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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법 칼럼9] 구조동물을 보호소에 보낼 수 없는 슬픈 이유이수련 변호사, 20여년간 유기동물 구조해 온 활동가 말 못할 깊은 슬픔 동감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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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1  17: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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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사진=이수련 변호사]

쉬는 날이라 평소 오래 함께 하지 못했던 비비안(07년생 고양이), 오드리(07년생 고양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동네 극장에서 영화 ‘알라딘’을 봤다.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주제가도 반가웠지만 특히 자스민 공주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능동적이고 지도자로서 덕목을 갖춘 인물로 묘사한 변화도 좋았다. 멋진 자스민 공주가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알라딘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하는 행복한 결말에 극장문을 나서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자스민 공주가 낮은 신분과 가난이라는 두껍고 초라한 껍데기로 둘러싸인 알라딘에게서 발견한 가치에는 지혜, 용기, 정직 등이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약한 존재를 향한 ‘연민’이었다.

어렵게 구한 대추야자 한 봉지를 거리에서 마주친 배고픈 아이에게 건네는 마음,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은 램프에 갇혀 고독하게 지내야 했던 지니에게 기꺼이 마지막 남은 소원을 쓸 줄 아는 마음...그런 마음을 가진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영화를 보면 슬픈 위안을 받는다. 왜냐하면 현실 세계에서 알라딘과 같은 연민을 지닌 나의 벗들은 아직 너무 많은 슬픔을 견디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 한 해 유기되는 동물 10만 마리...보호소 보내는 것은 확정된 죽음에게 보내는 것일뿐

10여년 전 우연히 겨울밤 유기된 비비안을 구조하고 우왕좌왕하던 시절부터 길고양이와 동물들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새 시야와 관점을 제시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고양이들과 생활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기꺼이 ‘캣맘’이자 집사로 살면서 쌓아온 지혜를 나눠주었다.

내가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다정한 이들 중에서 그들은 작고 약한 존재들에 대해 가장 깊고 짙은 연민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알라딘처럼 행복해지기는커녕 날마다 길에 쏟아지는 동물들을 구조하려고 동분서주하다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다.

외면할 수 없는 죽음과 그로 인한 슬픔을 등에 진 채 본인들의 삶마저 피폐해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참담하다. 그들은 왜 간단히 구조한 동물들을 보호소에 보내고 편한 마음으로 돌아서지 못하고 개인 구조를 할 수밖에 없는가.

20여 년간 단체와 개인으로 유기동물 구조 활동을 해온 친구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만나면 보호소에 보내지 못하고 스스로 비용과 시간과 일상을 희생해서 구조한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유기된 동물들을 보호소로 보내는 것은 구조라는 이름으로 일정 기간 후 확정된 죽음이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정된 예산과 제한된 보호소의 현실 때문에 많은 유기동물보호소가 일정기간 보호 후 안락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포획과 안락사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현실을 어떻게든 개선하기 위해 그녀는 유기동물보호소 운영과 구조의 문제 파악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예산과 사업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고 한다.

유기동물 관련 예산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관련 비용이 국비가 아닌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시, 도 단위가 아닌 구, 군 단위로 집행이 되고 있어(동물보호법 제15조 제1항)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예산이 용도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전체 유기동물관련 예산을 추정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녀가 단체 활동과 조사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통해 추정해본 유기동물 관련 예산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 해 유기되는 동물 10만 마리(봄철 아기고양이 대란 때 들어오는 아기고양이들의 경우 자연사가 많아서 다섯 마리가 입소하는 경우에도 한 마리로 기록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유기동물의 수는 10만 마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 동물 1마리당 지급되는 보호비가 8만 원에서 16만 원 정도다. 각 지자체에서 결정하는 거라 지역마다 다르다. 이를 평균 10만 원 정도로 잡으면 최소 1년 유기동물 처리비용으로만 대략 100억 원이다. 이는 길고양이 중성화 예산을 제외한 것으로 순수한 보호 살처분 비용만 포함한 것이 사용되고 있다.

