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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오피지지 “e스포츠 데이터, 아는만큼 보인다”e스포츠에 데이터 분석 도입한 오피지지 인터뷰
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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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7  0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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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원 감독, 경규승 분석가(왼쪽부터)]

스포츠에서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프로야구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선수의 나이, 사생활, 부상 유무를 배제하고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성비’ 높은 팀을 구성했다. 그 결과 최하위 팀으로 평가받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에서 20연승을 달성하고 다섯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유례 없는 성공신화를 거뒀다. 이후 데이터 분석은 축구, 럭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어떨까.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현재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들 역시 기록의 스포츠라고 해도 무방하다. 5대5로 팀을 이뤄 싸우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선수가 선택한 챔피언간 우위 및 승률 등의 기록으로 승부의 우열을 점친다. 이미 중국에서는 e스포츠 선수들의 전략전술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가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다. 최근 중국 e스포츠가 한국을 제치고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e스포츠에도 데이터 분석을 적극 적용하는 곳이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클래시로얄’, ‘포트나이트’의 전적 및 통계를 제공하는 데이터서비스 사이트인 오피지지(OP.GG)다. 2019년 2월 기준 오피지지에서 활동중인 데이터 분석가는 총 4명. 오피지지는 본업 외에도 e스포츠 구단 ‘오피지지 게이밍’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의 전략전술에도 자사의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오피지지는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팀 창단을 준비중이다.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이들을 지원할 데이터 분석가를 일찌감치 배정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효과를 봤던 머니볼(Moneyball) 이론을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팀 창단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오피지지의 경규승 데이터 분석가와 최명원 ‘리그오브레전드’ 팀 감독을 만나봤다.

■ 경규승 분석가 “페이커의 눈물이 마음 움직였다”

   
 

경규승 분석가는 오피지지에 오기 전 금융업(핀테크)에서 근무했다. 금융 데이터 분석가였던 그는 게임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리그오브레전드’를 좋아했다. 취미삼아 밴픽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깃허브(GitHub)에 올리기도 했을 정도다.

그가 덕업일치(관심사를 직업으로 삼는 것)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중국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을 봤을 때였다. 당시 삼성 갤럭시가 SK텔레콤을 상대로 3대0의 승리를 거뒀는데, 아쉽게 패배한 SK텔레콤의 페이커(이상혁)가 고개를 파묻고 오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페이커의 눈물은 평소 SK텔레콤의 팬이었던 경 분석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안될 때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는 “무언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내 직업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숫자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선수들의 피지컬을 올려줄 수는 없지만 전술을 보는 시야를 넓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오피지지가 데이터 분석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게임을 좋아하던 경 분석가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갔다. 이전에 만들었던 밴픽 시뮬레이션이 포트폴리오가 됐다. 그는 “몇 장 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달랑 들고가서 대표님을 뵀는데, 흔쾌히 오라고 하시더라”며 “그래서 오피지지에 입사해 리그오브레전드 서비스와 e스포츠 팀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때가 2018년 7월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데이터와 프로게이머에게 필요한 데이터는 미묘하게 다르다. 일반 사용자들은 얕은 정보를 원한다. 이를테면 요새 메타(플레이 현황)에서는 어떤 챔피언이 OP(오버파워)일지가 그들의 주요 관심사다. 그러나 프로게이머 수준의 고수가 되면 그 정도는 이미 기본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미세하고 복합적인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CS(크립 스코어, 막타를 쳐서 잡은 미니언의 수)에 대해서도 일반 사용자와 고수들의 해석이 다르다. 일반 사용자들은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이 CS가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의 하위 티어에서는 라인전의 승리 유무와 CS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라인에서 열세를 띠는 쪽은 타워가 있는 쪽으로 후퇴하게 되고, 이는 타워에게 미니언의 막타를 내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상위 티어로 갈수록 CS 숫자로는 라인전의 전황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라인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CS를 잘 챙겨가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 분석가는 “CS만으로 라인전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선수들 실력이라면 타워허깅(방어타워를 끼고 수비)하면서도 CS를 다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표는 전문가인 감독과 코치가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가들은 감독의 요구에 맞는 데이터를 뽑는다. 경 분석가는 “선수를 공채로 뽑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감독님과 코치님이야말로 전문가다. 현업의 감을 무시하면 안된다. 실마리를 던져주시는데, 대부분 맞는다. 나는 감독님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옵션을 추가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 최명원 감독 “데이터 들이밀면 선수 설득 쉬워져”

   
 

오피지지 ‘리그오브레전드’ 팀 빌딩을 지휘하고 있는 최명원 감독은 e스포츠에서 수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다. MVP 블루와 삼성 갤럭시 블루가 LCK 스프링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코치로 활약했으며 2015년에는 중국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바꿔 PGI 2018에서 우승을 거둔 후 오피지지의 ‘리그오브레전드’ 감독으로 귀환했다.

최 감독은 “중국 팀에서 3년 있었는데, 롤드컵에 한번도 못가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한국 팀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때 배틀그라운드 감독을 선택했고, 대회 우승을 거두면서 이렇게 리그오브레전드 판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 감독은 데이터 분석가와 협업한 적이 없었다. 최 감독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e스포츠 팀들이 다 그랬다. 전략에 필요한 데이터는 감독과 코치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눈으로 대회 리플레이를 확인해서 얻었다. 중국에서는 전문 데이터 분석가를 기용하는 팀도 있지만, 최 감독이 있던 팀은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구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데이터를 사용하다보니 선수들도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다. 최 감독이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거야”라고 말해도 선수들은 “그렇게 안하면 어떡해요”라고 의심하고 반문했다. 결국 감독이 “한번 시도해보라”고 밀어붙이거나 선수의 순간 판단에 맡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오피지지에 합류한 이후부터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 최 감독은 “감독과 코치가 모든 경기를 일일이 다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데이터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모든 경기까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통해 얻은 통계를 보여준다면 선수들이 믿을 확률이 높다”며 “앞으로는 선수들을 설득하기 쉬울 것”이라고 웃었다.

더 나아가 최 감독은 “만일 가능하다면 선수들의 스킬 적중률이나, 어떤 상황에서 딜을 잘 넣고 못 넣는지를 데이터로 받아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에 경규승 분석가는 “요새는 딥러닝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데이터 수집보다는 데이터 생산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라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는 e스포츠 팀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경규승 분석가는 “한국이 오히려 늦은 편”이라며 “중국, 유럽, 북미에는 이미 데이터 분석가들이 많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LCK(한국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팀 중에서도 아마 데이터 분석가를 기용하고 있는 곳이 있을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지지 e스포츠 팀이 이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오피지지가 통계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 있다. 최 감독은 “다른 팀에도 분석가가 있지만, 우리가 뽑아내는 데이터가 더 많고 질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새 시즌이 시작되려면 약 두 달 남았다. 그 안에 많은 변화를 이루겠다”며 “2년 안에 1부 리그로 가는 것이 목표다. 올해 안에 가면 더 좋고”라고 다짐했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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