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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법 칼럼11] ‘반려동물’ 죽음이 폐기물? ‘공공장묘’로 풀자차민우 변호사, 동물장묘업체 양성화 시급...‘오수’ 공설 동물장묘시설 주목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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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0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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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살린 충견 오수견 동상. 사진=임실군 제공]

‘자신이 키우던 개를 너무나 사랑한 주인은, 외출할 때마다 개를 데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은 술에 만취하였고, 집으로 가는 풀밭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근처에서 불이 났고, 불길은 잠든 주인에게 번져왔다. 개는 주인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바로 옆 개천으로 달려간 개는 온몸에 물을 묻혀 불 위를 뒹굴었다. 덕분에 주인은 화마를 피했지만, 개는 지쳐 죽고 말았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감동스럽고 슬픈 이야기는 통일 신라시대 ‘오수의 개’(오수견) 설화입니다. 이야기는 개의 충심에 감탄한 주인이 개를 묻어주고 그 무덤에 지팡이를 꽂으니, 지팡이가 나무로 자랐다고 하며 마무리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같은 일이 생긴다면? 주인처럼 개를 땅에 묻어도 될까요. 아쉽게도 안 됩니다. 동물 사체를 땅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 상 폐기물이어서 임의 매립이 금지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큰 괴리가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 중 절반은 여전히 사체를 직접 땅에 묻고 있습니다.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인식 조사(한국펫사료협회)]

■ 현행법상 동물 사체 ‘매립’도 ‘무단 투기’도 ‘임의 소각’도 불법

2019년 한국 법에서는 동물 사체 처리는 임의 매립도, 무단 투기도, 임의 소각도 불법입니다. 합법적인 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방법’과 ‘동물장묘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입니다. 참고로 동물병원에서는 의료폐기물로 배출하여 처리합니다.

사실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방법이 싸고 편리하죠. 하지만 심리적 거부감이 듭니다. 이 때문에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수가 무등록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무등록 업체인지 모르고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저렴한 ‘비용’과 ‘접근성’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무등록 업체도 있다고 하니 모르고 이용할 만도 합니다.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현재 37곳뿐입니다.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등록된 동물장묘업체가 한 곳도 없습니다.

동물 장례비용은 평균 20만~30만 원 선입니다. 1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비싸죠. 반면, 무등록 업체는 우후죽순처럼 난립하여 접근성이 좋습니다. 비용도 저렴한 경우가 많고요.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인식 조사(한국펫사료협회)]

■ 동물장묘업체 37곳뿐,,,무등록 업체 난립 사회적 문제 원인 파악 중요

그렇다고 해도 무등록 업체를 마냥 관망할 수는 없습니다. 무등록 업체들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무등록 업체는 동물장묘업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정기검사를 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환경오염 방지 시설 등 법이 정한 기준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심지어 일부 무등록 업체는 돈만 받고 다른 동물 유골을 주거나, 합동 화장을 하여 보호자를 두 번 울리기도 합니다.

최근 이런 피해가 이슈화되자 당국도 무등록업체를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등록 업체가 많아지는 원인은 살펴보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무등록 업체가 생기는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중의 담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무등록 업소를 점검하고 고발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캡처]

먼저 무등록 업체가 많아지는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세금 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등록하고 싶어도 진입장벽이 높아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물장묘업은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듭니다. 동물장묘업은 동물 전용 ‘장례식장, 화장장, 건조장, 봉안시설’ 중 하나 이상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영업인데, 시설 설치비용이 상당합니다. 동물보호법, 건축법 등에서 정한 등록요건도 까다롭습니다. 최근에는 거리 기준까지 신설되어 더 까다로워졌죠.

가장 큰 난관은 ‘민원’입니다. 행정사건을 수임해보면, 많은 행정사건에서 ‘민원’이 거부처분의 주된 이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장묘업도 마찬가지죠. 동물장묘시설을 설치하려는 시도들 중 많은 경우가 주민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하고, 실제 무산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민원을 단순히 님비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주민들은 분진이나 냄새가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수도원이 오염된다거나 교통량 증가로 교통사고 발생이 증가한다고도 하죠. 주민들의 민원도 일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등록이 거부되면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지만, 처분을 뒤집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소송은 언제나 그렇듯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죠. 이와 같이 등록은 어려운데, 동물장묘에 대한 수요는 많으니 무등록 업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동물장묘업체 양성화 시급...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 제안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구조를 극복하고 동물장묘업체를 양성화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령’부터 정립해야 합니다.

동물보호법은 주민 의견 청취를 요구하지 않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주민 의견 청취를 요구합니다. 조례의 위법성 여부를 떠나 법령의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행정청’은 민원을 이유로만 거부 처분해선 안 됩니다. 법원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보호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춘 이상 동물장묘업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기 때문이죠. 민원만을 이유로 한 거부처분은 위법할 여지가 있습니다.

‘신청권자’는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법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실제 공사나 영업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주민’들도 이유 없이 반대해선 안 되겠죠. 무등록 업체가 많아지면 오히려 반대론자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더 커집니다. 합법 업체는 엄격한 기준을 따르는데 반해, 무등록 업체들은 아예 법망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 임실군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망도. 사진= 임실군 제공]

여기에 필자는 또 다른 해결 방안으로 ‘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제안합니다. 공설 동물장묘시설은 그 자체로도 장점이 많지만, 동물장묘시설 자체가 많아지면, 무등록 업체는 자연스레 설 곳을 잃으리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공설 동물장묘시설’은 무허가매립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려는 취지로 2018. 12. 24. 동물보호법에 신설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동물장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국가는 시설 설치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기반시설을 이용한다면 접근성도 높일 수 있고,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도 있습니다. 즉, ‘비용’과 ‘접근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죠. 공설 동물장묘시설은 사설 업체보다 감시-감독도 쉽습니다.

게다가 동물장묘업은 장래 사업성도 있습니다. 장묘 외 동물놀이터, 캠핑장, 산책정원 등 기능만 보완하면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민들도 장묘시설을 기피시설로 보지 않게 되겠죠.

최근 전라북도 임실군은 ‘공공 동물장묘시설 설치사업’을 유치하였는데요. 오수견을 기리는 ‘오수의견(義犬)공원’에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함께 만들어 즐거움과 감동을 더했습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도 새로운 프레임으로 동물장묘에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신라시대 설화로 칼럼을 시작했으니, 최근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친구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삿짐을 풀고 기분 좋게 마당을 걷고 있는데, 담벼락 화단 구석에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둥글게 쌓여 있는 흙 모양이 마치 작은 무덤처럼 보였답니다.

그래서 그 전에 살던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그게 뭐냐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 무덤이다. 아파트로 이사 가서 가져갈 수 없다. 알아서 처리해도 된다고 했답니다. 놔두자니 찜찜하고, 직접 치우자니 꺼림칙해서 출장 동물장묘업체를 불러 해결했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반려동물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그리고 친구도 무등록 업체를 이용했다고 하네요.

글쓴이=차민우 변호사(법무법인 동남), mwcha3565@gmail.com

   
 

차민우 변호사 프로필

대한변호사협회 행정법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세무변호사회 이사
동물법학회 이사ㆍ수석위원

창원고등학교,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前) 대구지방법원 재판연구원(민사부, 의료전담)
前) 대구고등법원 재판연구원(행정ㆍ형사부)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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