 특히 해외 교류적 측면에서 ‘국가 폭력 혹은 학살’이라는 아젠다가 활용되었다. 공간적 측면에서 일본 오키나와, 대만, 중국 난징 같은 지역과의 교류가 이어졌다.

‘제25회 4.3미술제’를 통해 탐라미술인협회는 과거 재일 제주인, 오키나와를 넘어 시리아, 팔레스타인까지 교류의 폭을 넓혔다. 주제도 자연스럽게 난민, 자본, 여성, 이주, 노동 등으로 넓어졌다. 이는 모두 시대의 현재 진행형으로 향후 제주 4.3의 미래 플랫폼 규정에 주된 요소로 작용한다.

또 국내 행사는 4.3 추모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민예총 주도로 전국 20곳에서 열렸다. 제주도립미술관 역시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서울 소재 예술 공간 6곳에서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진행했다. 나아가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통해 제주(4.3사건), 광주(5.18민주화운동), 베트남(베트남전쟁), 오키나와(태평양전쟁), 대만(2.28사건), 중국(난징대학살·하얼빈 731부대) 등이 다뤄지며 제주 4.3의 국제화, 전국화를 이루는 연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해당 지역의 예술인들이 경험한 ‘고난의 세월’을 지속적으로 작업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2~3년 안에 주목하는 아시아 예술인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는 지역적 기대도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고길천 작가 '바라보다'전]

하지만 ‘깨어있는 작가적 관점’이 현대 예술에서 또 시대의 흐름을 의식하고, 자신과 연결된 주변의 환경을 관찰하는 작업이 화단에서 작품의 반열로 연결되는 일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현대 미술적 환경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작가들의 개별 장르적 문제다. 집단적 동원보다는 개인 작가의 설치, 조각, 회화, 퍼포먼스, 협업 등 유용한 도구들의 활용이 필요해 보인다. 고길천 작가의 제주현대미술관 전시 ‘바라본다’전이 좋은 예이다.

두 번째는 공간적 침투에 관한 문제다. 전시로 그칠 게 아니라 작가가 현장에 직접 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01년 코르시카 섬으로 들어가 며칠간 아프가니스탄의 부르카 복장을 한 여인처럼 의상의 양눈에 뚫어진 작은 구멍에 의존해 거리를 활보하며 생활한 이슬기 작가의 퍼포먼스가 좋은 예다. 

   
[70주년 프로젝트 대안공간 루프 전시 김영훈 작가 작품]

둘 다 현대 미술적 측면에서 ‘고뇌와 예술’의 이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길천 작가의 미래는 물론 이슬기 작가의 지난 사례는 작가의 초기 작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횟수의 무한 축적만큼이나 중요한 게 ‘미술사적 평가’다. 

“작가 특유의 예술적 터치는 무거운 정치적 이슈에 잔잔한 꽃무늬 패턴으로, 머리부터 전신을 덮은 모습은 연약한 시골 처녀의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에게 자유’를 위한 조용한 저항이었다”라는 김승덕 선생의 표현에 주목해 보자. 항상 깨어있는 작가의 힘은 시대의 흐름을 의식하고 작가와 연결된 주변의 환경을 관찰해 작업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작가로 평가된다는 것, 제주 4.3의 예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가치로 부상될 것이다. 제주 작가들도 여기에 주목해 보자.

‘파업’이란 글씨를 수놓은 플래카드, 석고 덩어리가 담겨져 들 수 없는, 기능을 상실한 색색의 비닐봉지, 뒤집어진 우산 손잡이에서 흐르는 눈물, 작가의 손을 거치며 비상식적으로 변한 일상 오브제들은 그의 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어쩌면 한국 노동의 현장을 은유하는 이미지들로 산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70주년 프로젝트 대안공간 루프 전시 김영화 작가 작품]

세 번째는 제주 4.3 공간의 독립적 확보에 관한 문제이다. 대안공간파리(Paris Project Room) 같은 예를 말한다. 대안공간파리는 유명 건축가 시몽 드부뱅이 함께 했다. 좋은 경우다.