   
[10여년 겨울밤 유기된 상태에서 구조한 비비안. 사진=이수련 변호사]

■ “예산이 제대로 쓰여 동물들의 죽음을 줄여야 한다”

그녀는 한정된 예산과 현실적 제약 때문에 유기동물들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체념하기 전에 예산이 제대로 쓰여 동물들의 죽음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현행법상 유기동물보호소 계약은 동물보호단체만 입찰 가능하다(동물보호법 제15조 제5항 제4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5조(동물보호센터의 지정 등)).이에 대해 지자체 등은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동물보호법 제15조 제6항) 동물의 보호와 구조보다 영리가 목적인 업체가 유령단체의 이름으로 입찰 계약을 해도 이를 가려내어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 업체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가는지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길이 없다.

가격 경쟁 방식인 입찰을 통해 영리 목적 업체가 보호소 운영을 하는 경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호 동물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지고 많은 안락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유기동물 처리 규칙 상처 입거나 질병이 있는 개체는 보호시설에서 기본적인 치료를 하도록 명시돼 있고 갖춰야 할 약품 목록과 지정 수의사도 있어야 하지만 현장 점검을 나가보면 진열용 약품뿐이고 수의사는 개원의로 보호소 내 동물 치료에는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지정 수의사가 치료를 하는 곳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이에 대한 감독 또한 의무규정이 아닌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라 실질적으로 점검과 감독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 앞에서 관련 규정들은 알맹이 없이 앙상하게 껍질만 남았다.

그녀는 “유기동물보호소 운영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소 운영의 직영화와 실질적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물보호법(제15조 제1항)에서는 직영으로 보호소 등을 설치,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민간위탁에 맡기는 대신 직영으로 이를 운영할 경우 업체의 이익으로 가던 부분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운영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 감독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유기동물의 구조와 보호는 일시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민간에게 매년 입찰을 해서 맡기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이나 일관성, 경제성 면에서 직영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여느 위탁 사업이 가지는 부작용보다 더 클 수 있다.

지정 수의사 제도도 공수의제도를 도입하여 직접 고용하고 감독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실질적으로 보호동물들을 치료하고 그에 대해 관리 감독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방식의 전환과 함께 감독 관련 법규정을 ‘할 수 있다’ 형식이 아닌 ‘해야 한다’는 형식으로 개정해서 보호소 운영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법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공청회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동물에 관한 현행법이 대상과 목적에 따라 흩어져 있고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파악하려고 하면 복잡하고 찾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책상 정리나 하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처럼 새로운 제도와 대안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새 제도와 대책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들은 죽어가고 있다. 그 죽음을 외면할 수 없는 개인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마지막 여력까지 쥐어짜서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한다. 매일 소셜네트워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양과 구조 임시 보호해줄 이들을 찾는 글을 올리며 동분서주한다.

■ 현실 속 자스민 공주-지니가 되어 함께 해피엔딩을 만들자

활동가 친구는 “죽어가는 유기동물들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에 마음이 단단해져서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면서도 내가 만난 어느 관계자보다 냉철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고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현행 제도 내에서 보호소 운영의 가능한 선택지 중 선택을 할 때 그 기준은 행정 편의나 영리 단체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동물의 생명 보호이어야 한다. 적어도 생명을 구조하는 제도를 운용하면서 관리 감독청이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제도의 여백을 찾아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규정을 위반한 수탁자들에 대해 개인 활동가들이 그 위반을 문제 삼고 대책을 세울 것을 행정 기관에 호소해도 현실적 타격 없는 경고 한두 번 주고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우리는 너무 오래 자주 봐왔다. 그러한 책임의 방기는 지금까지 동물들의 생명과 개인 구조자들의 삶을 대가로 요구해 왔다.

건강하고 좋은 사회와 공동체를 규정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확신하는 기준 중 적어도 한 가지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구성원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절실하지만 작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답을 함께 찾을 때 우리는 그 다정한 사람들의 자스민 공주가 되고 지니가 되어 함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이수련 변호사 sooryonlee@gmail.com

   
 

이수련 변호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동물에 대한 법과 제도에 눈을 뜨게 해 준 두 고양이 비비안, 오드리와 함께 살고 있다.

노동법과 동물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는 두 마리로 비비안(07년 생)과 오드리(07년 생)이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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