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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시드마이어, ‘문명’ 성공 뒤로 하고 떠나다합쳐진 마이크로프로즈, 좁혀지지 않는 두 경영자의 견해 '높은 벽' 팽팽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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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6  01: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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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ization 2. 이미지 – 유튜브(/watch?v=GE3t_WuoSwE)]

시드마이어의 문명은 단지 하나의 게임으로 그치지 않고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문명’이라는 게임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시킬 정도로 대단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정작 개발자였던 시드마이어의 행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시드마이어가 몸 담고 있던 마이크로프로즈라는 회사는 문명과 같이 역사를 소재로 하는 거시적인 관점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원하지 않았다.

마이크로프로즈의 경영진들은 도대체 게임의 진행자로서 경영의 주체와 각 해당 분야의 담당 실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고, 숫자들만 나열되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미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정확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군사 전문 시뮬레이션으로 그 중에서도 특정 객체를 모델링하여 전투기나 탱크, 잠수함 등 항공역학이나 기체이론과 운용방법론에 따른 계기 작동의 사실성 등에 집중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하염없이 밑으로 내려가고 내려와 결국 좁은 공간(조종석)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사실감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마이크로프로즈가 지향하고자 하는 게임의 핵심 이론이었다.

물론 각자의 방식은 각각의 개별로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고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문제는 회사의 경영진과 실무의 개발자가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는 점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도대체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보듯이 땅을 보며 이것저것 명령을 내리면 단지 숫자만 바뀌는 것으로 역사의 흐름을 재현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극단적으로 비교를 하자면 게임을 진행하는 주체가 1인칭 시점으로 직접 개입해 모든 것을 관제하고 참여하는 느낌을 주는 게임인가, 아니면 전지전능한 3인칭 시점에서 각 개별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해 명령만 내리는 게임인가 하는 부분에서의 갈등이었다.

   
[Falcon AT (1988) 이미지 – 유튜브(/watch?time_continue=2&v=8pO88OZbxoA)]

미 공군 조종사 출신인데다가 각종 군사 모임의 자문으로 활동하던 마이크로프로즈의 공동 창업자 빌 스탤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바쳐 몸담았던 좁고 불편했던 조종석에서 느꼈던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가벼이 여기게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목숨 걸고 걸어온 인생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조롱과도 같았을 것이다.

빌 스탤리에게 단지 재미를 위해 현실의 사실성을 타협하여 실제 탑재할 수 있는 수량 보다 과한 미사일 개수를 장착할 수 있다던가, 현실에서도 불가능한 기동을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가능하게 한다던가 각종 계기를 간소화 한다던가 하는 등의 타협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을 가장한 아케이드 슈팅)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스컴뱃’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지만, 마이크로프로즈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가능한 최대한 현실성을 반영하고 싶어했고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 현실에서 경험 할 수 없는 현실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마이크로프로즈는 안 그래도 그런 회사였는데 그 보다 더한 고증병 환자였던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와의 결합은 그 둘의 결벽적인 고증병에 확신을 더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는 비교적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알고 있듯이 팰콘 시리즈가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항공/기체 역학. 이미지 – https://www.simhq.com/_air/air_038a.html]

팰콘 시리즈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정확한 고증의 항공역학과 기체역학 그리고 공중 기체 전술 운용 등과 관련된 매뉴얼을 제공하며 실제 공군에서 파일럿으로서 익혀야 할 것 같은 내용들을 소개하며 이제 막 조종간을 잡아보려고 하는 루키들에게 엄청난 위압감과 상실감을 제공해왔다. 이런 팰콘 시리즈는 극한의 사실성을 추구하는 하드 코어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사실성 그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임(의 탈을 쓴 시뮬레이터)이 되었다.

팰콘 시리즈는 1.0에 이어 2.0, 3.0 그리고 4.0까지 넘버링을 더해갈수록 미칠듯한 고증병에 시달리며 ‘more Reality’를 지상 최고의 과제로 삼아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 패치된 팰콘 시리즈를 해보면 이제는 거의 실제와 흡사한 느낌으로 F-16 Falcon을 탈 수 있게 되었다.

   
[Falcon BMS 3.34. 이미지 – 유튜브(/watch?v=8V1n1d5c3v0)]

세계 최고의 사실성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팰콘 시리즈는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이것은 뒤집어 말하자면 아무에게나 그 재미를 즐길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는 말과 같다. 제대로 된 플레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며칠(이걸로는 안 될 듯 하지만)에서 몇 주 이상은 딱딱하고 지루한 기본 소양을 쌓아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해서 모니터 불량인줄 알았다는 루키(초보 게이머)들에게 ‘그것은 블랙아웃 현상입니다.’라는 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블랙아웃이 어떤 현상이며 왜 일어나는지도 설명해야 했다.