우리도 그런 공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부는 다소 협소하더라도 인파로 붐비는 그런 공간, 섬이니까. 또 제주 4.3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작업하는 동료들의 아지트인 동시에 갓 졸업한 지역 작가들의 전시 기회가 되어 주는 곳, 짝지어 소개하는 기획이 생산되는 곳, 섬과 대륙의 협업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장소로 활용되면 좋겠다.

그 경험을 통해 제주 4.3이 이벤트성 행사, 이방적, 방관적 존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제주 4.3, 즉 세계 인권, 자유, 난민, 자본, 여성, 이주, 노동 등의 촉매제이자 현재진행형의 모습으로 운영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적 측면에서의 고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슬기 작가는 작업에서 한국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도깨비 방망이를 소리 나는 파피에 마쉐(Papier-Mache) 조각으로 만들어 표현했다. 접시 위의 담긴 세례자 요한 머리를 연상시키듯 얼굴 없이 가발로 뒤덮인 머리를 담은 흰 접시가 바닥 위에 설치되어 서서히 돌아가며 그 기괴한 머리카락 줄기를 타고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는 작업을 선보였다고 하는데 차용 요소적 측면에서 참조할 만하다.

이번 갤러리현대 개인전 ‘다마스스 DAMASESE’에서도 장인의 누비이불을 캔버스처럼 사용해 한국의 속담에 담긴 해학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풀어나갔다 한다. ‘새 발의 피’, ‘금강산도 식후경’, ‘빛 좋은 개살구’ 등 정감 있는 속담과 밝은 색상의 한국의 오방색은 미니멀한 현대 추상미술과 조화를 이뤘다고 한다.

상식이 외면당하는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회, 디지털 시대에 자리를 잃어가는 장인들의 작업을 차용해 수공업의 귀중함을 은유하듯 제주 4.3의 은유를 위해서는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작가의 혜안만큼, 일상의 해학적 여유만큼 힘이 되는 존재, 예술 아니면 무엇이 있을까

흔한 일상의 오브제가 시각적으로 활용되어 닫힌 생각의 틀을 열어주고 작가만의 진지하면서 묘한 유머는 관객들을 통해 제주 4.3을 다시금 계속 들여다보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단순하지만 본질에 쉽게 접근하는 작품의 도상을 통해 제주 4.3의 냉엄한 팩트를 무저항의 예술로 전달한다면 커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남도 전시개막]

종군위안부 여성 피해 역시 일본, 미국과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싸움이다. 일견 미국과의 문제해결이 방점인 제주 4.3 역시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활보 가능한 제주 4.3의 교두보 확보를 통해 미국과 접촉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4.3 학살 장소에서 영령을 위문하는 해원 상생굿이 4.3평화공원과 광화문 광장을 넘어 트라팔가 광장에서 뉴욕 메디슨 스퀘어 광장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연대해 보자.

4.3을 기억하는 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하고 금기였던 시절 또 그런 시대에 4.3의 괴로움을 작품으로 차용해 기억을 기록하던 작가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예술가들의 노력을 계승하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가군들을 양성해 보자.

   
[잠들지 않는 남도 전시 팸플릿]

제주 4.3의 완성(?)은 특정 집단, 몇몇 작가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70주년 활동을 통해 확인했지만 행정도 힘을 보태고 분야와 지역을 넘어선 연대가 가능해져 세밀한 탐구, 문제 해결책이 실제화 되는 단계가 필요하다.

2018년 마지막 날이다. ‘제주 4,3 70주년’를 보내면서 예술계의 남은 과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참여 작가들의 당당한 작품을 통해 세계의 전시장을 활보하고 또 이를 통해 제주 4.3의 정명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남았다. 그것이 진정한 4.3의 예술적인 완성이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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