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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동물법 칼럼3] ‘비무장지대 동물’ 남북합동조사 기대한다권태준 변호사, 국방부-유엔사 공조로 지뢰위험 무인촬영장치로 해결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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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2  13: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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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출입사무소 출경장(공항의 출국장과 유사한 역할). 사진=권태준]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저는 난생 처음,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군사분계선을 넘는 버스에 앉아 있었습니다. 차창 밖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죠. 그 한 가운데에, 어느 제약회사 로고처럼 생긴 큰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죠.

저는 그 이후로도 개성공업지구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남북을 연결하는 그 왕복 4차선 도로를 숱하게 드나들었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를 인용해 비유하자면 “나를 키운 8할은 아스팔트”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탓에 야생동물이니 뭐니 하는 것을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개성공업지구 주재원으로 일하는 기간 동안, 남북연결도로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통과할 때에 수시로 이름 모를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무지 탓에 그 동물들의 구체적인 종류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연못가를 헤엄치는 새’나 ‘사슴같이 생긴 뿔 없는 갈색 동물’은 정말 자주 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해질녘 황금빛 석양 아래, 큰 꿩 한 마리와 새끼 꿩 너댓 마리가 일렬로 줄지어 인적 드문 아스팔트 도로 위를 횡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불상사는 없었으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올해 2월 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가운데, 저도 다른 많은 분들과 같이 대북제재 해제의 시기와 정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전망해 보자면, 대북제재 해제는 남북간 경제협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 중 일부 구간 개발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저는 이번 기회에 비무장지대 야생동물 서식 현황에 관한 남북 합동 현지조사가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는 야생생물의 서식실태 등을 파악하여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환경부는 2005년 8월 비무장지대 일원 생태계보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비무장지대 진입 전 남북출입사무소의 소나무. 사진=권태준]

여기에는 국방부와 유엔사의 협조를 받아 비무장지대 남측지역 생태계에 관하여 주기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러한 조사는 비교적 꾸준히 이루어져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동안 비무장지대 내 남북측 구간을 포괄하는 현지 조사는 이루어진 바 없습니다.

물론 비무장지대 현지조사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줄로 압니다. 우선 제도적으로,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 2킬로미터씩 떨어진 구간을 말합니다.

이 지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유엔사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비무장지대에는 무수한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조사의 경우 비무장지대라는 제도적 문제와 지뢰매설이라는 물리적 문제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인기척에 민감한 동물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비무장지대 내라 하더라도 지금의 국제적인 평화 협력 분위기를 고려하면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뢰매설 위험구간과 인기척에 민감한 야생동물들에 대한 관찰에 최신 과학기술, 가령 무인촬영장치 등을 도입한다면 물리적인 문제도 이러한 문제들도 쉽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명절에 즈음하여, 이산가족도 못 만나는데 비무장지대 야생동물 걱정이냐 타박하신다면 그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야생동물을 핑계로라도 남북이 더 많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누가 아나요, 우리가 국제사회에 근사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글쓴이=권태준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taejkwon@hotmail.com

   
 

권태준 변호사는?

학부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후 약 5년 동안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공존에서 변호사로서 일하고 있다. 동물과 통일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 덕분에 동물법학회 부회장과 사단법인 통일법정책연구회 대내부회장, 통일과 북한법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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