한때 ‘그럼 빨갛게 변하면 레드아웃이냐!’라는 말에 ‘네 맞습니다. 그것이 레드 아웃 현상입니다.’라는 답글이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일반인과 고증 마니아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존재했다. 그 진입장벽이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장을 오히려 축소하고 안 그래도 마이너한 특수 시장이었던 것을 보다 더한 마이너 장르로 전락시킴과 동시에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사들의 존폐를 가로지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마이크로프로즈와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는 누가 뭐래도 굳건히 그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말로를 예상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뻔히 알면서도 일종의 소명과 사명감을 갖고 임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에서는 절로 숙연해지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살아남지 못했고 ‘문명’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자는 ‘문명’시리즈임에 분명해도, 극한의 사실성을 제공하겠다는 사명감만은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위대한 업적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가고자 하는 길은 분명 달랐지만 문명 시리즈의 개발자 시드마이어 조차 문명이라는 게임이 이렇게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계속해서 시리즈로 개발 할 수 있을지 몰랐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빌 스탤리와 시드마이어 두 경영자의 차이는 누가 맞고 틀리냐 하는 문제를 떠나 단지 그들이 무엇을 추구했고 어떤 부분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문명을 선택했을 뿐이다.

문명 시리즈 초기에만 해도 그것이 확실하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있었고 그 중 한 축에는 분명히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있었다. 한 해에만 쏟아져 나오는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수 십 종에 달할 정도로 많은 회사에서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 나온 기체에 올라타 마음껏 창공을 누비며 못 다 이룬 꿈을 실현하며 즐거워했다.

시절이 그러했기 때문에 정통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회사의 입장과 그런 외골수적인 입장을 벗어나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자 하는 시드마이어의 입장 모두 어느 한 편에 서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 주제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회사 입장에서 한 팀 정도는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시드마이어 (1990) 이미지 – https://www.filfre.net/wp-content/uploads/2017/03/meier.jpg]

시드마이어와 이제는 합쳐진 두 회사 마이크로프로즈와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는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서로의 신념과 의지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굳건했기 때문에 그들의 결별은 정해진 수순이었고 결국 문명 2를 출시한 이후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마이크로프로즈라는 자신이 창업해서 키운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는 그 틀 안에서 자신의 신념을 실현할 수 없으니 속된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시드마이어는 마이크로프로즈와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의 군사 애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물론 문명1의 성공 이후 마이크로프로즈에서는 문명 2에 기대를 걸고 지난 날의 자신들의 아집과도 타협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조차도 시드마이어가 온전히 바라는 그림이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문명이라는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는 상업적인 부분에만 목표를 두고 설정한 팀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팀 구성이 시드마이어에게 관리자로서의 책무만 더해졌을 뿐 나아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명 2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온전한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보다는 이제는 주인 회사가 된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의 경영진과의 업무회의에 써야 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갔고 끝없는 설득과 회유에 지쳐갈 때쯤 자신이 진정 바라고 있는 개발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명확히 알게 된 시드마이어는 이제 더 이상 회사를 바꿀 수는 없기에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길은 회사를 나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맡겨진 책무를 내팽개치고 회사를 뛰쳐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연히 문명 2라는 개발팀은 존재하고 있었고 팀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책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문명 2 개발은 끝내야만 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게임 개발에만 매진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드마이어는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드림팀이 평소 자신을 믿고 따르는 브라이언 레이놀즈(Brian Reynolds), 더글러스 카프만(Douglas Caspian-Kaufman), 제프 브릭스(Jeff Briggs)를 주축으로하는 문명 2 개발팀이었다.

문명 2는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을 일으키며 게임사를 새롭게 장식했지만 이제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시드마이어는 회사를 나와 자신의 꿈을 온전히 실현 시킬 수 있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게 된다. Fire(불)과 Axis(중심, 축)이라는 말을 합쳐 불이 회오리 치는 모양과 그 중심을 표현한 Firaxis Games 라는 이름의 회사였다.

   
[Firaxis Games Logo. 이미지 – https://twitter.com/FiraxisGames]

파이락시스라는 회사에서 시드마이어는 그가 바라던 것처럼 온전한 게임개발자로서 일할 수 있었다. 애초에 회사의 운영목표를 개발과 유통까지 도맡아서 하는 큰 조직을 키우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에만 전문적으로 집중하는 개발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불의 회오리 같이 무섭고 맹렬한 기세로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뛰쳐나온 회사에서 문명의 판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문명’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만들 수는 없었다. 대신에 그들은 문명 2에서 인류의 기술적 진보로 인해 결국 우주시대로 돌입한 가상의 미래 세계를 소재로 하는 ‘Sid Meier's Alpha Centauri(시드마이어의 알파 센터우리)’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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